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 "선수들이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KIA 타이거즈가 42살의 젊은 이범호 감독을 1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감독 선임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범호 감독으로 가는 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감독 선임 첫 번째 기준으로 KIA를 잘 아는 인물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그래서 외부영입이 아닌 내부발탁으로 결정했고 이 감독을 낙점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종국 전 감독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갑자기 퇴진했다. 수장없이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구단은 외부영입 감독은 선수들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진단했다. 하마평이 무성했던 선동열 전 감독과 이종범 전 코치도 10년 넘게 KIA를 떠나있었기에 선수들의 성향과 기량 파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대단히 친숙한 인물이다. 2019년까지 현역으로 뛰었으니 형으로 대했던 선수들이 아직 남아있다. 은퇴후 2020시즌은 스카우트 및 전력분석원으로 일했다. 2021년 퓨처스팀 총괄코치로 1년 동안 지휘했다. 퓨처스 팀의 젊은 선수들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2시즌부터는 1군 타격코치로 2년을 보냈다.
이 감독도 "선수들의 손가락 발가락 상태를 모두 알고 있다"며 웃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13년동안 함께한 이범호 감독의 성향과 철학을 잘 알고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 선수시절부터 합리적이고 군림하지 않는 리더로 자리해왔기 때문이다. 선수와 감독이 서로 주파수를 맞추느라 빚어지는 시간낭비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올해 KIA는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투타의 전력이 2017년 우승 이후 가장 짜임새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들도 올해 우승의 적기라고 생각하고 어느 때보다 알차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범호 감독이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윈나우' 행보에 차질을 우려하는 시각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을 상쇄하는 것이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캔버라 캠프에서 훈련 하면서 누가 감독으로 부임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언론에서 거론하는 후보들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호불호를 따졌을 것이다. 어쩌면 새 감독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구단이 이범호 감독으로 최종 발표하자 선수들은 환영하고 있다. 호주 캠프에 있는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반기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생소한 감독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고 친숙한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하고 있는 것이다.
팬들도 대체로 이범호 체제의 출범을 응원하고 있다. 2017시즌에 이어 12번째 우승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감독은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하는 이런 분위기가 만들겠다. 그래야 최선을 다하고 좋은 성적이 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에도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