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은 3월이에요!!'' SSG 팬 잔소리에 '절치부심' 173홈런 거포도 결국 웃었다 [현장 인터뷰]
입력 : 2024.01.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한유섬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한유섬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시즌 개막이 3월인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통산 173홈런'을 친 거포 한유섬(35)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2024 SSG 랜더스 팬 페스티벌' 종료 후 나온 팬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안 그래도 지난해 부진에 스스로 절치부심하고 있던 터였다. 그 와중에 애정 어린 잔소리가 쏟아지니 한유섬도 안 웃을 수가 없었다.

SSG는 21일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SSG 랜더스 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민경삼 사장과 김재현 신임 단장, 코치진 11명과 새로 합류한 이지영, 신범수 등 36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1500석이 3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행사를 마치고는 선수단이 일렬로 도열해 퇴장하는 팬들과 하이 파이브 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4년 처음 선수와 팬들이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인 만큼 새해 덕담이 오고 갔지만, 한유섬에게는 다수의 팬들이 공통적인 한 마디를 외쳤다.

"올 시즌 개막은 3월이에요!!"

너무나도 똑같은 팬들의 반응에 행사 후 만난 한유섬은 "좋은 말도 많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팬분들이 전부 올 시즌 개막은 3월이라고 말하더라. 개막이 3월인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라며 다소 억울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팬들이 그토록 한유섬에게 시즌 시작 시점을 강조한 것은 지난해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이다. 지난해 한유섬은 60경기 타율 0.185(184타수 34안타) 2홈런 2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31로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다. 2022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을 방지하고자 타격폼을 바꿔 2023시즌에 임했으나,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원래의 타격폼으로 회귀했음에도 좀처럼 폼이 올라오지 않았고 결국 두 차례 2군도 갔다 와야 했다.

한유섬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 행사 종료 후 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한유섬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 행사 종료 후 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8월부터 드라마틱한 반전이 시작됐다. 8월 초 인천 삼성전 멀티히트와 결승타를 기점으로 모두가 알던 한유섬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9월 이후에는 무려 4할 타율을 기록하며 후반기 49경기는 타율 0.383(149타수 57안타) 5홈런 33타점, OPS 1.014로 SSG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팬들은 이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즌 시작이 8월이 아닌 3월이라고 반복해서 언급한 것.

한유섬은 "(지난해 기복 있는 성적은) 아내가 SNS에 팩트폭격을 한 이야기도 해서 어쩔 수 없다. 맞는 말이고 나도 지난해 9~10월만큼만 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지금 와서 지난해를 돌아보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또 경험치가 쌓인 것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그 경험을 토대로 올해 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혹독한 2023시즌을 겪고 한유섬은 큰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대신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예년보다 일찍 몸을 만들었다. 한유섬은 "지난해 아쉽게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2주 정도 쉬고 11월 초부터 바로 몸을 만들었다"며 "훈련에 변화를 준 건 전혀 없었다. 지난해 막바지에 좋았던 감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난해에도 해봤지만, 변화라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가를 바꾼다기보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살리는 방향으로 비중을 높게 가져갔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SSG 한유섬이 지난해 1월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SSG 한유섬이 지난해 1월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SSG 팬들이 한유섬에게 화끈한 타격을 기대한다. 한유섬이 터졌을 때 SSG는 그 어느 타선도 부럽지 않은 팀이었다. SK(현 SSG)를 한국시리즈로 보낸 극적인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10회말 끝내기포,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는 6차전 연장 13회초 역전 홈런이 그랬다.

한유섬은 "모든 선수가 꾸준히 잘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내 커리어를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꾸준한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임팩트가 강한 이미지라 생각한다"며 "지난해 부진을 탈출한 것도 특정 경기보단 심적 부담을 내려놓은 것이 살아난 계기가 된 것 같다. 쫓기면 마음이 급해지고 퍼포먼스가 안 나오는데 초반에 페이스가 너무 안 좋고 2군도 왔다 갔다 하니까 많이 다운이 됐던 것 같다. 그래도 2군에서 두 번째 올라올 때는 솔직히 말해 막말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어차피 올해(2023년) 내 성적은 글러 먹은 것 같으니 '편하게 치자'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잘 풀렸다"고 말했다.

담담하게 지난해를 반성하고 돌아보던 그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이 지난해 7홈런으로 6시즌 연속에서 끊겼다. 타점(55) 역시 클린업 타자답지 않게 초라했다.

한유섬은 "지난해 두 자릿수 연속 홈런 기록이 깨진 것이 내 자신한테 많이 짜증 났다. 그래도 내게 기대하는 수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내 자신한테 화가 났다"며 "그래서 일단은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싶다. 또 홈런보다 조금 더 욕심이 나는 게 타점이다. 루상에 주자가 많이 깔려 있을 때 잘 쳐서 많이 불러들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SSG 한유섬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 행사 종료 후 취재진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SSG 한유섬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 행사 종료 후 취재진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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