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한때 사이영상까지 받았던 투수가 최저연봉도 감수할 각오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강제로 퇴출 당했던 괴짜 사이영 투수 트레버 바우어(33)가 절박한 각오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바우어는 8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서 메이저리그 복귀 의지를 어필했다. 그는 “블레이크 스넬은 다년에 수백억 수준의 계약을 할 것이다. 그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라며 스넬의 가치를 언급한 뒤, 자신의 상황을 비교했다.
그는 “다년의 거액 계약을 원치 않는 구단, 사이영상급 투수를 얻기 위해 엘리트 유망주들을 잃고 싶지 않은 팀들은 나와 계약할 수 있다”라며 “최저 연봉에 로스터 자리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 없이 계약할 수 있다. 큰 자금을 들이지 않고 승리를 원하는 팀들에게 또 다른 옵션이 될 것이다”라며 자신의 의지를 어필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최저연봉은 74만 달러(약 10억원).
바우어는 현재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다. 2012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데뷔한 뒤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LA 다저스 등에서 활약했다. 통산 222경기(212선발) 83승69패 평균자책점 3.79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훈련부터 경기 중까지 기행을 벌이면서 ‘괴짜 투수’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 단축시즌 때 11경기 73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1.73, 100탈삼진의 기록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LA 다저스와 3년 1억200만 달러의 거액 계약을 맺으며 커리어의 황금기를 여는 듯 했다.
계약 첫 시즌 17경기 107⅔이닝 8승5패 평균자책점 2.59로 사이영상 투수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해 7월 성폭행 혐의로 고소 강했고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바우어의 비위 의혹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행정 휴직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2022년 가정 폭력 성폭행 및 아동학대 규정에 의거해 바우어에게 32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바우어는 곧바로 항소했고 2022년 12월, 194경기로 징계가 감경됐다.
하지만 다저스는 문제아 기질이 다분한 ‘시한폭탄’ 바우어를 다시 품을 생각이 없었다. 2023시즌 연봉을 모두 감수하면서도 방출했다.
바우어는 무적신분이 됐지만 일본프로야구에서 길을 찾았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와 1년 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5월 데뷔해 19경기 10승4패 평균자책점 2.76의 성적을 거뒀다. 2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가졌고 5월에서야 데뷔했지만 두 차례 월간 MVP에 선정되는 등 사이영 투수의 진가를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한신 타이거즈전에서 3루수 방면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장요근 손상 진단을 받았다. 결국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요코하마는 바우어를 다시 붙잡으려고 했지만 바우어는 메이저리그 복귀 준비를 선택했다. 하지만 현재도 바우어는 구설에 휘말리는 등 문제아 기질을 벗지 못하고 있다. 바우어는 외교 문제로 미국과 일본을 뜨겁게 달군 미 해군 중위 릿지 알코니스의 송환 사건을 전하는 뉴스에 ‘웰컴 홈 릿지(Welcome Home Ridge!)’라는 댓글을 달아 일본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2021년, 알코니스 중위가 후지산 트래킹을 마치고 자신의 차로 귀가하던 중 사고를 일으켜 2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 검찰은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법원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알코니스는 “고산병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생긴 사고”라며 1심에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도쿄 고등재판소에서는 이를 기각했고 2022년 9월 법정 구속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가족들의 구명 운동이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정치권까지 나섰다. 공화당의 강경파인 마이크 리 상원의원이 주도적으로 나서 일본 정부를 압박했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조롱하는 듯한 SNS로 일본 여론을 자극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적인 압력을 견디지 못한 일본이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알코니스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는 1년여 잔여 형기를 캘리포니아 주립 교도소에서 마치도록 하는 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송환 후에 한 달도 안 된 지난 13일 가석방 조치로 알코니스를 풀어줬다. 이에 일본 전역이 다시 들끓었는데, 지난해 일본에서 활약하고 사랑 받은 바우어의 SNS글로 논란의 불씨가 더 커졌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바우어는 결국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 사과했다.
바우어는 “모든 일본인들이 상처받은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사고는 끔찍한 비극이었으며, 무고한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해 나 자신도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법정 구속으로)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다. 마침 그들이 다저스 팬이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그런 문구를 올리게 됐다)”라면서 “이 사건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는 미국과 일본이 크게 다른 것 같다. 그럼에도 내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느낀다. 일본 사람들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나는 일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일본과 일본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라고 했다.
바우어는 끊임없이 자신의 메이저리그 복귀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선은 곱지 않다.메이저리그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우덴은 팟캐스트 프로그램 ‘Foul Territory’에 출연해 “FA 바우어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바우어는 최저연봉에도 뛸 의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바우어를 문제아로 인식하고 있고 시선도 곱지 않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