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이후광 기자] 이게 바로 비FA 다년계약 클래스다. KT 위즈 마운드의 기둥 고영표(33)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멋진' 투수조장이 됐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KT 위즈.
고영표는 2차 캠프 첫 휴식일을 앞둔 26일 투수조 전체와 돌아온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소집해 저녁식사를 샀다.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내내 마운드 업그레이드를 위해 고생하는 스승 제춘모, 전병두 투수코치도 자리에 초대했다.
메뉴는 고가의 일본식 숯불고기인 야끼니꾸였다. 고영표는 기장 캠프에 이어 오키나와 캠프를 진행 중인 선수단이 힘든 일정 속에서 힘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흔쾌히 약 200만 원 상당의 음식을 쐈다. KT의 창단 첫 다년계약 대상자로서 팀원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식사를 통해 전달했다.
고영표는 “투수조장으로서 사기 진작 차원에서 식사를 진행했다. 내가 큰 계약한 것도 있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라며 “선배로서 후배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교류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팀원들끼리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야 좋은 팀이 된다.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이기를 바란다. 이동 수단까지 대절해주신 구단에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진심은 고스란히 투수진에게 전달됐다. 엄상백은 “큰 계약을 했어도 사실 다 같이 모여 회식 자리를 갖는 게 쉽지는 않다. 투수조장답게 영표 형이 행동으로 몸소 보여줘서 팀을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느껴졌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고영표는 지난달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옵션 12억 원)에 KT 구단 최초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2018년 황재균의 4년 88억 원을 넘어 구단 최고액의 사나이가 된 고영표는 37살이 되는 오는 2028년까지 KT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종신 KT맨을 선언한 셈이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한 고영표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1라운드 10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KT 창단멤버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고영표는 2018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시즌 통산 19승을 수확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고영표의 전성기는 2021시즌부터 시작됐다. KBO리그 전설의 잠수함 이강철 감독을 만나며 마침내 풀타임 선발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2021년 26경기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를 시작으로, 2022년 28경기 182⅓이닝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의 커리어하이를 썼고, 지난해에도 28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로 토종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기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5.87, 퀄리티스타트 63회를 기록했다.
고영표는 지난해에도 국내선수 기준 퀄리티스타트(21회), 이닝(174⅔) 1위, 평균자책점, 다승, WHIP(1.15), 2위 등 상위권을 독식하며 다시 한 번 리그 최고의 토종 에이스로서 입지를 굳혔다. 고영표는 지난해 12승으로 종전 윌리엄 쿠에바스(2019~2020), 배제성(2019~2020),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020~2021)를 넘어 KT 구단 최초 3시즌 연속 선발투수 10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KT 역대 최다 경기 선발 등판(127경기), 최다승(55승), 최다 이닝(920⅔이닝), 최다 완봉승(4회) 등 각종 부문에서 구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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