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KIA 타이거즈가 지도자 경력이 짧은 이범호(43) 1군 타격코치를 감독으로 올리는 데는 현재 선수단을 잘 안다는 것이 컸다. 여기에 KIA 수뇌부의 마음을 훔친 자신감 넘치는 한 마디가 있었다.
KIA는 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에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범호 감독이 선수 시절 2011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KIA로 KBO 복귀하며 맺은 인연이 감독으로까지 이어졌다. KIA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봤던 '현재' 선수단을 잘 알고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이범호 감독은 만점에 가까운 인사였다. 선수단 대부분 양현종(36·2007년 2차 1R)과 김선빈(35·2008년 2차 6R)을 제외하면 신인 시절부터 이범호 감독과 함께했다. 2019년 KIA에서 은퇴, 해외 연수를 거친 뒤 2021시즌 퓨처스 총괄코치로 본격적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으면서는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감독의 선임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었던 건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과 그의 짧은 지도자 경력이었다. 올해 KIA는 탄탄한 타선과 알찬 외국인 선수 보강으로 5강 이상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4년 차 지도자인 이 감독에게 기민한 경기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 KIA도 이 부분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13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시즌을 바로 앞둔 상황이라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승격이 낫다고 봤다. 외부 인사가 우리 팀에 녹아들기에는 생각보다 더 시간이 짧다고 판단했다. 감독 선임에 참여한 팀장급 인사를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도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KIA의 결정으로 이 감독은 KBO리그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이 되면서 젊은 감독 시대를 열어젖혔다. 내부 인사 중에서도 이 감독이 최종 후보에 오른 이유로는 "선수 때 보여준 리더십과 선수들과 보여준 케미스트리를 봤다. 지금 구성된 선수단과 케미스트리 부분에서 이 감독이 후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지금이 어떤 위기인지 잘 파악하고 있었고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감독 선임 관련 보도자료에는 독특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KIA는 이 감독의 선수 시절을 간단히 요약하면서 말미에 "특히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감독은 은퇴한 지 5년이 흘렀음에도 2023시즌 종료 시점에서 통산 만루 홈런 2위 강민호(삼성 라이온스·13개)와 상당한 격차로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덧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초보 사령탑에 대한 팬들의 우려에 심재학 단장은 "우리도 그 부분을 많이 걱정하고 신경 썼다"고 이해하면서 "10일에 화상채팅으로 감독 면접을 봤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이 감독의 답변이 있다. 이 감독은 '압박을 받았을 때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수 때부터 압박감을 즐겼다. 감독으로서는 아직 겪어보지 않았으나,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 크게 긴장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그 대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심 단장뿐 아니라 다양한 구단 관계자가 참여한 이번 면접에서 이 감독은 지금의 KIA에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후문. 현재 KIA 선수단은 지난해 정규시즌 모습을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김도영(21), 최지민(21), 윤영철(20)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였고, 이우성(30), 박찬호(29) 등 중견급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라인업에 무게감이 생겼다. 2017년부터 KIA를 지켜본 최고참 최형우도 "그동안은 우리 팀이 5강권이라 말해 왔는데 이젠 상위권이랑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할 정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만큼 선수들 사이에 체력 관리와 출전 시간 배분 등 감독으로서 신경 쓸 일이 많다. 이 감독은 이걸 더그아웃 분위기와 소통에서 답을 구하려 했다.
심 단장은 "이 감독과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또 있었다. 선수들이 스스로 나를 찾아오게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면담을 많이 하면서 더그아웃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전혀 눈치를 주지 않고 선수들이 야구를 즐기고 놀이터처럼 뛰어놀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날(13일) 감독 선임을 마친 심 단장과 구단 관계자들은 급히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장에서 직접 이 감독의 이야기와 선수단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 심 단장은 "아직 이 감독과 심도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려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대화를 통해 시즌을 구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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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이범호 감독이 2017년 9월 12일 인천SK전에서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현역 시절 이범호 감독이 2017년 9월 12일 인천SK전에서 만루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사진=KIA 타이거즈 |
KIA는 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에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범호 감독이 선수 시절 2011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KIA로 KBO 복귀하며 맺은 인연이 감독으로까지 이어졌다. KIA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봤던 '현재' 선수단을 잘 알고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이범호 감독은 만점에 가까운 인사였다. 선수단 대부분 양현종(36·2007년 2차 1R)과 김선빈(35·2008년 2차 6R)을 제외하면 신인 시절부터 이범호 감독과 함께했다. 2019년 KIA에서 은퇴, 해외 연수를 거친 뒤 2021시즌 퓨처스 총괄코치로 본격적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으면서는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감독의 선임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었던 건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과 그의 짧은 지도자 경력이었다. 올해 KIA는 탄탄한 타선과 알찬 외국인 선수 보강으로 5강 이상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4년 차 지도자인 이 감독에게 기민한 경기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 KIA도 이 부분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13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시즌을 바로 앞둔 상황이라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승격이 낫다고 봤다. 외부 인사가 우리 팀에 녹아들기에는 생각보다 더 시간이 짧다고 판단했다. 감독 선임에 참여한 팀장급 인사를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도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13일(한국시간)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13일(한국시간)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KIA의 결정으로 이 감독은 KBO리그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이 되면서 젊은 감독 시대를 열어젖혔다. 내부 인사 중에서도 이 감독이 최종 후보에 오른 이유로는 "선수 때 보여준 리더십과 선수들과 보여준 케미스트리를 봤다. 지금 구성된 선수단과 케미스트리 부분에서 이 감독이 후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지금이 어떤 위기인지 잘 파악하고 있었고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감독 선임 관련 보도자료에는 독특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KIA는 이 감독의 선수 시절을 간단히 요약하면서 말미에 "특히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감독은 은퇴한 지 5년이 흘렀음에도 2023시즌 종료 시점에서 통산 만루 홈런 2위 강민호(삼성 라이온스·13개)와 상당한 격차로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덧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초보 사령탑에 대한 팬들의 우려에 심재학 단장은 "우리도 그 부분을 많이 걱정하고 신경 썼다"고 이해하면서 "10일에 화상채팅으로 감독 면접을 봤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이 감독의 답변이 있다. 이 감독은 '압박을 받았을 때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수 때부터 압박감을 즐겼다. 감독으로서는 아직 겪어보지 않았으나,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 크게 긴장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그 대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심 단장뿐 아니라 다양한 구단 관계자가 참여한 이번 면접에서 이 감독은 지금의 KIA에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후문. 현재 KIA 선수단은 지난해 정규시즌 모습을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이범호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
김도영(21), 최지민(21), 윤영철(20)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였고, 이우성(30), 박찬호(29) 등 중견급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라인업에 무게감이 생겼다. 2017년부터 KIA를 지켜본 최고참 최형우도 "그동안은 우리 팀이 5강권이라 말해 왔는데 이젠 상위권이랑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할 정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만큼 선수들 사이에 체력 관리와 출전 시간 배분 등 감독으로서 신경 쓸 일이 많다. 이 감독은 이걸 더그아웃 분위기와 소통에서 답을 구하려 했다.
심 단장은 "이 감독과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또 있었다. 선수들이 스스로 나를 찾아오게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면담을 많이 하면서 더그아웃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전혀 눈치를 주지 않고 선수들이 야구를 즐기고 놀이터처럼 뛰어놀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날(13일) 감독 선임을 마친 심 단장과 구단 관계자들은 급히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장에서 직접 이 감독의 이야기와 선수단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 심 단장은 "아직 이 감독과 심도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려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대화를 통해 시즌을 구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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