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많이 올라왔던데요'' 실전 중심 대만 스캠, '거리 멀고 값비싼' 미국 스캠 대안될까
입력 : 2024.03.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키움 선수단이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선수단이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SSG 선수단이 2024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에서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SSG 선수단이 2024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에서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과거 낙후된 훈련 시설로 외면받던 대만이 멀고 값비싼 미국 스프링캠프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024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미국 애리조나주)와 삼성 라이온즈(일본 오키나와)를 제외한 8개 KBO 팀은 스프링캠프를 두 차례 나눠 진행했다.

이유는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함이다. 올해 KBO리그는 예년보다 빠른 3월 23일 개막한다. 여러 이유가 작용했다. 올해 11월에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열린다. 최근 잦아진 비도 문제였다. 지난해 잦은 우천 취소로 인해 한국시리즈가 11월 중순까지 치러지는 등 시즌 운영에 악재가 많았다. KBO 관계자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날씨의 영향이 아무래도 있다. 그렇다고 매년 3월 말로 앞당겨질지는 미지수다. 이유가 한 가지일 순 없다. 올해는 연말에 프리미어12 대회가 열리는 것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2차 캠프는 일본과 대만 둘로 나뉘었다. 두 나라 모두 겨울에도 한국에 비해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곳. 기반 시설이 잘돼 있는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의 경우 KBO 팀이 많이 찾아 서로 연습경기도 할 수 있어 예로부터 인기 스프링캠프 지역이었다. KT 위즈(부산 기장→일본 오키나와), 두산 베어스(호주 시드니→일본 미야자키), KIA 타이거즈(호주 캔버라→일본 오키나와), 롯데 자이언츠(미국 괌→일본 오키나와), 한화 이글스(호주 멜버른→일본 오키나와) 등 6개 팀은 일본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대만을 선택한 팀도 있다. SSG 랜더스는 1월 30일부터 2월 22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1차 캠프를 마친 후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대만 자이에서 2차 캠프를 치렀다. 키움 히어로즈는 1월 29일부터 2월 15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1차 캠프 후 2월 17일부터 3월 6일까지 대만 가오슝에서 2차 캠프를 진행했다. 키움은 퓨처스팀 파견을 포함하면 꾸준히 대만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팀이었고, SSG는 2017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동안 대만은 낙후된 시설과 마땅한 연습경기 상대를 찾지 못해 선호되는 스프링캠프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대만을 찾은 1군 선수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키움 선수단이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선수단이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SSG 최정이 대만프로야구팀을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SSG 최정이 대만프로야구팀을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선수들이 공통으로 꼽은 장점은 미국, 일본에 비해 더 따뜻한 날씨, 이동 시간, 시차 적응이었다. 단점은 열악한 시설과 현지 음식이었다. 올해 키움에서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를 경험한 후 대만을 처음 찾은 이주형(23·키움)은 "미국보다 대만이 더 따뜻해서 몸이 더 잘 풀린다. 오히려 우리나라 여름처럼 더울 때도 있어 체력이 빨리 소비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 날씨에서 해야 하니까 미리 경험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나는 미국보다 대만이 좋은 것 같다. 시차 적응은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동 시간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나이가 들수록 이동 시간과 시차 적응에 부담감을 토로했다. 대만에서 만난 김광현(36·SSG)은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 가서 시차 적응에 5일 정도 걸렸다. 대만에서도 이틀째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서진용(31·SSG) 역시 "날씨는 두 나라가 비슷하다. 시설은 대만보다 미국이 확실히 좋다. 야구장과 숙소, 숙소와 야구장의 거리도 그렇고 실내 시설도 잘돼 있어 몸만들기에는 훨씬 좋다"면서도 "대만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가깝다. 비행기를 오래 안 타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플로리다가 가깝기만 하면 정말 베스트인데 오고 갈 때 새벽에 밤을 새고 오는 사람도 많고 하루 이틀을 이동으로만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몸을 만들어 와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시차 적응으로 고생하는 선수도 많다"고 전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컨디션 조절 부분에서 미국 스프링캠프의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미국에 가면 시차를 적응하는 데 길면 일주일까지 걸린다. 훈련은 18일 정도 하는데 출발 전에는 선수들이 몸을 너무 잘 만들어 와서 만족스러운데 이동할 때마다 리셋이 되는 것이 아쉽다. 선수들도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비용 면에서도 대만이 확실히 미국보다 저렴했다. 올해 기준으로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키움은 대만 2차 캠프 비용은 미국 1차 캠프 비용의 70%였다. 16일 간 선수 24명 포함 총 46명으로 인원을 최소화하고 메이저리그(ML)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훈련 시설 비용을 거의 내지 않았음에도 퓨처스 선수 40명까지 더해진 대만에서의 20일의 시간과 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SSG는 가격 차가 더욱 나서 대만 캠프 비용이 미국 캠프의 ¼수준이었다. 많은 인원과 거리 탓에 비용 차이가 더욱 컸다.

키움 이주형(왼쪽)이 대만프로야구팀과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이주형(왼쪽)이 대만프로야구팀과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SSG 김광현이 대만프로야구팀과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SSG 김광현이 대만프로야구팀과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최근 부쩍 국제 경쟁력이 생긴 대만프로야구팀의 기량은 이번에 드러난 또 하나의 장점이었다. 최근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쿠바, 이탈리아, 네덜란드, 파나마 등과 본선 1라운드 A조에 2승 2패 동률을 이루면서 아쉽게 탈락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1999년생 이하 어린 선수들과 프로 데뷔 4년 차 이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을 예선에서 4-0으로 완파하면서 놀라움을 안겼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2-0 승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설욕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이번이 한국이 대만을 이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지 모른다. 앞으로도 한국이 대만을 이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좋은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열악한 자국 리그를 뒤로 하고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 크다. 혹여 실패하더라도 자국 리그로 돌아와 선진 야구를 전파해 리그 경쟁력을 차츰 키우고 있다. 또한 자체 청백전과 KBO리그 타 팀과 대결 시 우려되는 부상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던 채 실전을 치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대만프로야구팀과 몇 차례 상대해 본 최주환(36·키움)은 "대만은 거의 10년 만에 왔는데 그때보다 현지 프로팀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이 느껴진다. 특히 타자는 확실히 위협적인 선수들이 몇 보인다. 연습 경기 상대로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용은 "라이브 피칭과 자체 청백전은 괜히 같은 팀 선수가 다칠까 봐 투수도 적극적으로 못 던지는 경우가 많다. 타자들도 혹시나 하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승부를 들어오지 못한다. 그렇게 바깥쪽 승부를 해 서로 감각이 떨어질 바에는 모르는 팀이랑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광현 역시 "투수의 입장에서 같은 팀 선수나 KBO 팀이랑 하는 거보단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어 더 좋다. 혹여나 공이 빠져 상대 타자가 부상을 당하면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된다. 대만 타자들도 다치면 안 되지만, 확실히 다른 국내 타자를 상대할 때보다 부담이 덜한 것도 사실"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시설이 미국에 비해 열악한 것은 명백하고 향이 강한 현지 음식에 일주일도 안 돼 살이 4㎏가 빠지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도 있었다. 또한 연습 경기와 훈련을 위해 그 기간만큼 경기장과 훈련 시설 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적으로도 고려할 부분이 있다.

최근 몇 년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미국과 일본의 현지 날씨에 원하는 만큼 훈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들어갈 수 있는 팀이 한정적이다. 대만과 호주가 새로운 스프링캠프 훈련지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연습 경기를 위함이라면 대만도 나쁘지 않다는 선수들의 의견도 많았다. 만약 올해처럼 국제대회 일정과 날씨를 이유로 리그 일정이 조금씩 앞당겨져 시범경기 수가 줄어든다면 실전 경험을 위해 대만 스프링캠프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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