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 젊은 감독은 승리의 리더십으로 권위를 확보할까?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의 발탁은 파격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1월25일이 되어야 만 43살이 된다. 14일로 기준을 잡으면 만42세 3개월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 타이거즈 역대는 2대 사령탑을 맡은 김응용 감독은 1983년부터 팀을 지휘했는데 만 42살이 되지 않는 시점이었다. 역대로 두 번째로 나이가 어렸다.
은퇴할 때부터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를 받았다. 김종국 감독이 부임할 때도 거론되었는데 지도자 경험이 부족해 제외됐다. 이번에도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을 인정하면서도 차차기에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예상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 감독의 선임을 발표하자 좀 빠르다는 반응도 나왔다. 구단은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젊은 리더를 선택해 분위기 일신을 꾀했다.
구단내의 주요 직책을 가진 인물들과도 나이 차가 크다. 당장 심재학 단장의 9년 후배이다. 선수 기용권한을 갖고 경기와 훈련을 지휘하는 감독과 구단 운영부문을 책임지는 단장은 대등한 관계이다. 선수 9년 차이는 일반인의 9년 차이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위계질서 문화가 있는 야구선수로 자랐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가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
감독과 단장은 많은 사안을 놓고 논의한다. 사이가 원만해야 팀이 잘 돌아가고 성적도 난다. 감독과 단장이 충돌해 사달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서로 존중하면서 의견을 전달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매끄러워야 한다. 물론 심단장이 선수기용에 관여하는 일은 없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이 감독이 소신있게 팀을 이끄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군 진갑용 수석코치의 7년 후배이다. 진수석은 7살 어린 감독을 보좌한다. 나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 감독이나 진 수석 위치에서는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진 수석은 감독 선임과정에서는 내부발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모든 구성원이 상위권 성적을 바라보는 만큼 하나의 팀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 감독과 진수석이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포수이자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고 전임 김종국 감독의 요청으로 2년 동안 수석코치로 일해왔다. KIA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이 감독의 판단과 결정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갖추고 있다. 호주로 건너간 심재학 단장은 14일 이 감독과 회동을 갖고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비단 심 단장과 진 수석코치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코치진과 구단 직원들 가운데서도 선수 때부터 인연을 맺은 선배들이 많다. 42살 젊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나이를 떠나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위상과 권위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제부터 권위는 나이가 아닌 성적에 달려 있다. 승리의 리더십으로 그 위상과 권위를 드높이는 일이 이 감독의 숙제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