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2006년 화려하게 등장했던 신인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개막전 야구계에 남긴 인상은 상당히 강렬했다. 그리고 17년 뒤 황준서(19)가 다시 한 번 류현진을 떠올리게 했다.
황준서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순간적인 제구 난조로 몸에 맞는 공 2개를 허용했지만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제구가 안정적이었고 무엇보다 공격적인 투구로 KT 타자들을 압도했다. 신인임이 전혀 믿기지 않는 노련한 투구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홈런 한 방을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는 투구였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는 망설임 없이 장충고 좌투수 황준서를 지명했다. 시속 150㎞ 공을 뿌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게다가 스플리터와 너클커브 등 완성형 수준의 변화구까지 갖춰 당장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멜버른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도 황준서의 뒤엔 늘 칭찬만 따라다녔다. 최 감독은 호주 캠프 당시 "또래에 비해서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선수인 것 같다. 투구 밸런스도 좋고 구속이야 1년, 1년 지나면서 더 좋아질 여지가 있는 나이"라며 "준서는 선발에서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경기 때 3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퓨처스리그에서도 4이닝 3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실점하며 예열을 마쳤다.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도 팀 코리아로 발탁돼 LA 다저스 미겔 바르가스를 4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류현진 합류가 변수였다.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선발진을 구축한 한화는 5선발을 두고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고심했는데 가장 좋은 공을 뿌린다는 극찬을 받은 김민우(29)가 먼저 선발 기회를 얻었고 황준서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거치기로 했다.
김민우가 갑작스런 담 증상을 호소하며 생각보다 이르게 1군에서 선발 기회를 얻었다. 데뷔전을 팀 6연승, 10년 만에 단독 1위로 올라선 가운데 만원 관중 앞에서 하게 됐지만 최 감독은 "배짱은 기존 어떤 선수들보다도 낫다"며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와르르 무너지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항상 선발 투수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정도를 기준점으로 던져줘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 4,5실점을 초반에 내주면 쉽지 않다"며 "KT 같이 전력이 좋은 팀들을 상대로는 5회까지 3점 이내로만 막아주면 그래도 경기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전날 언급한대로 황준서의 투구수는 75구 전후로 예상됐다.
류현진은 2006년 4월 12일 LG 트윈스전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7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KBO리그 역대 최고 임팩트를 남긴 신인의 커리어 시작을 알린 화려한 투구였다.
이후 류현진은 30경기에서 201⅔이닝을 소화하며 18승 6패 1세이브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했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류현진은 현재까지도 KBO 유일무이한 신인상-최우수선수(MVP) 동시석권 선수로 남아 있다.
결코 과장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환상적인 투구였다. 1회초 마운드에 오른 황준서는 뜨거운 화력을 자랑하는 KT 테이블 세터진을 만났다. 배정대는 타율 0.484, 천성호는 타율 0.600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KBO 10개 구단 중 가장 뜨거운 화력을 자랑하는 듀오다.
그럼에도 황준서는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 프로 데뷔전 첫 투구는 볼로 기록됐지만 그가 보여줄 투구와는 전혀 상반되는 공이었다. 이후 속구로 카운트를 늘려간 황준서는 4구 존을 통과하는 스프리터로 배정대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황준서는 거침없었다. KBO 수위타자 천성호에게도 1구 커브, 2구 스플리터로 카운트를 잡더니 4구 스플리터로 2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3번 멜 로하스 주니어 또한 타율 0.345 4홈런으로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타자인데
이동현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연신 "좋다"고 칭찬하며 "그 이유가 승부를 피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로 KT 타선을 상대했다. 최원호 감독이 경기 전 언급한 '75구-5이닝-3실점'이라는 목표치에 근접하기 위해 적은 투구수는 필수적이었고 그를 위해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게 반드시 필요했는데 데뷔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공격적으로 KT 타선을 상대했다.
1회를 너무도 손쉽게 막아낸 황준서는 2회초가 하이라이트였다.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포크볼이 손에서 빠지며 강백호의 손쪽으로 날아들었다. 이어 문상철에겐 포크볼을 공략당해 좌전 안타를 맞았다.
무사 1,2루에서도 황준서는 거침없었다. 베테랑 황재균을 상대로 1,2구 속구로 황재균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3구 시속 145㎞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조용호와 승부에서도 초구 볼, 2,3구 속구와 스플리터로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고 6구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뿌렸고 문상철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2회말 타선이 폭발하며 황준서에게 7점의 리드를 안겨줬다. 다만 오래 쉰 탓인지 제구가 다소 흔들렸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1구는 볼, 2구는 몸에 맞는 공이 됐다.
금세 다시 안정을 찾았다. 배정대에게 유격수 뜬공을 유도한 황준서는 다시 만난 천성호에게도 힘 없는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부족한 경험은 수비에서 나타났다. 타구를 잘 잡아낸 황준서가 1루에 던진 공이 타자주자 방향으로 향했고 1루수 채은성이 공을 놓쳤다. 순식간에 1사 1루가 돼야 할 상황이 1사 1,3루가 됐다.
위기의 순간 가장 강한 타자 로하스를 상대로도 과감히 초구 변화구를 택해 존 안으로 밀어넣었다. 시속 20㎞ 차이가 나는 속구와 스플리터를 번갈아 던지며 타자의 눈을 현혹한 황준서는 끝내 힘없는 2루수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강백호를 상대로도 속구와 스플리터를 번갈아 던지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결정구는 주무기 스플리터. 존 상단을 향하는 스플리터의 강백호가 몸을 휘청이며 헛스윙을 했다. 신인 투수임에도 위기관리 능력까지 류현진을 떠올리게 했다.
3회에도 타선이 4득점을 보탠 뒤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 영향 때문일까. 첫 타자 문상철에게 던진 시속 141㎞ 속구를 통타 당했다. 타구는 좌측 담장 방향으로 한참을 뻗었고 관중석 위 상단을 맞는 비거리 135m 초대형 홈런이 됐다.
그러나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황준서는 황재균에게 안타를 내주고도 조용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주자를 지웠다. 이어 장성우에겐 스플리터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이닝을 매조졌다.
5회는 감탄을 자아냈다. 4회까지 66구를 던졌으나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75구 내외로 예상 투구수를 언급했으나 팀이 11-1로 앞선 상황에서 데뷔 첫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황준서는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 배정대를 유격수 땅볼, 천성호를 2루수 땅볼, 단 7구 만에 마무리했다. 감독이 계획한 75구까지 2구를 아끼고도 5이닝 1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황준서는 이날 던진 73구 중 67%에 달하는 49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었다. 최고 시속 149㎞에 달하는 속구는 33구에 달했다. 평균 구속은 145㎞. 스플리터도 34구로 많이 던졌다. 평균 구속은 130㎞였다. 커브는 6구로 평균 구속 114㎞였다. 사실상 투피치와 같은 투구로 2006년 류현진과 같은 괴물 같은 시즌을 암시하는 듯한 황준서의 데뷔전 피칭이었다.
다만 이날 압도적 피칭에도 황준서의 보직은 당분간 불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오늘 결과와는 상관없이 다음 경기(6일)은 김민우 선수가 던질 것"이라며 "김민우는 한 턴을 건너뛸 정도로 몸에 문제가 있어서 황준서가 대체되는 것이니까 다음번 김민우 선수 경기를 보고 괜찮으면 민우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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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타자를 잡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황준서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순간적인 제구 난조로 몸에 맞는 공 2개를 허용했지만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제구가 안정적이었고 무엇보다 공격적인 투구로 KT 타자들을 압도했다. 신인임이 전혀 믿기지 않는 노련한 투구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홈런 한 방을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는 투구였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는 망설임 없이 장충고 좌투수 황준서를 지명했다. 시속 150㎞ 공을 뿌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게다가 스플리터와 너클커브 등 완성형 수준의 변화구까지 갖춰 당장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멜버른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도 황준서의 뒤엔 늘 칭찬만 따라다녔다. 최 감독은 호주 캠프 당시 "또래에 비해서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선수인 것 같다. 투구 밸런스도 좋고 구속이야 1년, 1년 지나면서 더 좋아질 여지가 있는 나이"라며 "준서는 선발에서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A 다저스와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등판해 투구하는 황준서. |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류현진(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투를 펼치는 황준서. |
류현진 합류가 변수였다.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선발진을 구축한 한화는 5선발을 두고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고심했는데 가장 좋은 공을 뿌린다는 극찬을 받은 김민우(29)가 먼저 선발 기회를 얻었고 황준서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거치기로 했다.
김민우가 갑작스런 담 증상을 호소하며 생각보다 이르게 1군에서 선발 기회를 얻었다. 데뷔전을 팀 6연승, 10년 만에 단독 1위로 올라선 가운데 만원 관중 앞에서 하게 됐지만 최 감독은 "배짱은 기존 어떤 선수들보다도 낫다"며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와르르 무너지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항상 선발 투수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정도를 기준점으로 던져줘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 4,5실점을 초반에 내주면 쉽지 않다"며 "KT 같이 전력이 좋은 팀들을 상대로는 5회까지 3점 이내로만 막아주면 그래도 경기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전날 언급한대로 황준서의 투구수는 75구 전후로 예상됐다.
류현진은 2006년 4월 12일 LG 트윈스전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7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KBO리그 역대 최고 임팩트를 남긴 신인의 커리어 시작을 알린 화려한 투구였다.
이후 류현진은 30경기에서 201⅔이닝을 소화하며 18승 6패 1세이브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했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류현진은 현재까지도 KBO 유일무이한 신인상-최우수선수(MVP) 동시석권 선수로 남아 있다.
2006년 신인시절 류현진. /사진=뉴시스 |
그럼에도 황준서는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 프로 데뷔전 첫 투구는 볼로 기록됐지만 그가 보여줄 투구와는 전혀 상반되는 공이었다. 이후 속구로 카운트를 늘려간 황준서는 4구 존을 통과하는 스프리터로 배정대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황준서는 거침없었다. KBO 수위타자 천성호에게도 1구 커브, 2구 스플리터로 카운트를 잡더니 4구 스플리터로 2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3번 멜 로하스 주니어 또한 타율 0.345 4홈런으로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타자인데
이동현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연신 "좋다"고 칭찬하며 "그 이유가 승부를 피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로 KT 타선을 상대했다. 최원호 감독이 경기 전 언급한 '75구-5이닝-3실점'이라는 목표치에 근접하기 위해 적은 투구수는 필수적이었고 그를 위해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게 반드시 필요했는데 데뷔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공격적으로 KT 타선을 상대했다.
1회를 너무도 손쉽게 막아낸 황준서는 2회초가 하이라이트였다.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포크볼이 손에서 빠지며 강백호의 손쪽으로 날아들었다. 이어 문상철에겐 포크볼을 공략당해 좌전 안타를 맞았다.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
류현진(오른쪽)이 황준서의 첫 삼진 공에 기념글을 새겨주고 있다. |
2회말 타선이 폭발하며 황준서에게 7점의 리드를 안겨줬다. 다만 오래 쉰 탓인지 제구가 다소 흔들렸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1구는 볼, 2구는 몸에 맞는 공이 됐다.
금세 다시 안정을 찾았다. 배정대에게 유격수 뜬공을 유도한 황준서는 다시 만난 천성호에게도 힘 없는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부족한 경험은 수비에서 나타났다. 타구를 잘 잡아낸 황준서가 1루에 던진 공이 타자주자 방향으로 향했고 1루수 채은성이 공을 놓쳤다. 순식간에 1사 1루가 돼야 할 상황이 1사 1,3루가 됐다.
위기의 순간 가장 강한 타자 로하스를 상대로도 과감히 초구 변화구를 택해 존 안으로 밀어넣었다. 시속 20㎞ 차이가 나는 속구와 스플리터를 번갈아 던지며 타자의 눈을 현혹한 황준서는 끝내 힘없는 2루수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강백호를 상대로도 속구와 스플리터를 번갈아 던지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결정구는 주무기 스플리터. 존 상단을 향하는 스플리터의 강백호가 몸을 휘청이며 헛스윙을 했다. 신인 투수임에도 위기관리 능력까지 류현진을 떠올리게 했다.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위기를 넘기고 기뻐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위기를 넘기고 기뻐하고 있다. |
3회에도 타선이 4득점을 보탠 뒤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 영향 때문일까. 첫 타자 문상철에게 던진 시속 141㎞ 속구를 통타 당했다. 타구는 좌측 담장 방향으로 한참을 뻗었고 관중석 위 상단을 맞는 비거리 135m 초대형 홈런이 됐다.
그러나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황준서는 황재균에게 안타를 내주고도 조용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주자를 지웠다. 이어 장성우에겐 스플리터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이닝을 매조졌다.
5회는 감탄을 자아냈다. 4회까지 66구를 던졌으나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75구 내외로 예상 투구수를 언급했으나 팀이 11-1로 앞선 상황에서 데뷔 첫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황준서는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 배정대를 유격수 땅볼, 천성호를 2루수 땅볼, 단 7구 만에 마무리했다. 감독이 계획한 75구까지 2구를 아끼고도 5이닝 1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황준서는 이날 던진 73구 중 67%에 달하는 49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었다. 최고 시속 149㎞에 달하는 속구는 33구에 달했다. 평균 구속은 145㎞. 스플리터도 34구로 많이 던졌다. 평균 구속은 130㎞였다. 커브는 6구로 평균 구속 114㎞였다. 사실상 투피치와 같은 투구로 2006년 류현진과 같은 괴물 같은 시즌을 암시하는 듯한 황준서의 데뷔전 피칭이었다.
다만 이날 압도적 피칭에도 황준서의 보직은 당분간 불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오늘 결과와는 상관없이 다음 경기(6일)은 김민우 선수가 던질 것"이라며 "김민우는 한 턴을 건너뛸 정도로 몸에 문제가 있어서 황준서가 대체되는 것이니까 다음번 김민우 선수 경기를 보고 괜찮으면 민우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선배 투수들의 격려 속에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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