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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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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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
아시아 리그 타자들에 대한 메이저리그(MLB)의 믿음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벌써부터 큰 기대를 받고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2일(한국시간) '2024시즌 당신을 놀라게 할 10명의 선수'라는 주제로 투수 5명, 타자 5명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이정후의 이름이 올라갔다.
이 명단은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은 뎁스 차트(Depth Chart)를 바탕으로 뽑혔다. 뎁스 차트는 다른 예측 시스템인 스티머(Steamer)와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를 종합해 산출한 것으로, 통계전문가 네이트 실버의 페코타(PECOTA, Player Empirical Comparison and Optimization Test Algorithm)와 함께 공신력 있는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야수 중에서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만장일치 MVP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가 내년에도 37홈런-55도루로 활약하며 올해도 최우수선수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받았다. 또한 지난해 김하성(샌디에이고)의 팀 동료였던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도 이적 첫 시즌 39개의 홈런과 171의 wRC+(조정득점생산력, Weighted Runs Created Plus·리그 평균이 100)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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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그리고 이정후가 4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뎁스 차트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격력에서는 팀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고, 수비도 평균 이상으로 해줄 것으로 나왔다. 다만 주루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리라는 뼈아픈 수치가 나왔다.
MLB.com은 "올해도 상위권 해외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오는 콘택트형 스타플레이어가 나오리라는 전망이 있다"며 이정후를 소개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영입"이라고 언급한 매체는 "이 25세의 좌타자는 메이저리그 타격왕 경쟁에서 10위권, 내셔널리그에서는 5위 안에 들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팬그래프의 예측에 따르면 내셔널리그에서 이정후보다 타율이 높을 것으로 나온 선수는 아쿠냐(0.318),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0.317),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 0.302) 세 명뿐이었다.
또한 MLB.com이 주목한 점은 바로 낮은 삼진 비율이었다. 2024시즌 이정후는 전체 타석에서 9.1%의 삼진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아라에즈(7.1%)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아라에즈가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선수인만큼, 그정도의 콘택트 능력이 있다는 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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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이정후의 적은 삼진은 미국에서 일찍이 주목한 부분이다. 야후 스포츠나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 등 미국 매체는 이정후가 2022시즌 KBO 627타석에서 삼진을 단 32개만 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이정후는 시즌 142경기에 나왔는데 2개 이상 삼진을 기록한 게임은 2번 뿐이었다. 2021년 7개였던 홈런이 3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삼진은 37개에서 오히려 5개가 줄었다.
다만 늘어난 구속 적응 과정에서는 삼진이 늘어날 수 있다.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에 대한 유일한 걸림돌은, 그가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7km)의 빅리그보다 느린 88마일(약 141.6km)의 KBO 리그 출신이라는 점이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초반 적응 과정에서 더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 KBO 리그의 수준은 트리플A와 더블A 사이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MLB.com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의 안착이 이정후의 전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7시즌 동안 타율 0.326, 135홈런 474타점 출루율 0.419 장타율 0.538을 기록했다. 307개의 삼진을 당할 동안 427개의 볼넷을 골라냈고 2019년 29홈런을 때린 적이 있을 정도로 장타력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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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마사타카. /AFPBBNews=뉴스1 |
장타력에서 우위에 있던 요시다와 콘택트에 방점이 찍힌 이정후는 스타일이 다소 다르지만, 타격 능력이 뛰어난 좌타자라는 점에서 많은 비교가 됐다. 실제로 이정후는 2022년 말 인터뷰에서 "요시다는 나도 많이 참고하고 있는 선수다. 파워가 있으면서도 삼진이 엄청 적고 볼넷도 많이 골라 나가는 정확도가 좋은 타자다. 그런 점에서 보고 배울 것이 많은 타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시다는 지난해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약 1205억 원) 계약을 맺고 빅리그 도전에 나섰다. 시즌 전 스티머는 요시다의 기록을 타율 0.298, 출루율 0.388, OPS 0.867, wRC+ 140으로 예상했다. 실제 기록은 어땠을까. 요시다는 지난해 140경기에서 타율 0.289(580타수 155안타), 15홈런 72타점 71득점, 출루율 0.338, OPS 0.783, wRC+ 109를 기록했다. 출루율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으면서 생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적어도 타율에서만큼은 예상과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매체 역시 "2023시즌 요시다의 예측은 거의 맞아나갔으며, 이는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에게 좋은 징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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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이정후는 최근 꾸준한 호평을 듣고 있다.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이정후의 잠재적 유망주 랭킹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며 "35위 정도에 위치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1990년부터 매년 메이저리그 유망주 톱 100을 선정했는데,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원래라면 유망주 순위에 이름을 올렸어야 했지만, BA가 정책을 바꿔 외국 프로리그 출신 선수를 랭킹에 포함하지 않기로 하며 제외됐다.
BA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1군 무대에 합류해 어린 나이에 KBO 리그 신인 최다안타 신기록(179안타)을 세웠다. 이후 한국야구 최고의 스타로 빠르게 성장해 2022년에는 리그 MVP를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의 KBO 리그 통산 성적을 소개한 매체는 "샌프란시스코가 그에게 안겨준 계약(6년 1억 1300만 달러)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출생 타자 중 최고 규모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는 부드럽고 빠른 스윙을 가진 퓨어 히터(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배트 스피드나 선구안, 부드러운 스윙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리그 평균 이상의 타자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했다.
끝으로 매체는 "루상에서는 평균 이상의 위협적인 주자이고, (수비에서는)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스피드나 운동능력, 본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정후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했다. 앞서 공개된 BA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이정후는 위험 부담은 높지만, 20/80 스케일상 콘택트 60점, 힘 45점, 주력 55점, 수비 50점, 어깨 45점 등 총합 55점으로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선수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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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입단을 환영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
이정후에 대한 미국 현지의 기대감은 이뿐만이 아니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가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배출할 것이다. 2010년 버스터 포지 이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으나 곧 가뭄을 끝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중견수 이정후를 비롯해 좌완 투수 카일 해리슨, 유격수 마르코 루치아노를 포함한 여러 신인상 후보를 가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매체 에센셜리 스포츠는 "타격하는 동안 인내심은 빠른 구속과 더 뛰어난 투구에 직면하는 데에 도움이 될 크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정후가 큰 파워를 발휘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만약 타구 발사각을 좀 더 올릴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적당한 홈런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팀 내에서는 이정후를 톱타자로 못박은 상태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에 따르면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신임 감독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정후를 영입한 이후 몇 가지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1번 타자는 이정후가 해봤던 경험이 있어 편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안 될 이유가 없다"며 개막전 리드오프 출격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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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입단을 환영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
메이저리그 선배이자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유명한 김하성도 이정후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20일 뉴시스에 따르면 김하성은 이날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좋은 계약을 맺어서 정말 축하한다. 한편으로는 (이정후가) 동생이기 때문에, 그 금액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활약을 펼쳐야 할 거라 생각한다. 정후도 첫 시즌을 맞이하는데, 항상 말했듯이 건강하게 부상 없이 치른다면 '한국의 이정후'가 '미국의 이정후' 그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정후가 이정후 한다' 그런 시즌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빅리그에서 16시즌을 보냈던 베테랑 추신수(SSG)도 올해 초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잘해도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은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는 정말 좋은 선수가 많아 평균이 높고 레벨을 나누기 어려운 곳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정후가 내가 봤던 그 어떤 선수보다 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이정후가 지난 3년간 타석에서 준비하는 모습, 침착함 그리고 스타성 등을 봤을 때 그 어떤 선수들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고 자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렇듯 호평이 이어지면서 이정후에 대한 지역 내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주목할 15명의 야구인'을 선정했는데, 이 중에서 이정후의 이름도 있었다. 매체는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이정후)가 기록지에 어떤 숫자를 남길지는 모른다"고 운을 띄우며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수비수이고,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올드스쿨형 타자라는 점 모두가 흥미롭다"며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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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오른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이정후는 지난달 중순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5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09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88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68억 원)를 받는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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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창단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인 선수라고는 2017년 황재균(36·현 KT 위즈) 단 한 명만 뛰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꾸준히 이정후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올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장급 스카우트를 여러 차례 파견해 이정후를 관찰했다. KBO리그 시즌 중에도 고척스카이돔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등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정후를 면밀히 지켜봤다. 키움의 2023시즌 마지막 홈 경기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는 이정후가 한 타석밖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직접 찾아 부상 복귀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빅리거의 꿈을 이루게 된 이정후는 오는 2월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야수조는 21일부터 열리는 풀 스쿼드 훈련부터 합류하지만, 이정후는 빠른 현지 적응을 위해 5일 일찍 합류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리코스포츠 에이전시와 이정후의 KBO 시절 소속팀 키움은 18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정후는 키움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가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된 이유는 현재 키움이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솔트리버 앳 토킹스틱 구장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함께 쓰는 곳인 탓이다. 이정후도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애리조나와 함께 시설을 쓰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나,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인 탓에 자연스레 이용이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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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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