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시드니(호주), 이후광 기자] 작년 이천 마무리캠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46억 FA 보상선수’ 박준영(27)이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한층 발전된 기량을 뽐내며 ‘천재 유격수’ 김재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재호 후계자 경쟁과 관련해 “박준영이 현재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두산의 2024시즌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 중 하나는 주전 유격수 발굴이다. ‘천재 유격수’ 김재호가 무려 10년 동안 야전사령관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 그도 올해로 39세가 됐다. 포스트 김재호로 기대를 모았던 안재석은 3시즌 222경기 타율 2할2푼6리 6홈런 36타점을 남기고 현역 입대했다. 이유찬, 박지훈, 오명진 등 백업 자원들이 즐비하나 경험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김재호는 최근 우여곡절 끝 연봉 3억 원에 현역 연장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회춘 시즌을 보냈고, 올해 또한 유격수 포지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전 김재호’는 두산이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KT 위즈 2루수 박경수처럼 김재호 또한 벤치와 그라운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야 팀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어떻게든 김재호 후계자를 발굴해야 하는데 지난해 이천 마무리캠프와 이번 시드니 스프링캠프를 통해 천재 유격수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탄생했다. 보상선수 성공신화를 꿈꾸고 있는 박준영이 그 주인공이다.
박준영은 경기고를 나와 2016년 신인드래프트서 NC 다이노스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는 시속 140km대 중반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 유망주였고, 데뷔 첫해 32경기 1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6.95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타자 전향을 결심했다.
박준영은 2020시즌부터 방망이를 잡았다. 수비의 경우 고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 포지션을 병행했기에 큰 무리 없이 유격수를 담당했다. 그러나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두산 이적 전까지 221경기 타율 2할7리 109안타 12홈런 53타점 12도루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2022시즌 또한 75경기 타율 2할1푼6리 4홈런 19타점에 그쳤던 터.
박준영은 2022년 12월 FA 자격을 얻어 NC와 4년 46억 원에 계약한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두 달 전 어깨 탈구 수술을 받으며 재활 도중 이적 소식을 접했고, 8개월 재활 소견과 달리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7월 초 마침내 두산 데뷔전을 치렀다.
박준영의 2023년 성적은 51경기 타율 2할2푼8리 4홈런 17타점. 7월 한 달 동안 타율 3할3푼3리 맹타를 휘두르며 잠시 보상선수 성공신화를 예감케 했다.
박준영은 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2023시즌을 되돌아보고 2024시즌 주전 유격수가 되기 위한 과제를 짚었다. 그러면서 사령탑의 1차 눈도장을 찍었다.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 결산 인터뷰에서 “박준영이 타격 쪽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많이 좋아졌다. 워낙 힘이 좋은 선수인데 마무리캠프를 통해 연습 태도, 노력, 자질 등 모든 부분이 기대 이상이었다. 내년에도 확실히 기대가 된다”라고 박준영을 포스트 김재호로 점찍었다.
1월에도 착실히 몸을 만든 결과 박준영은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이천의 기운을 잇고 있다. 최근 왼쪽 허벅지에 경미한 통증이 생겨 10일과 11일 휴식을 취했지만 그 전까지 유격수 오디션 참가자 가운데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박준영이 지금 너무 좋아 보인다. 기량 면에서 작년보다 좋아질 것 같다”라고 감독이 흡족한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박준영이 올 시즌 확실한 주전이 되기 위해선 캠프에서 부상 및 체력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타자 전향 후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고, 박준영이 담당해야 하는 포지션은 체력 소모가 가장 크다는 유격수다.
이 감독은 “한 가지 걱정되는 건 박준영의 몸이 풀타임을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이제는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작년에도 크고 작은 햄스트링 부상이 있었는데 이제는 컨디션 관리도 꾸준히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