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은 문동주보다 더…'' 18년 전 류현진을 소환한 '19살 리틀 괴물' 황준서, 이래서 더 특별했다
입력 : 2024.04.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대전, 박준형 기자] 5회초 이닝종료 후 5이닝 1실점 기록한 황준서가 문현빈과 이야기하며 미소 짓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OSEN=대전, 박준형 기자] 1회초 한화 류현진이 황준서의 프로 첫 삼진 기념구에 글을 쓰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배짱은 문동주나 김서현보다 더 좋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자랑하는 ‘영건 트리오’ 문동주(21), 김서현(20), 황준서(19). 문동주는 2022년 전국 단위 1차 지명으로, 김서현과 황준서는 2023~2024년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가 2020~2022년 3년 연속 10위 꼴찌로 수난을 겪으며 보상받은 지명권으로 이들을 차례로 품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들 중에서도 황준서의 배짱을 으뜸으로 친다.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부터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황준서의 기질을 좋게 봤다. 지난달 10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는 황준서의 프로 공식 첫 무대였는데 만원 관중 앞에서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원호 감독은 “관중들이 꽉 들어 찼는데 쫄지 않고 자신 있게 던지더라”며 흐뭇해했다. 

황준서의 정규시즌 1군 데뷔전도 만원 관중이 꽉꽉 들어찼다.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치러진 KT 위즈와의 홈경기는 개막 3연전 마지막 날로 1만2000석이 또 매진됐다. 데뷔전부터 만원 관중에 팀이 6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점도 19살 신인에겐 부담이 될 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경기 전 최원호 감독은 “웬만한 기존 선수들보다 배짱은 낫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황준서는 그 이유를 제대로 보여줬다. 

[OSEN=대전, 박준형 기자]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가 역투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OSEN=대전, 박준형 기자] 2회초 실점 위기 넘긴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가 주먹을 쥐며 환호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김민우가 왼쪽 날갯죽지 담 증세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면서 황준서가 이날 선발로 깜짝 호출됐다. 4일 전 퓨처스리그에서 4이닝 57구를 던져 투구수가 75구로 제한된 상황이었지만 황준서는 73구로 5이닝을 책임졌다.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한화의 14-3 대승을 이끌었다. 역대 10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한화 선수로는 2006년 4월12일 잠실 LG 트윈스전 류현진(7⅓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두 번째. 18년 만에 황준서가 대선배의 기록을 소환한 것이다. 

최고 149km, 평균 145km까지 나온 직구(33개)와 함께 주무기 스플리터(34개)에 커브(6개)를 간간이 섞어 던진 황준서는 고교 시절부터 인정받은 커맨드로 스트라이크존을 위아래로 폭넓게 활용했다. 하이 패스트볼과 떨어지는 스플리터 조합이 기본이었다. 여기에 스플리터를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었다가 하나둘씩 빠지게 커맨드하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인하고 시선을 흐트렸다. 

기술적인 부분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더 크게 눈에 들어온 것은 배짱이었다. 1회 시작부터 황준서는 16살 차이가 나는 포수 최재훈의 사인에 고개를 3차례나 가로젓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신인 투수라면, 그것도 데뷔전이라면 베테랑 포수 선배의 리드에 따라가기도 바쁘다. 그 와중에도 황준서는 자기 주관이 확고했고, 만원 관중 앞에서 떨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투구를 했다.  

[OSEN=대전, 박준형 기자] 3회초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가 실점 위기 넘긴후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OSEN=대전, 박준형 기자] 4회초 한화 최재훈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 황준서를 독려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경기 후 황준서는 “최대한 재훈 선배님 믿고 던졌다”면서도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공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고개를 저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회 KT 1번타자 배정대에게 던진 3구째 144km 직구가 바로 그 공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 타석의 결과는 루킹 삼진으로 황준서가 바로 4구째로 던진 공은 몸쪽 높은 스플리터. 조금만 몰리면 장타가 될 수 있는 코스였지만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갔고, 배정대는 꼼짝 없이 당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황준서는 남달랐다. 2회 무사 1,2루에선 황재균에게 직구 3개를 던져 3구 삼진을 잡아냈다. 1~2구 직구를 지켜본 황재균은 3구째 몸쪽 높은 직구에 배트가 헛돌았다. 이어 조용호 타석 때는 2루에 견제구도 한 번 던졌다. 타자와 승부하기도 바쁜데 주자 견제를 시도할 만큼 여유가 있었다. 

3회에는 수비 실책이 겹쳐 1사 1,3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3~4번 중심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를 각각 2루수 내야 뜬공,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실책이 나오면 흔들리는 보통 젊은 투수들과 달리 황준서는 침착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선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 마음속으로 그런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OSEN=대전, 박준형 기자] 1회초 KT 공격을 막은 한화 황준서가 1~4선발투수들의 환영 받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OSEN=대전, 박준형 기자] 4회초 이닝종료 후 한화 황준서가 아쉬워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고 하는데 황준서의 이런 배짱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무기다. 2022년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황준서와 함께했던 한화 2루수 문현빈은 “준서는 진짜 좋은 투수다. 올해 좋은 신인들이 많은데 여유나 커맨드는 준서가 최고인 것 같다. 신인 선수 같지 않다. 나도 작년 신인 때는 엄청 긴장을 하면서 했는데 준서는 긴장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물론 황준서도 19살 신인인데 긴장이 안 되거나 부담이 없을 리 없었다. 그는 “선발투수들이 다들 차례대로 승리를 했기 때문에 이 분위기를 내가 깨고 싶진 않았다. 웜업 때부터 긴장하면서 열심히 던졌다”고 털어놓았다. 나름 부담이 됐던 황준서는 문동주와 김서현에게 데뷔전이 어땠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문동주가 “난 데뷔전에서 0.2이닝 던졌다. 넌 1이닝만 던져도 나보다 잘한 것이다”고 말해주면서 황준서의 긴장도 한순간에 풀렸다. 2022년 5월10일 잠실 LG전에 1-5로 뒤진 8회 구원등판으로 데뷔전을 가진 문동주는 ⅔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누구에게나 데뷔전은 살 떨리는 무대인데 황준서는 승리투수가 됐으니 그 배짱은 확실히 보통이 아니다.

[OSEN=대전, 박준형 기자] 프로 데뷔 첫승 거둔 한화 황준서가 문동주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OSEN=대전, 박준형 기자]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한화 황준서가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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