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휴식은 사치였던 2023-2024 겨울. 부활을 꿈꾸는 115억 거포 김재환(36·두산)은 두 달 동안 무엇을 얻었을까.
4년 115억 원 초대형 FA 계약 후 2년 동안 부진에 시달린 김재환은 지난해 11월 이천 마무리캠프로 향해 이승엽 감독의 맨투맨 지옥훈련을 소화했다.
통상적으로 마무리캠프는 루틴이 정립되지 않은 신예들이 대거 참여하지만 이승엽 감독의 요청과 선수의 부활 의지가 합쳐져 16년차 베테랑 선수의 이례적인 훈련 참가가 결정됐다. 김재환은 KBO 역대 최다 홈런 기록(467개) 보유자인 이 감독의 홈런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FA 계약 3년차 시즌 부활을 꿈꿨다.
김재환이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이유는 딱 하나. 슬럼프 탈출이었다. 대형 계약 첫해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에 이어 이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이전보다 못한 역대급 커리어 로우를 찍었다. 132경기 타율 2할2푼 10홈런 46타점 장타율 .331의 부진과 함께 시즌 막바지 오른손 부상이 겹쳐 두산의 순위싸움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김재환의 의지는 결연했다. 후배들 앞에서 거포를 꿈꿨던 어린 시절보다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다. 하루는 훈련 종료와 함께 방망이와 장갑을 땅에 내려놓은 뒤 땅에 주저앉으며 체력 저하를 호소했고, 이 감독이 “아프면 이야기해라”라고 말하자 “토할 거 같은데요”라고 답하며 훈련의 강도를 실감케 했다. 19차례 훈련 모두 이 정도의 강도로 진행됐다.
김재환은 지옥훈련 소화도 모자라 작년 12월 휴식을 반납하고 11월 26일 자발적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무리캠프 때 느낀 부분을 12월과 1월에도 잘 기억한 상태에서 2월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고 싶다”라는 게 사비를 들여 항공권을 구입한 이유였다. 김재환은 마무리훈련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현역 시절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장타자로 활약한 강정호를 멘토로 삼았다.
김재환은 왜 마무리캠프를 자청했고, 바다 건너 강정호까지 찾아 조언을 구한 것일까.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재환은 “지난해 수비 시프트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받았다. 공도 잘 맞지 않아서 그 속에서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마이너스가 된 것 같다”라며 “주변에서 밀어서 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러면 안타 1개가 나와도 밸런스가 이상해진다. 안 좋은 폼이 몸에 밸 수도 있다. 내가 나 자신을 못 믿지 않았나 싶다. 짧게도 쳐보고 좌측으로도 쳐보려다가 장점이 다 사라졌다”라고 털어놨다.
슬럼프 기간 동안 타석에서 느낀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김재환은 “잠실 타석에 들어서면 ‘어디로 쳐야 하지?’, ‘이걸 어디로 쳐야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공간이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 외야로 가면 펜스 앞에서 잡힐 것 같고, 짧게 치면 다 걸릴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김재환은 두 달간의 하드 트레이닝 성과를 묻자 대답을 주저했다. 그는 “사실 지금 성과를 바로 말하긴 그렇다. 시즌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라며 “그래도 잘하고 왔다. 느낌을 잘 배우고 왔다. 무엇을 배웠는지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다녀오길 잘했다. 잘 배웠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라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재환은 마무리캠프 특별 지도를 자청한 이승엽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주셨고 열정적으로 코치해주셨다. 영광이었고 감사했다”라며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 내용이 있는 연습이었다. 많이 하고 이런 걸 떠나서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내용이 되게 좋았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사령탑의 김재환을 향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과 대화를 나눠보니 괜찮다고 하더라. 가을에 열심히 땀을 흘렸고 12월 강정호한테 가서 레슨을 받았다. 김재환은 지금 간절한 상태다”라며 “팀에서 김재환이 자신의 위치를 잘 느끼고 있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예전처럼 단단해져서 시즌에 들어가길 바란다. 아마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래야 양의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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