'5연투→최동원상→벌써 감탄' 두산 특급신인은 '클로저의 꿈'을 꾼다
입력 : 2024.0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두산 투수 김택연이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인터뷰 후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두산 투수 김택연이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인터뷰 후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김택연(오른쪽)이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태룡 단장의 지명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 /사진=두산 베어스
김택연(오른쪽)이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태룡 단장의 지명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에도 드디어 특급신인이 굴러들어왔다. 우투수 김택연(19)은 지난해 두산이 9위로 추락하며 고개를 떨구면서도 얻은 유일한 희망과도 같았다. 두산은 전체 1순위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같은 3억 5000만원 계약금을 안기며 자존심을 세워줬다.

그렇기에 더욱 애지중지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마무리 캠프에 합류시킨 김택연에게 공을 잡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최근까지도 이어져왔다. 혹사 우려가 있었고 혹시라도 오랜 만에 데려온 고순위 새싹이 데뷔 전부터 무리를 할까 노심초사했다.

김택연은 18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처음으로 공을 잡고 20개의 하프피칭을 소화했다. 지켜보던 동료들과 공을 받은 포수, 구단 관계자까지 하나 같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두산의 유튜브 채널 베어스TV에 업로드 된 영상에 따르면 김택연은 투구 초반 제구가 날리기도 했으나 이내 안정을 찾았다. 직접 몸 쪽으로 던지겠다고 주문을 하기도 했고 스태프들에게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20구를 다 던진 후 스태프는 어깨와 팔꿈치, 허리의 상태를 체크했고 김택연은 문제 없다고 답했다. 공을 받은 동료는 "힘을 진짜 안 쓰는 폼인데 쫙쫙 들어온다"고 감탄했고 윤혁 스카우트 팀장은 "초반에 템포가 빨랐다"고 지적했는데 김택연은 투구 과정 중에 이걸 수정해내며 보완하는 신인답지 않은 면모를 보였다.

두산 관계자는 김택연이 중학교 시절부터 투구 영상을 직접 쩍어놓고 본인이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는 자세에 감탄하며 "저런 애는 처음 봤다.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김택연의 하프피칭 장면. /사진=베어스TV 유튜브 영상 캡처
김택연의 하프피칭 장면. /사진=베어스TV 유튜브 영상 캡처
김택연(왼쪽)이 투구 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어스TV 유튜브 영상 캡처
김택연(왼쪽)이 투구 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어스TV 유튜브 영상 캡처
메이저리그(MLB)로 향한 장현석(LA 다저스), 1순위 황준서(한화 이글스)에 가려졌으나 김택연은 이미 고교시절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초특급 기대주였다. 고교리그에서 13경기 7승 1패 탈삼진 97개에 평균자책점(ERA) 1.13을 기록했고 지난해 9월 18세 이하(U-18) 야구 월드컵에서 혹사 논란이 일어날 만큼 압도적인 구위로 많은 공을 뿌렸다.

당시 김택연은 5일 연속 투구를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회 규정상으로는 4연투도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인해 5연투를 하게 됐다. 5일 동안 12⅓이닝 동안 178구를 뿌리며 한국의 동메달 수확에 일등공신 역할을 맡았다. 두산에선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김택연은 제6회 대선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교리그에서 활약도 인상적이었지만 야구 월드컵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선정위원회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최동원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 선수라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에서 남자 고교 우수투수상,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에선 아마특별상까지 수상했다.

다만 두산의 입장은 달랐다.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컸다. 마무리 캠프에 그를 합류시키면서도 '투구 금지령'을 내렸다.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체력 훈련 등을 도왔으나 그의 어깨와 팔꿈치 등에 절대안정을 취하게끔 했다.

지난 10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만난 김택연은 "마무리 캠프에 합류했을 때 이승엽 감독님께서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솔직히 신인이면 좀 보여주고 싶은 게 당연한데 그런 말을 먼저 해 주시니까 감사한 마음도 느꼈고 더 편했다"며 "코치님들께서도 스프링 캠프에 가더라도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두산 선배님들도 '무리하다가 시즌 때 떨어진 애들 너무 많이 봤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마음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두산이 간절히 기다렸던 선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기 전인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두산은 5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두산이다. 2001년 3번째 우승을 거머쥔 두산은 이후 2003년 7위, 2011년 5위, 2014년 6위로 손에 꼽을 정도만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렇기에 이번 신인 드래프트보다 높은 순번을 가져간 적이 없었다.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킨 김택연. /사진=WBSC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킨 김택연. /사진=WBSC
 신인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신인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지난해 12월부터 서서히 캐치볼을 시작한 김택연은 무리하기보다는 변화구를 연마하는데 힘썼다. 특히 스플리터 훈련을 많이 했다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백도어 슬라이더와 직구로 좌우 코스를 노리고 커브도 섞어 썼는데 프로야구에선 좌타자들에게 멀어지는 역회전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 계열이 확실히 이점이 있다고 느꼈다"며 "좌타자 선배들의 공통점이 컨택트가 좋거나 파워가 뛰어난 타자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시기가 잘 맞아서 많이 쉬면서 더 (구종)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구종을 마무리 위치에서 결정구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김택연은 "불펜으로 가게 된다면 마무리 투수가 하고 싶다. 내겐 의미가 있고 조금 더 해보고 싶은 보직이다. 나 하나 때문에 지거나 이길 수 있는 책임감이 있는 역할이다 보니까 해보고 싶다"고 당당히 밝혔다.

물론 욕심을 부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김택연은 "그렇게 안 된다면 선발 투수로서의 욕심도 있다. 길게 이닝을 던져보면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팀에 필요한 보직을 가는 게 맞다. 중계로 가게 된다면 마무리 투수를 하고는 싶다"고 전했다.

구단의 특별관리의 이유처럼 김택연에게도 부상 방지가 최우선이다. "당연히 1년 동안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라며 "그전에 목표가 있다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신인 누구에게나 공통되지만 인생에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이다. 그 상을 바라보고 하진 않겠지만 그런 목표를 갖고 임하겠다. 누구와 라이벌을 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목표와 밟아갈 단계에 집중하며 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두산은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에서 스프링 캠프를 치른다. 오는 29일 출국해 오는 3월 6일 귀국하는 일정이다. 보름 가량의 팀 훈련을 거치고 이후엔 일본 미야자키로 이동해 일본프로야구(NPB)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시즌을 준비한다.

김택연도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첫 시즌부터 당당히 1군에서 활약하고 나아가 주전 마무리 투수가 돼 나아가 신인상까지 거머쥐는 목표를 새기가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프로야구 은퇴선수 시상식에서도 아마특별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는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은퇴선수 시상식에서도 아마특별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는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김택연(오른쪽)이 동기 전다민(왼쪽), 여동건과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합동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김택연(오른쪽)이 동기 전다민(왼쪽), 여동건과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합동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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