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이번 겨울 SSG 랜더스로 팀을 옮긴 국가대표 포수 이지영(38)이 20년 만의 고향팀 컴백보다 뛸 수 있는 환경으로 왔다는 것에 더 의미를 뒀다.
이지영은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을 마친 후 "아직도 내가 SSG 선수라는 게 실감이 잘 안 난다. 일단 오긴 했는데 유니폼도 아직 안 받았다. 이제 스프링캠프도 같이 가고 하면 많이 실감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앞선 12일 SSG와 키움 히어로즈는 "이지영과 계약 기간 2년 총액 4억 원(연봉 3억 5000만 원, 옵션 5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SSG 랜더스와 2억 5000만 원,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모두가 예상 못 한 깜짝 이적이었다. 당초 SSG의 플랜 A는 기존에 있던 김민식(35)의 잔류로 보였다. 하지만 김민식과 협상 과정이 해를 넘겨 장기화가 되자, SSG는 대안을 생각했다. 그때 다가온 것이 이지영이었다. 이지영은 세대교체를 명분에 내세운 원소속팀 키움으로부터 별다른 제안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FA 미아가 될 상황이었다. SSG, 키움, 이지영 삼자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서로가 어느 정도 양보한 덕분에 사인 앤 트레이드의 형태로 빠르게 이적이 성사됐다.
이지영으로서는 20년 만의 고향팀 컴백이다. 인천광역시 태생의 이지영은 서화초-신흥중-제물포고-경성대를 졸업한 뒤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2009년 정식으로 1군 계약을 맺었고, 입단 첫해인 2009시즌에는 23경기에서 타율 0.214(28타수 6안타) 4타점 2득점 9삼진을 기록한 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제대 후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전 경쟁에 나서서 매년 100경기 전후로 게임을 소화하는 수비형 포수로서 자리매김했다. 2014시즌부터는 타격에도 물이 올라 2015년 124경기에서 타율 0.305(400타수 110안타)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90경기 타율 0.343(178타수 61안타)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 기간 한국시리즈도 세 차례 우승해 왕조 포수라는 애칭도 얻었다.
그런 그가 고향팀 SSG와 얽힌 것이 2018년 12월이었다. 경성대 시절 입단 테스트를 봤다가 떨어진 것이 첫째였고, 2018년 겨울 삼성-SK(현 SSG)-넥센(현 키움)의 KBO리그 첫 삼각 트레이드 때가 두 번째였다. 이때 SK는 김동엽을 삼성, 삼성은 이지영을 넥센, 넥센은 SK로 고종욱을 보내며 1:1:1 트레이드가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후 키움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며 KBO리그 통산 1270경기 타율 0.280(3368타수 942 안타), 3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4의 기록을 남겼다. 2022년에는 주전 포수로서 키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고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SSG와는 더 이상 인연이 없는 듯했다.
이지영 역시 "고향팀 복귀 소감은 잘 모르겠다. 여기에서 야구를 할 거라곤 정말 생각 못 했다. 고등학교까지 인천에서 나왔고 대학교 시절 지명 안 되고 SK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다가 떨어진 정도의 인연이었다"고 멋쩍어하면서도 "이렇게 야구를 처음 시작한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그래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야구를 해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향팀으로 돌아왔다는 것보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음에 의의를 뒀다. 생각해 보면 많은 출전 기회에 그 누구보다도 행복감을 느끼던 선수가 이지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영에게 2022년은 특별했다. 삼성 시절에는 진갑용-강민호, 키움 시절에는 박동원과 함께 경쟁하며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2022년만큼은 이지영이 주인공이었다.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경기(137)와 타석 수(450)를 소화하면서 타율 0.267, 2홈런 37타점, OPS 0.634를 기록했고, 수비 이닝(994⅔) 또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이지영에게 취재진이 체력을 걱정해 물을 때면 그때마다 "난 오히려 좋다. 많이 뛰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세대교체의 칼바람은 피하지 못했다. 키움은 포스트 이정후 시대를 대비해야 했고, 이지영 대신 신인 포수 김동헌에게 경험을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 81경기로 전년도에 비해 출전 경기가 반토막이 났고 8월 이후로는 4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부상이 아닌 이유로 1군 전력에서 아예 배제됐다. 아무리 세대교체라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주전 포수에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지영은 "2022년에는 진짜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를 했는데 지난해는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 팀(키움) 사정상 어린 선수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못 나가게 됐는데 선수로서는 정말 야구가 즐겁지 않았다. 나는 (아쉬움이 겉으로 티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TV에는 그런 모습이 비친 모양"이라고 씁쓸했던 지난해를 돌아봤다.
다시 잡은 기회에 등번호도 많은 포수의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커리어 내내 56번을 달고 있었지만, SSG에서는 59번을 새로 달았다. 이후 김민식까지 잔류해 1군급 포수만 조형우, 박대온, 신범수까지 5명이 됐다. 이지영은 "원래 등번호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 아니다. 삼성 때도 신고 선수 때 남는 등번호가 56번이었고 키움에서도 56번을 달고 있던 선수가 군대를 가서 자연스럽게 단 것이었다. SSG에서는 (전)의산이가 56번을 달고 있는데 본인 번호에 애착이 있는 것 같길래 새로운 팀에 새로운 마음으로 뛰고자 새로운 번호를 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회는 내가 또 잡아야 한다. SSG는 내가 주전 경쟁을 하면서 함께 있는 선수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길 많이 원할 텐데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몸은 다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제 준비한 걸로 새로운 선수들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 같다. 후배들에게는 먼저 물어보면 답해주고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팀에 와서도 목표는 단 한 가지다. 많은 경기에 나가 팀 성적에 보탬이 되는 것. 자신의 이적에 아쉬움을 나타낸 키움 동료들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전했다. 이지영의 이적 당시 안우진 등 많은 키움 선수들이 SNS를 통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지영은 "그렇게까지 날 좋아해 줘서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팀에게도 사정이 있다 보니 어쩔 수밖에 없었다. 나를 정말 많이 따라줬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나도 많이 아쉽다"면서도 "선수는 항상 많이 뛸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다. 키움 가서 반반씩 뛰고 할 때는 그것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2022년에 경기를 많이 뛰어보니 선수는 역시 그라운드에서 많이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올해도 가장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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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왼쪽)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이지영은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SSG 랜더스 팬페스티벌'을 마친 후 "아직도 내가 SSG 선수라는 게 실감이 잘 안 난다. 일단 오긴 했는데 유니폼도 아직 안 받았다. 이제 스프링캠프도 같이 가고 하면 많이 실감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앞선 12일 SSG와 키움 히어로즈는 "이지영과 계약 기간 2년 총액 4억 원(연봉 3억 5000만 원, 옵션 5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SSG 랜더스와 2억 5000만 원,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모두가 예상 못 한 깜짝 이적이었다. 당초 SSG의 플랜 A는 기존에 있던 김민식(35)의 잔류로 보였다. 하지만 김민식과 협상 과정이 해를 넘겨 장기화가 되자, SSG는 대안을 생각했다. 그때 다가온 것이 이지영이었다. 이지영은 세대교체를 명분에 내세운 원소속팀 키움으로부터 별다른 제안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FA 미아가 될 상황이었다. SSG, 키움, 이지영 삼자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서로가 어느 정도 양보한 덕분에 사인 앤 트레이드의 형태로 빠르게 이적이 성사됐다.
이지영으로서는 20년 만의 고향팀 컴백이다. 인천광역시 태생의 이지영은 서화초-신흥중-제물포고-경성대를 졸업한 뒤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2009년 정식으로 1군 계약을 맺었고, 입단 첫해인 2009시즌에는 23경기에서 타율 0.214(28타수 6안타) 4타점 2득점 9삼진을 기록한 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제대 후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전 경쟁에 나서서 매년 100경기 전후로 게임을 소화하는 수비형 포수로서 자리매김했다. 2014시즌부터는 타격에도 물이 올라 2015년 124경기에서 타율 0.305(400타수 110안타)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90경기 타율 0.343(178타수 61안타)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 기간 한국시리즈도 세 차례 우승해 왕조 포수라는 애칭도 얻었다.
당시 삼각 트래이드의 주인공인 (왼쪽부터) 이지영-김동엽-고종욱.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뉴스1 |
그런 그가 고향팀 SSG와 얽힌 것이 2018년 12월이었다. 경성대 시절 입단 테스트를 봤다가 떨어진 것이 첫째였고, 2018년 겨울 삼성-SK(현 SSG)-넥센(현 키움)의 KBO리그 첫 삼각 트레이드 때가 두 번째였다. 이때 SK는 김동엽을 삼성, 삼성은 이지영을 넥센, 넥센은 SK로 고종욱을 보내며 1:1:1 트레이드가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후 키움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며 KBO리그 통산 1270경기 타율 0.280(3368타수 942 안타), 3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4의 기록을 남겼다. 2022년에는 주전 포수로서 키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고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SSG와는 더 이상 인연이 없는 듯했다.
이지영 역시 "고향팀 복귀 소감은 잘 모르겠다. 여기에서 야구를 할 거라곤 정말 생각 못 했다. 고등학교까지 인천에서 나왔고 대학교 시절 지명 안 되고 SK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다가 떨어진 정도의 인연이었다"고 멋쩍어하면서도 "이렇게 야구를 처음 시작한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그래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야구를 해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향팀으로 돌아왔다는 것보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음에 의의를 뒀다. 생각해 보면 많은 출전 기회에 그 누구보다도 행복감을 느끼던 선수가 이지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영에게 2022년은 특별했다. 삼성 시절에는 진갑용-강민호, 키움 시절에는 박동원과 함께 경쟁하며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2022년만큼은 이지영이 주인공이었다.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경기(137)와 타석 수(450)를 소화하면서 타율 0.267, 2홈런 37타점, OPS 0.634를 기록했고, 수비 이닝(994⅔) 또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이지영에게 취재진이 체력을 걱정해 물을 때면 그때마다 "난 오히려 좋다. 많이 뛰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곤 했었다.
이지영이 2023 WBC에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타격에 나섰다. |
키움 시절 이지영. |
하지만 그런 그도 세대교체의 칼바람은 피하지 못했다. 키움은 포스트 이정후 시대를 대비해야 했고, 이지영 대신 신인 포수 김동헌에게 경험을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 81경기로 전년도에 비해 출전 경기가 반토막이 났고 8월 이후로는 4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부상이 아닌 이유로 1군 전력에서 아예 배제됐다. 아무리 세대교체라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주전 포수에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지영은 "2022년에는 진짜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를 했는데 지난해는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 팀(키움) 사정상 어린 선수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못 나가게 됐는데 선수로서는 정말 야구가 즐겁지 않았다. 나는 (아쉬움이 겉으로 티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TV에는 그런 모습이 비친 모양"이라고 씁쓸했던 지난해를 돌아봤다.
다시 잡은 기회에 등번호도 많은 포수의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커리어 내내 56번을 달고 있었지만, SSG에서는 59번을 새로 달았다. 이후 김민식까지 잔류해 1군급 포수만 조형우, 박대온, 신범수까지 5명이 됐다. 이지영은 "원래 등번호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 아니다. 삼성 때도 신고 선수 때 남는 등번호가 56번이었고 키움에서도 56번을 달고 있던 선수가 군대를 가서 자연스럽게 단 것이었다. SSG에서는 (전)의산이가 56번을 달고 있는데 본인 번호에 애착이 있는 것 같길래 새로운 팀에 새로운 마음으로 뛰고자 새로운 번호를 달게 됐다"고 밝혔다.
이지영(오른쪽)과 김재현 SSG 단장. /사진=SSG 랜더스 |
이어 "기회는 내가 또 잡아야 한다. SSG는 내가 주전 경쟁을 하면서 함께 있는 선수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길 많이 원할 텐데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몸은 다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제 준비한 걸로 새로운 선수들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 같다. 후배들에게는 먼저 물어보면 답해주고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팀에 와서도 목표는 단 한 가지다. 많은 경기에 나가 팀 성적에 보탬이 되는 것. 자신의 이적에 아쉬움을 나타낸 키움 동료들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전했다. 이지영의 이적 당시 안우진 등 많은 키움 선수들이 SNS를 통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지영은 "그렇게까지 날 좋아해 줘서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팀에게도 사정이 있다 보니 어쩔 수밖에 없었다. 나를 정말 많이 따라줬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나도 많이 아쉽다"면서도 "선수는 항상 많이 뛸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다. 키움 가서 반반씩 뛰고 할 때는 그것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2022년에 경기를 많이 뛰어보니 선수는 역시 그라운드에서 많이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올해도 가장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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