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지난해 회춘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재기에 성공한 김재호(39·두산)가 2024시즌 연봉 협상에서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39세가 된 김재호는 현역 연장의 꿈을 이룬 보상으로 얼마를 원하는 것일까.
두산 베어스는 지난 2일 퓨처스리그 선수단의 5일 일본 미야코지마 스프링캠프 출국 소식을 전하며 “내야수 김재호는 연봉 미계약자 신분으로 추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현역 연장에 성공한 김재호가 연봉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두산은 부진을 씻고 재기한 김재호를 2024시즌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 연봉 협상을 진행했다. 이승엽 감독 또한 새 시즌 유격수 플랜에 김재호를 포함시키며 “김재호 선수가 베테랑이라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라는 취지로 2군 캠프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사실 2군 캠프라기보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조금씩 페이스 올리라는 취지다. 김재호 선수 능력은 우리가 충분히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산과 김재호는 2군 캠프 합류 마지노선이었던 2일까지도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재호를 제외한 모든 재계약 대상자들과 연봉 협상을 마친 두산은 김재호 때문에 새 시즌 연봉 계약을 발표하지 못했는데 2일까지도 협상이 불발되자 김재호의 연봉 미계약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로써 김재호는 1군과 2군 그 어느 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하는 미계약 신분이 됐다.
지난 2021년 1월 두산과 3년 25억 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김재호. 첫 2년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재계약 첫해 89경기 타율 2할9리에 이어 2022년에도 102경기 타율 2할1푼5리로 부진하며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계약 기간의 절반이 넘는 2년 동안 타율 2할1푼2리의 슬럼프를 겪으며 천재 유격수의 자존심을 구겼다.
김재호는 어쩌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023시즌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시작은 호주 스프링캠프였다. 워밍업 때부터 가장 첫 줄에 서서 파이팅을 외쳤고, 수비 훈련을 할 때도 과거 젊은 천재 유격수가 그랬던 것처럼 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년의 야유를 박수로 바꾸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 김재호였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김재호는 지난해 91경기 타율 2할8푼3리 3홈런 29타점 OPS .748로 회춘하며 두산의 2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이끌었다. 38세의 은퇴가 임박한 나이에도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녹슬지 않은 컨택 능력을 뽐내며 양의지(타율 3할5리), 정수빈(2할8푼7리)에 이어 팀 내 타율 3위에 올랐다. 커리어 하이를 썼던 2018년(타율 3할1푼1리 16홈런)에 못지않은 활약이다.
FA 계약 후 첫 2년의 기록만 봤을 때 김재호는 2023시즌 종료 후 은퇴가 유력해보였다. 김재호 또한 후배 오재원 은퇴식 당시 “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현역 마감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반등에 성공했고, 현역 연장의 꿈까지 이뤘다. 그 동안 안재석, 이유찬, 전민재, 박계범 등 유격수 신예들이 번번이 자리를 노렸지만 김재호에 버금가는 유격수는 단 1명도 없었다.
김재호의 지난 시즌 연봉은 5억 원이었다. 협상이 결렬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두산은 새 시즌 연봉 협상에서 삭감된 액수를 제시했고, 김재호가 최종 제시액에 납득하지 못하며 계약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호는 올해로 39세가 됐지만 여전히 두산 유격수 플랜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다. 포스트 김재호로 주목받은 안재석이 지난달 현역 입대를 택하며 다른 후계자를 발굴해야하는 임무까지 주어진 상황. 두산은 여전히 김재호가 필요하며, 이승엽 감독도 원활한 세대교체의 필수 조건으로 김재호의 존재를 언급한 바 있다. 김재호의 연봉 협상이 하루 빨리 마무리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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