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 몰랐다'' 이정후, 첫 홈런 치고도 '이것' 때문에 난감…김하성 말이 맞았다
입력 : 2024.03.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말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안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02.28 /sunday@osen.co.kr[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오늘은 헬멧이 고정돼 있던데?”

1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데뷔 첫 홈런을 신고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미국 현지 취재진은 ‘헬멧’을 물었다. 데뷔전에서 4번이나 벗겨진 헬멧이 이날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정후는 “오늘은 조금 세게 눌러 썼다. (맞춤 제작 헬멧은) 아직 못 받았다”며 “혹시라도 뛰다가 공에 맞거나 하면 안 되니까 뛰면서도 (헬멧이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키려고 의식하면서 했다”고 답했다. 

이정후는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벌어진 2024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1회 첫 타석부터 우월 2루타를 터뜨리더니 3회 우중월 솔로포로 첫 홈런을 신고했다. 

6회에는 수비 시프트에 걸려 3루 땅볼로 아웃됐지만 하드 히트를 날리며 3타석 모두 좋은 타격을 선보인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전(3타수 1안타 1득점)에 이어 2경기 연속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시범경기 2경기 성적은 타율 5할(6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3회초 2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c

이날 이정후의 홈런만큼 주목받은 것은 헬멧이었다. 첫 경기였던 시애틀전에서 이정후는 무려 4번이나 헬멧이 벗겨졌다. 1회 첫 타석부터 2구째 공에 파울을 치면서 헬멧이 훌렁 벗겨졌다. 이어 3구째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든 뒤 1루로 달려갈 때도 헬멧이 또 땅에 떨어졌다. 왼손으로 헬멧을 잡으려고 했지만 놓쳤다. 

주루 플레이 중에도 신경쓰였는지 2루에서 헬멧을 고쳐쓰기도 한 이정후는 4회 3번째 타석에서도 헬멧이 연이어 벗겨졌다. 4구째 공에 헛스윙을 하며 홈플레이트 아래로 헬멧이 떨어졌다. 이어 5구째 공에 헛스윙 삼진 당한 이정후는 땅에 떨어진 헬멧을 주워 덕아웃에 돌아가야 했다. 

데뷔전에서 4번이나 헬멧이 벗겨졌고, 이 모습을 미국 취재진도 신기하게 바라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헬멧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헬멧이 너무 크다. (김)하성이형처럼 자꾸 벗겨진다. 형 사이즈로 해서 주문한 게 있다. 특수 제작한 걸 하나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말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안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02.28 /sunday@osen.co.kr[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가 진행됐다.4회말 2사 1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2024.02.28 /sunday@osen.co.kr

메이저리그에 3년 먼저 온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겪은 일이었다. 지난달 17일 스프링 트레이닝 공식 소집 첫 날 헬멧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하성은 “정후도 나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더라. 같은 우타자면 하나 해줄 텐데 정후도 빨리 하나 맞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벗겨지는 헬멧’은 김하성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용품을 공급하는 업체인 ‘롤링스’는 서양인 두상에 맞춰 헬멧을 제작한다. 장두형인 서양인에 비해 단두형인 동양인은 이 헬멧을 썼을 때 앞뒤의 공간이 남는다. 그 사이 패치를 붙이기도 하지만 단단하게 고정이 안 된다. 결국 제일 큰 사이즈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너무 헐거워져 쉽게 벗겨진다. 한국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같은 일본인 선수들도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매 순간 몸을 사리지 않는 김하성의 경우 유독 헬멧이 잘 벗겨졌다. 지난해 8월23일 샌디에이고 구단이 펫코파크를 찾은 4만명의 팬들에게 증정한 김하성 버블헤드 인형은 헬멧 탈부착으로 특별 제작되기도 했다. 하나의 캐릭터가 될 정도로 보는 재미는 있지만 부상 보호 방지 차원에서 지난해 8월말 샌디에이고 구단이 김하성을 위한 맞춤 제작 헬멧을 마련했다. 

[OSEN=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초 2사 2루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스카 메르카도의 땅볼 때 김하성이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가고 있다. 2024.02.29 /sunday@osen.co.kr[OSEN=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초 1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시카고 화이트삭스 브라이언 쇼의 폭투를 틈타 2루로 쇄도하고 있다. 2024.02.29 /sunday@osen.co.kr

이정후의 헬멧이 화제가 된 다음날인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마치고 만난 김하성은 “나도 다 경험했던 것이다. 정후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례가 있어 정후는 (맞춤 제작 헬멧을) 조금 더 빨리 받는 것 같다”며 “맞춤 제작 헬멧을 나를 통해 주문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다 롤링스 용품을 쓰는데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 알아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맞춤 제작 헬멧을 착용 중이지만 여전히 주루시 손이 헬멧으로 향하는 김하성은 “그 전보다 벗겨지지 않아서 괜찮다. 헬멧이 한국 것보다 많이 딱딱하고 강해서 무게가 나간다. 조금만 뛰어도 흔들리면 벗겨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적응이 돼 괜찮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3년차가 된 지난해 후반기에야 맞춤 제작 헬멧을 썼다. 자꾸 떨어지는 헬멧이 불편해 보였지만 김하성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내가 헬멧을 바꿔달라고 굳이 말하지 않았고, 강하게 어필하지도 않았다. 난 벗겨져도 상관없었는데 팬분들이나 구단에서 위험할 것 같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나도 어느 순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맞춤 제작을 하게 된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OSEN=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최규한 기자]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1루에서 아웃되며 헬멧이 벗겨지고 있다. 2022.05.28 /dreamer@osen.co.kr[OSEN=최규한 기자]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자신의 헬멧 탈부착 버블헤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0 / dreamer@osen.co.kr

타격할 때 떨어지는 것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되지만 주루를 할 때 헬멧 없이 상대 수비수와 충돌하면 머리를 크게 다칠 수 있다. 김하성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일수록 더 위험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야구’를 선언한 이정후도 부상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맞춤 제작 헬멧이 필수다. 김하성이 먼저 이런 상황을 겪은 덕분에 이정후는 정규시즌 데뷔에 앞서 빠르게 맞춤 제작 헬멧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하루이틀이면 온다던 새 헬멧이 아직 오지 않았다. 이날 두 번째 경기에서 이정후의 헬멧은 벗겨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경쓰이는 건 여전하다. 이정후는 “여기 헬멧은 한국 것과 다르게 무겁다. 헬멧이 크다 보니 창도 앞이 길어서 투수 볼 때 시야도 안 보이는 게 있다. 칠 때 어쩔 수 없이 조금 창을 위로 올리고 쳐야 한다. 그래야 앞에 부분이 밑으로 안 내려가서 투수를 조금 더 잘 볼 수 있다. 빨리 맞춤 제작 헬멧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 당시 헬멧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한 게 없다는 이정후는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헬멧으로 인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정후는 시범경기 2경기 만에 ‘한국의 천재 타자’ 명성을 입증했다. 맞춤 제작 헬멧을 쓴 이정후의 타격이 얼마나 더 매서워질지 궁금하다.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말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안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02.28 /sunday@osen.co.kr[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가 진행됐다.4회말 2사 1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스트라이크 낫아웃 삼진을 당한 뒤 1루로 달리고 있다. 2024.02.28 /sunday@osen.co.kr[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말 무사 1루에서 시애틀 라이언 블리스의 실책 때 2루로 쇄도해 세이프 된 이정후가 헬멧을 고쳐쓰고 있다. 2024.02.28 /sunday@osen.co.kr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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