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아산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그 중심엔 '에이스' 김단비(34)가 있었다.
아산 우리은행은 14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시즌 여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54-38로 제압하고 시리즈 2승 1패를 만들었다. 만약 우리은행이 4차전에서 승리한다면 5판 3선승제 PO에서 1차전을 내주고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된다.
양 팀은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우리은행이 최이샘의 득점으로 포문을 열었고, 김단비의 3점슛을 엮어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자 삼성생명이 이해란과 키아나 스미스를 앞세워 골밑을 공략하며 추격했다.
우리은행이 기세를 잡는가 싶었지만, 김단비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침묵하며 달아나지 못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삼성생명이 내외곽에서 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김단비가 홀로 11점을 넣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우리은행은 1쿼터를 15-16으로 끌려갔다.
양 팀 모두 2쿼터 들어 극심한 야투 난조에 시달리며 도합 12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이 각각 6점씩 넣었다. 이는 플레이오프 역대 한 쿼터 최소득점 신기록(종전기록은 2008-2009시즌 금호생명-삼성생명 13점)이다.
외곽슛은 물론이고 속공이나 쉬운 골밑슛도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쿼터 중반엔 3분 30초가 넘도록 무득점이 이어졌고, 위성우 감독도 어이없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반은 우리은행이 22-21로 한 점 뒤친 채 끝났다.
3쿼터 초반 우리은행이 공격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점하며 7-0 런을 만들었다. 마무리 정확성은 여전히 부족했으나 최이샘이 3점슛을 넣었고, 이명관이 저돌적인 골밑 돌파로 3점 플레이를 완성했다. 삼성생명은 쿼터 시작 약 6분 만에 신이슬의 골밑 득점으로 침묵을 깼다.
김단비가 원맨쇼를 펼쳤다. 그는 득점은 물론이고 리바운드까지 책임지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쿼터 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는 정확한 외곽포를 꽂아 넣기도 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10분 동안 고작 2점을 보태는 데 그쳤다. 키아나 스미스의 패스를 받은 신이슬의 한 차례 득점이 전부였고, 3쿼터 야투율은 8%에 불과했다. 동시에 PO 무대 한 팀 한 쿼터 최소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굴욕까지 썼다(종전기록 2005년 천안 국민은행 4점). 3쿼터는 우리은행이 37-24로 역전한 채 마무리됐다.
마지막 쿼터에도 반전은 없었다. 우리은행이 리바운드 싸움을 압도하며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키아나 스미스가 개인 능력으로 한 차례 득점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경기는 그렇게 김단비를 앞세운 우리은행의 여유로운 승리로 막을 내렸다.
김단비가 홀로 31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박혜진과 박지현이 각각 8점 15리바운드, 8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단 한 명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9점을 넣은 이해란이 최다 득점자였다.
이제 양 팀은 오는 1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4차전을 치른다. 우리은행은 1승만 추가하면 정규시즌 우승팀 KB스타즈가 기다리고 있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된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생명은 홈에서 꼭 승리해야만 희망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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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