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한용섭 기자]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LG 스프링캠프. 투수들은 점심 식사 후 워밍업에 이어 캐치볼을 실시했다. 저마다 짝을 이뤄 캐치볼을 하는데, 투수 23명 중 유일하게 정우영은 혼자 불펜에서 다른 훈련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정우영은 지난달 21일 스코츠데일에 선발대로 먼저 도착했다. 따뜻한 날씨에서 재활에 매진했다. 이날은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웨이티드 볼(야구공 보다 무겁고, 종류별로 무게가 다른 공)을 5~6m 거리의 그물망에 던지는 것을 반복했다. 팔꿈치 재활을 위한 과정이었다.
훈련을 마친 후 정우영은 “통증은 이제 없다. 웨이티드 볼을 던진 지 한 달 됐다. 팔꿈치에 전혀 이상은 없다. 이어 지금도 플랫 피칭을 세게 던질 수 있는 상태이지만, 굳이 무리하지 않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이어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조심하면서 투구 폼을 바꾸는 것도 병행하고 있다. 이때 쯤이면 피칭에 들어간다는 것이 아직 정확하게 잡힌 것은 없다”고 불펜 피칭을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 답했다.
투구 폼 변화, 정우영이 지난해도 꾸준히 신경 쓴 부분이다. 그는 “다들 알다시피 내 단점인 퀵모션 연습을 하면서, 투구 폼을 하체 리듬을 바꾸려고 연습하는게 있다. 디테일한 부분이라, 보는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매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내 입장에서 투구의 틀을 바꾼다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일단 퀵모션을 빠르게 하는 것을 몸에 완전히 익혀야 한다.
2022년 홀드왕을 차지한 정우영은 지난해 부진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시즌 개막부터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우영은 지난해 60경기에 등판해 5승 6패 11홀드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했다. 2019년 데뷔 이후 평균자책점은 가장 높았고(게다가 4점대는 처음이었다), 홀드 숫자는 가장 적었다. 정우영은 올해 연봉 3억2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지난해 4억 원에서 8000만 원이 삭감됐다. 팀내 최고 삭감액이다.
지난해 시즌 내내 기복이 있었고, 좋은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다. 정우영은 지난해 부진에 대해 "시즌 때 변화를 많이 주다보니,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주문이 많아서, 혼란스러운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무기 투심의 위력도 예전같지 않았다. 상대 타자들도 점점 적응을 했다. 정우영은 "작년 내 투심에 점수를 준다면 0점이다. 왜냐하면, 구속도 떨어지고 볼끝 변화도 밋밋해졌다. 인플레이 타구가 많았고, 뜬공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실점도 많아지고..."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어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면서 정립이 안 됐다. 투구폼도 마찬가지였다. 뇌가 몸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잘 안 된다고 생각해서 다른 것을 시도했고, 또 안 되면 계속 다른 것을 시도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결과가 안 좋게 나와 또 그것에 신경쓰고..."라며 악순환을 언급했다.
정우영이 변명하지는 않았지만, 몸 상태도 온전치 않았다. 정우영은 2022년 가을야구 때부터 팔꿈치가 안 좋았다. 그는 "키움과 플레이오프에서 조금 아픈 상태에서 던졌다. 찜찜함이랄까. 공을 때리고 싶어도 못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곧장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11월 13일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했고, 11월 15일 팔꿈치 뼛조각 골극 제거술을 받았다. 정우영은 "팔꿈치 뼈가 웃자란 것을 깎아내고, 뼛조각들도 제거했다"고 했다. 팔꿈치를 깨끗하게 하는 일종의 '클리닝 수술'이다. 재활에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정우영은 "수술을 안하고 주사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참고 던지거나, 깔끔하게 수술을 하는 것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며 "한국시리즈 5차전에 던지고 싶었는데, 유독 그날 팔꿈치가 무겁더라. 5차전에 던지면 팔이 아작날 것 같은 느낌이어서, 등판하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시즌 말미에 수술쪽으로 결정을 했다.
수술로 팔꿈치가 말끔해졌고, 자신감도 솟아나고 있다. 정우영은 "올해 가장 몸 상태가 좋다"고 자신했다. 다시 볼끝이 변화무쌍한 '마구' 투심을 되찾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개막전에 맞춰 100%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정우영은 "가능은 한데, 굳이 무리는 하지 않으려 한다. 감독님께서 개막전에 맞춰라 하시면 맞추겠지만, 일단 대략 4월 중에는 1군에서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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