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보여준 리더의 자격, KIA는 왜 81년생 초보감독을 만장일치로 선임했나
입력 : 2024.0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이범호 KIA 타이거즈 신임 감독이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부임 인사를 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이범호 KIA 타이거즈 신임 감독이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부임 인사를 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OSEN=이선호 기자] 우승 헹가래를 받을까?

KIA 타이거즈는 2017년 통산 11번째로 우승했다. 김기태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모두 한마음으로 모여 이루었다. 두산 베어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을 내주었지만 내리 네 판을 모두 이기고 우승컵을 들었다. 당시 내야수 이범호는 선수단의 중심이었다.

주장은 친구 김주찬이었다. 이범호는 주장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뒷배였다. 후배들인  최형우, 나지완 함께 선수단을 이끌었다. 그만큼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항상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용기도 심어주는 리더 이범호의 역할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은 똘똘 뭉쳤고 흔들림없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2011년 1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결별하고 KIA와 전격 FA 계약을 맺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랐고 한화(2000년)의 지명을 받았다. 단 한톨도 타이거즈 색깔은 없었다. 팀에 적응하려고 진심을 다했고 실적으로 FA 몸값을 했다. 광주로 이사해 정착했다. 광주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어느새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구단의 구성원들은 선수시절부터 이범호의 다른 능력도 눈여겨보았다. 팀을 위해 희생하고 동료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재질을 발견한 것이다. 2019시즌 프랜차이스 스타도 못했던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었다. 그라운드를 가득메운 팬들은 은퇴를 진심을 축하했고 지도자로 또 다른 미래를 그려나가길 응원했다. 어느새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OSEN=캔버라(호주), 박준형 기자] KIA 타이거즈가 지난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이범호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2024.02.07 / soul1014@osen.co.kr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연수가 좌절됐지만 2021시즌 2군 총괄코치로 파격 발탁을 받았다. 선배 코치들을 모시고 한 시즌 2군을 운영하는 기회를 얻었다. 1군 감독은 아니었지만 경기를 운영해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2022시즌은 1군 타격코치로 변신해 2년 동안 팀 타격을 끌어올리는 수완도 발휘했다. 선수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면서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년째 1군 타격코치로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김종국 전임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구단은 김 전 감독을 즉각 해임했고 새로운 사령탑 선임에 착수했다. 구단 운영부문 팀장들은 외부영입 보다는 내부발탁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범호 감독이 만장일치 단일후보였다. 입단 이후 선수와 코치까지 13년동안 보여준 이범호의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 감독은 10일 호주 캔버라 캠프에서 코치신분으로 화상면접을 치렀고 이틀만에 11대 사령탑 발령장을 받았다. 만 42세 3개월의 젊은 리더가 등장한 것이다. 구단은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신임감독./KIA 타이거즈 제공

이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자리를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가도록 하겠다”며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시에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서 맡겨 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7년 선수단 리더로 우승을 일구었다면 이제는 타이거즈 사령탑으로 통산 12번째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였다. 앞으로 갈 길도 멀고 시행착오와 함께 위기도 찾아올 것이다. 81년생 젊은 리더가 감독으로도 성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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