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2군 총괄→1군 감독' 5년 만에 초고속 승격…이범호의 KIA는 다시 호랑이 발톱을 세울 수 있을까
입력 : 2024.0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캔버라(호주), 박준형 기자] KIA 타이거즈가 지난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이범호 코치가 미소 짓고 있다. 2024.02.07 / soul1014@osen.co.krOSEN DB

[OSEN=조형래 기자] KIA 타이거즈가 드디어 내홍을 수습하고 정상궤도를 되찾을 준비를 마쳤다. 공석이던 사령탑 자리에 ‘준비된 감독’을 앉히면서 다시 호랑이 발톱을 세울 준비를 마쳤다. 이범호(43) 신임 감독은 우승 후보 KIA의 화려한 반전을 이끌 수 있을까 

KIA는 13일, ‘제11대 감독으로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 2년에 총액 9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의 조건이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뒤 2009년까지 활약했다. FA 자격을 얻어서 2010년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진출했고 2011년 KIA로 이적해 2019년까지 KIA에서 활약한 뒤 은퇴했다. KBO리그 통산 타율 .271,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에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 감독은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으며, 2021시즌 퓨처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KIA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마주했다. 2024년 계약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던 김종국 감독이 때아닌 배임수재 혐의에 휘말린 것. 지난 1월 28일 김종국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KIA 구단은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튿날인 29일, 김종국 감독에게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김 감독과 지난해 박동원 뒷돈 파문으로 해임된 장정석 전 단장은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각각 1억원대,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이 업체는 KIA 구단과 후원 협약을 맺는 것 등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에 걸쳐 김 감독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을 해임 조치하면서 상황 수습에 돌입했다.

OSEN DBOSEN DB당장 스프링캠프 출발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KIA는 혼선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했지만 시즌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정해야 하는 수장의 부재는 선수단 분위기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KIA는 일단 심재학 단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감독을 물색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스프링캠프까지 시작한 상황에서 타구단 지도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타구단 지도자를 제외하면 결국 현장을 떠나 있는 야인, 아니면 내부 코칭스태프의 승격 밖에는 없었다.

KIA는 베테랑 지도자들과 내부 코치들을 모두 후보군에 놓고 빠르게 비교에 돌입했다. 선동렬 전 감독, 이종범 전 KIA 코치 등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들이 야인 후보군에서는 많이 거론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KIA 구단은 내부 승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진갑용 수석코치와 이범호 1군 타격코치가 내부 승격 후보군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최종 선택은 이범호 감독이었다. 이미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범호 코치는 화상으로 면접을 봤고 스프링캠프 숙소에서 감독 확정 통보를 받았다. 

[OSEN=캔버라(호주), 박준형 기자] KIA 타이거즈가 6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이번 스프링캠프에는 코칭스태프 19명, 선수 47명 등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이번 캠프에는 2024년 신인 조대현과 김민주 또한 합류했다.KIA 이범호 코치가 장비 트럭을 몰고 공을 나르고 있다  2024.02.06 / soul1014@osen.co.krOSEN DB이범호 감독은 올해 1981년생, 43세로 10개 구단 지도자 가운데 최연소다. 최초로 1980년대생 감독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도자 경력도 가장 짧다. 2019년 은퇴 이후 연수를 거치고 2021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군 총괄 코치와 1군 타격 코치를 거쳤다. 올해로 지도자 4년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구단 안팎에서 이범호 감독은 ‘언제가 감독을 할 인물’로 평가 받았다. 주변을 아우르고 살피는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신망을 얻었고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자신만의 확고한 야구철학과 빠른 판단력으로 지도자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KIA는 이범호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 이범호 감독은 분위기를 추스리고 분위기 반전을 꾀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시즌이다. 외국인 선수부터 고심 끝에 최상의 선수들을 뽑아왔다. 현역 메이저리거인 윌 크로우, 그리고 과거 애런 브룩스를 연상케 하는 제임스 네일을 데려오면서 외국인 투수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의 토종 좌완 3인방의 조합은 10개 구단 최상위권. 그리고 타선도 신구조화, 힘과 세기를 겸비하면서 완성형에 가깝다. 주장 나성범을 비롯해 최고참 최형우, 2루수 FA 잔류 계약을 맺은 김선빈 등 베테랑 라인이 굳건하다. 박찬호 김도영 최원준 이우성 김태군 등 포지션별로 탄탄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타선은 더 이상 손 볼 곳이 없다. KIA의 탄탄한 전력은 디펜딩 챔피언 LG를 긴장케 하고 있다. KIA 전력은 우승후보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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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우왕좌왕했던 팀에 새로운 수장이 앉으면서 다시 중심을 잡았다. 이제 KIA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범호 감독의 지도력과 카리스마로 선수단이 합심해야 한다. 우승후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이제는 증명해야 한다. 비교적 빠르게 감독을 선임한 만큼 KIA의 분위기도 빠르게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범호의 KIA가 잠시 무뎌졌던 호랑이 발톱을 날카롭게 세워야 할 때다.

새로 선임된 이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자리를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가도록 하겠다”며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서 맡겨 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jhrae@osen.co.kr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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