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광주=김동윤 기자]
V리그 여자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의 야스민 베다르트가니(28·등록명 야스민)가 꾸준하고도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2위 흥국생명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다사다난했던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을 차츰 변화시킨 야스민의 진심 어린 말이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8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홈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1(18-25, 25-22, 25-23, 25-14)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페퍼저축은행은 4승 30패(승점 14)를 기록, 창단 후 최악의 시즌을 면했다. 2021~2022시즌 V리그에 발을 들인 페퍼저축은행의 한 시즌 최소 승수, 승점, 최다 패 기록은 데뷔 시즌 3승 28패와 11점, 2022~2023시즌 31패(5승)이다. 반면, 제대로 발목 잡힌 2위 흥국생명은 26승 8패(승점 73)로 선두 현대건설(24승 9패·승점 74)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공격 성공률 53.73%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8점을 올린 야스민이었다. 세터 박사랑(21)과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박사랑은 야스민에게 공격 점유율 43.5%로 많은 공을 몰아주면서도 후위 8득점, 시간차 5득점, 퀵오픈 10득점 등 어떤 형태든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전 이경수 페퍼저축은행 감독대행이 우려했던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 문제를 완벽하게 부수는 활약이었다.
경기 후 이경수 감독대행도 "사실 몸 풀 때도 그렇고 상위 팀과 맞대결이라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 첫 세트만 해도 힘들다 생각했는데 2세트부터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매우 만족한다"고 웃으면서 "박사랑이 첫 세트에는 흔들렸는데 이후 안정적으로 토스를 해줬다. 야스민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때려줬다. 꾸준히 득점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정말 최고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트린지 전 감독이 경질된 후 이경수 전 감독은 세터와 공격수 간 호흡에 집중했다. 세터가 무조건 공격수를 향해 공을 쏘기보단 최대한 공격수들이 치기 좋은 높이로 공을 띄워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야스민은 "훈련 때 하이볼과 C퀵을 구분하는 걸 많이 연습했는데 그게 오늘(8일) 경기에서도 잘된 것 같다. 그뿐 아니라 훈련 중 호흡을 맞추는 데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데 경기에서도 나와 정말 좋다. (박)사랑이가 잘해줘서 고맙다"고 미소 지었다.
이에 박사랑도 "야스민이 더 많은 말을 해줘서 자신감 있게 했던 것 같다"며 "상대가 순위가 높은 팀이라 포기할 수도 있지만, 다 같이 끝까지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했는데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야스민은 어느덧 한국생활 3년 차로 V리그에서도 잔뼈 굵은 외국인 선수가 됐다. 지난 두 시즌은 항상 우승 경쟁을 하던 현대건설에서 활약했고 올해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전체 1번으로 페퍼저축은행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시즌 건강 이슈로 현대건설과 재계약이 불발됐지만, 올해는 풀시즌에 가까운 32경기를 치르면서 763득점(리그 5위), 공격성공률 42.19%(리그 7위), 시간차 공격 64.58%(리그 2위) 등 어려운 조건에서도 팀의 에이스로서 활약 중이다. 이에 야스민은 "부상에서 복귀하고 코트에 서기까지 많은 과정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도 부상에서 복귀해 풀시즌을 치르고 있어 내 자신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야스민의 존재감은 코트 밖에서도 눈부시다. 창단 3년 차로 어린 선수들이 많은 페퍼저축은행 선수단 특성상 잦은 패배에 의기소침할 때가 많다. 항상 그때마다 야스민은 외국인 선수임에도 선수들을 격려해 사기를 끌어 올렸다. 지난 4라운드 장충에서의 GS칼텍스와 방문 경기 패배 후 선수들을 불러 모은 것이 대표적이었다.
박사랑은 "야스민은 배구 외적으로도 밝게 생각하고 긍정적인 면이 있다. '다들 잘하고 있는데 공을 무서워하거나 피할 때가 있다, 자신있게 다 같이 파이팅하자'고 하는데 우리도 야스민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 말을 옆에서 들은 야스민은 "배구 자체에 대한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스스로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그만큼 선수들에게는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야스민의 따뜻한 진심은 취재진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야스민은 옆에 있는 박사랑을 향해 "사랑해 박사랑"이라고 한국말로 말하며 칭찬을 쏟아냈다. 이어 "박사랑은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비시즌 내가 이 팀에 합류했을 때와 지금의 박사랑은 많이 다르고 많이 성장했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코트에서 장난도 친다. 정말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 자신감을 갖고 진짜 진짜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차츰 페퍼저축은행에 활기를 불어넣은 야스민은 또 한 번의 승리를 원한다. 남은 상대가 상승세의 3위 정관장, 1위 현대건설이지만, 페퍼저축은행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야스민은 "오늘 이긴 걸 토대로 연습부터 다시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로 보상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마음가짐을 새로 했다. 이에 박사랑도 "어떤 팀이든 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처럼 긍정적으로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남은 경기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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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의 박사랑(왼쪽)과 야스민 베다르트가니가 8일 흥국생명전을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페퍼저축은행은 8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홈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1(18-25, 25-22, 25-23, 25-14)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페퍼저축은행은 4승 30패(승점 14)를 기록, 창단 후 최악의 시즌을 면했다. 2021~2022시즌 V리그에 발을 들인 페퍼저축은행의 한 시즌 최소 승수, 승점, 최다 패 기록은 데뷔 시즌 3승 28패와 11점, 2022~2023시즌 31패(5승)이다. 반면, 제대로 발목 잡힌 2위 흥국생명은 26승 8패(승점 73)로 선두 현대건설(24승 9패·승점 74)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공격 성공률 53.73%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8점을 올린 야스민이었다. 세터 박사랑(21)과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박사랑은 야스민에게 공격 점유율 43.5%로 많은 공을 몰아주면서도 후위 8득점, 시간차 5득점, 퀵오픈 10득점 등 어떤 형태든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전 이경수 페퍼저축은행 감독대행이 우려했던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 문제를 완벽하게 부수는 활약이었다.
경기 후 이경수 감독대행도 "사실 몸 풀 때도 그렇고 상위 팀과 맞대결이라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 첫 세트만 해도 힘들다 생각했는데 2세트부터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매우 만족한다"고 웃으면서 "박사랑이 첫 세트에는 흔들렸는데 이후 안정적으로 토스를 해줬다. 야스민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때려줬다. 꾸준히 득점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정말 최고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스민(가운데)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페퍼저축은행 세터 박사랑이 8일 흥국생명전에서 토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조 트린지 전 감독이 경질된 후 이경수 전 감독은 세터와 공격수 간 호흡에 집중했다. 세터가 무조건 공격수를 향해 공을 쏘기보단 최대한 공격수들이 치기 좋은 높이로 공을 띄워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야스민은 "훈련 때 하이볼과 C퀵을 구분하는 걸 많이 연습했는데 그게 오늘(8일) 경기에서도 잘된 것 같다. 그뿐 아니라 훈련 중 호흡을 맞추는 데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데 경기에서도 나와 정말 좋다. (박)사랑이가 잘해줘서 고맙다"고 미소 지었다.
이에 박사랑도 "야스민이 더 많은 말을 해줘서 자신감 있게 했던 것 같다"며 "상대가 순위가 높은 팀이라 포기할 수도 있지만, 다 같이 끝까지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했는데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야스민은 어느덧 한국생활 3년 차로 V리그에서도 잔뼈 굵은 외국인 선수가 됐다. 지난 두 시즌은 항상 우승 경쟁을 하던 현대건설에서 활약했고 올해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전체 1번으로 페퍼저축은행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시즌 건강 이슈로 현대건설과 재계약이 불발됐지만, 올해는 풀시즌에 가까운 32경기를 치르면서 763득점(리그 5위), 공격성공률 42.19%(리그 7위), 시간차 공격 64.58%(리그 2위) 등 어려운 조건에서도 팀의 에이스로서 활약 중이다. 이에 야스민은 "부상에서 복귀하고 코트에 서기까지 많은 과정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도 부상에서 복귀해 풀시즌을 치르고 있어 내 자신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야스민의 존재감은 코트 밖에서도 눈부시다. 창단 3년 차로 어린 선수들이 많은 페퍼저축은행 선수단 특성상 잦은 패배에 의기소침할 때가 많다. 항상 그때마다 야스민은 외국인 선수임에도 선수들을 격려해 사기를 끌어 올렸다. 지난 4라운드 장충에서의 GS칼텍스와 방문 경기 패배 후 선수들을 불러 모은 것이 대표적이었다.
야스민(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4라운드 장충 GS칼텍스전 패배 후 선수단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박사랑은 "야스민은 배구 외적으로도 밝게 생각하고 긍정적인 면이 있다. '다들 잘하고 있는데 공을 무서워하거나 피할 때가 있다, 자신있게 다 같이 파이팅하자'고 하는데 우리도 야스민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 말을 옆에서 들은 야스민은 "배구 자체에 대한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스스로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그만큼 선수들에게는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야스민의 따뜻한 진심은 취재진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야스민은 옆에 있는 박사랑을 향해 "사랑해 박사랑"이라고 한국말로 말하며 칭찬을 쏟아냈다. 이어 "박사랑은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비시즌 내가 이 팀에 합류했을 때와 지금의 박사랑은 많이 다르고 많이 성장했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코트에서 장난도 친다. 정말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 자신감을 갖고 진짜 진짜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차츰 페퍼저축은행에 활기를 불어넣은 야스민은 또 한 번의 승리를 원한다. 남은 상대가 상승세의 3위 정관장, 1위 현대건설이지만, 페퍼저축은행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야스민은 "오늘 이긴 걸 토대로 연습부터 다시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로 보상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마음가짐을 새로 했다. 이에 박사랑도 "어떤 팀이든 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처럼 긍정적으로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남은 경기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이 8일 광추 페퍼스타디움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페퍼저축은행 야스민(오른쪽)이 8일 광추 페퍼스타디움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수훈선수에 선정된 뒤 선수단으로부터 물세례를 받았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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