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지난해는 두산 베어스가 독차지했던 스프링캠프지 호주에 올해엔 새 식구가 생겼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도 이번엔 호주를 택했다.
두산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드니 블랙타운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한화는 멜버른, KIA는 캔버라를 골랐다. 야구 기반 시설 등 미비로 가까운 지역에 캠프를 차릴 수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캠프 초반부터 호주로 건너간 팀들의 만족도는 남달랐다.
지난해의 악몽과 같은 기억 때문이었다. 한화와 KIA는 지난해 1차 캠프지로 미국 애리조나를 택했는데 이상 기후 탓에 날씨가 예년과 달리 영하권으로 떨어졌고 눈까지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선수들이 제대로 몸을 만들기 어려웠고 이는 같은 곳에서 훈련한 야구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대표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화와 KIA가 호주로 발길을 돌렸다. KT는 유일하게 기장에서 훈련 중이다. 겨울 날씨임에도 애리조나보다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는 한화 선수단은 새 훈련지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컸다. 손혁 단장은 멜버른 현지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날씨가 정말 좋다. 작년에 선수단이 애리조나에서 너무 고생을 했다. 바람도 선선하고 훈련하기 딱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도 "좋은 날씨에 훈련 시설도 충분하다. 이제는 효율적이고 완벽한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시간이 왔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시차다. 국내보다 2시간 빠른 호주는 비행시간은 10시간에 가깝다는 점에서 미국 못지않기도 하지만 시차가 크지 않아 현지 입국 후나 국내로 돌아간 뒤에도 시차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불미스러운 일로 감독 없이 캔버라로 향한 KIA도 상황은 비슷했다. 무더위가 문제라면 문제지 몸을 만들기 어려운 날씨는 전혀 아니었다. 주장 나성범은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너무 더운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지만 추운 것보다는 따뜻한 환경에서 몸을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야구장이나 환경들이 만족스럽다"며 "시차 때문에 고생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런 것도 없어서 만족한다"고 전했다.
오래 전부터 나홀로 호주행을 즐겼던 두산의 입장을 통해 왜 호주인지를 더 명확히 들을 수 있었다. 두산은 과거부터 호주를 즐겨 찾았다. 국내 혹은 일본프로야구(NPB) 팀들과 연습경기를 하기에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호주를 찾았고 매년 좋은 성적을 내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태룡 단장은 "호주는 훈련하기 최적의 조건"이라며 호주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두산은 호주에서 1차적으로 몸을 만들고 이후 일본 미야자키로 향해 따뜻한 기후에서 먼저 몸을 만든 뒤 NPB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른다. 이마저도 일본 오키나와에 모여 '미니 KBO리그'를 치르는 팀들과 또 차이를 보인다.
김 단장은 "호주에서 먼저 몸을 만들고 2차로 한국과 기후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으로 향하는 것이다. 갑자기 한국으로 바로 넘어가면 기후 차이 특성상 오히려 몸이 경직되거나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KT는 비슷하고도 다른 이유로 국내를 택했다. 지난해 애리조나에서 고생을 했고 선수단에선 "차라리 이럴 거면 국내가 낫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펼쳤던 당시 선택한 기장이 선수단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우선 숙소 여건이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고 병원 치료 등과 개인 용무가 용이한 환경이라는 점도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추운 날씨인 한국을 택한 걸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모두 국내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 시절과는 달리 오직 KT만이 국내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단은 쌀쌀한 날씨 속에 두꺼운 옷을 입은 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에선 당장 결과를 판단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선수 영입이 그렇고 전지훈련지 선택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 해를 다 치르고 나서야 이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추운 환경에 질렸지만 한화-KIA와 KT의 선택은 엇갈렸다. 시즌을 다 마친 뒤엔 어떤 평가가 나올지, 내년 스프링캠프지 선택은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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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1차 스프링캠프지로 사용하고 있는 청명한 하늘의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볼파크 전경. /사진=안호근 기자 |
두산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드니 블랙타운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한화는 멜버른, KIA는 캔버라를 골랐다. 야구 기반 시설 등 미비로 가까운 지역에 캠프를 차릴 수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캠프 초반부터 호주로 건너간 팀들의 만족도는 남달랐다.
지난해의 악몽과 같은 기억 때문이었다. 한화와 KIA는 지난해 1차 캠프지로 미국 애리조나를 택했는데 이상 기후 탓에 날씨가 예년과 달리 영하권으로 떨어졌고 눈까지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선수들이 제대로 몸을 만들기 어려웠고 이는 같은 곳에서 훈련한 야구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대표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화와 KIA가 호주로 발길을 돌렸다. KT는 유일하게 기장에서 훈련 중이다. 겨울 날씨임에도 애리조나보다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최원호 감독(가운데)이 훈련을 하루 앞두고 먼저 멜버른 볼파크를 만족스런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최원호 감독도 "좋은 날씨에 훈련 시설도 충분하다. 이제는 효율적이고 완벽한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시간이 왔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시차다. 국내보다 2시간 빠른 호주는 비행시간은 10시간에 가깝다는 점에서 미국 못지않기도 하지만 시차가 크지 않아 현지 입국 후나 국내로 돌아간 뒤에도 시차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불미스러운 일로 감독 없이 캔버라로 향한 KIA도 상황은 비슷했다. 무더위가 문제라면 문제지 몸을 만들기 어려운 날씨는 전혀 아니었다. 주장 나성범은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너무 더운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지만 추운 것보다는 따뜻한 환경에서 몸을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야구장이나 환경들이 만족스럽다"며 "시차 때문에 고생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런 것도 없어서 만족한다"고 전했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KIA 선수들. |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태룡 단장은 "호주는 훈련하기 최적의 조건"이라며 호주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두산은 호주에서 1차적으로 몸을 만들고 이후 일본 미야자키로 향해 따뜻한 기후에서 먼저 몸을 만든 뒤 NPB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른다. 이마저도 일본 오키나와에 모여 '미니 KBO리그'를 치르는 팀들과 또 차이를 보인다.
김 단장은 "호주에서 먼저 몸을 만들고 2차로 한국과 기후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으로 향하는 것이다. 갑자기 한국으로 바로 넘어가면 기후 차이 특성상 오히려 몸이 경직되거나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투구 훈련을 하고 있는 두산 신인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추운 날씨인 한국을 택한 걸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모두 국내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 시절과는 달리 오직 KT만이 국내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단은 쌀쌀한 날씨 속에 두꺼운 옷을 입은 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에선 당장 결과를 판단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선수 영입이 그렇고 전지훈련지 선택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 해를 다 치르고 나서야 이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추운 환경에 질렸지만 한화-KIA와 KT의 선택은 엇갈렸다. 시즌을 다 마친 뒤엔 어떤 평가가 나올지, 내년 스프링캠프지 선택은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기장에서 훈련을 치르고 있는 KT 선수단.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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