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노진주 기자] 해리 케인(30, 바이에른 뮌헨)의 '무관' 저주가 또 주목받고 있다.
뮌헨은 지난 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27라운드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0-2로 완패했다. 뮌헨이 리그 기준 홈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패한 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공식전 3연승이 끊긴 뮌헨은 승점 60점에 머무르며 리그 우승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선두 레버쿠젠(승점 73)과 격차는 무려 13점. 이제는 오히려 한 경기 덜 치른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56)와 4위 도르트문트(승점 53)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 토트넘 동료’이자 현재 뮌헨으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케인과 에릭 다이어는 이날 나란히 공수에서 풀타임 출전했다. 그러나 ‘골잡이’ 케인은 득점에 실패했다. 다이어는 팀의 무실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벤치에서 출격한 김민재는 끝내 결장했다. 그의 4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뮌헨은 출발부터 불안했다.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중원에서 패스가 끊기며 역습 기회를 내줬다. 브란트가 왼쪽으로 공을 뿌려줬고, 아데예미가 속도를 살려 박스 안으로 파고든 뒤 슈팅했다. 공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은 도르트문트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도르트문트는 아데예미의 속도를 활용해 뮌헨 뒷공간을 공략했으나 추가골까지 만들진 못했다. 뮌헨도 사네와 무시알라를 앞세워 동점골을 노렸지만, 후멜스를 중심으로 한 수비에 모두 가로막혔다.
뮌헨은 후반에도 경기력이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다이어는 물론이고 팀 전체적으로 패스 미스가 너무나 많았다. 후반 20분엔 라이머가 공을 뺏기며 위기를 맞았다. 마트센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뮌헨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슈팅했지만, 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그 사이 도르트문트가 두 골 차로 달아났다. 후반 38분 알레가 박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오른쪽으로 패스했다. 뤼에르손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패배를 직감한 뮌헨 팬들은 대거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팬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후반 44분 케인이 드디어 헤더로 골망을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결국 뮌헨은 홈에서 라이벌 도르트문트에 무릎 꿇고 말았다.
뮌헨은 올 시즌 12연속 분데스리가 정상을 노리지만 선두 레버쿠젠과 격차가 승점 13점을 벌어져 우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뮌헨 ‘수장’마저 ‘우승 포기’ 뉘앙스를 풍겼다.
‘ESPN’에 따르면 경기 후 투헬 뮌헨 감독은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은 분명히 끝났다”면서 “오늘 경기가 끝나면 더 이상 승점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레버쿠젠에 축하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산술적으로는 우승이 가능하단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직 뮌헨에 분데스리가 7경기가 남아있다. 역전 우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자포자기하는 인터뷰를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도르트문트에 패해 낙담하고 있을 선수들에게 감독이 나서 악담한 것이나 다름없다.
투헬 감독은 “우린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필요한 열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기본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케인의 ‘무관’ 징크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엔 다이어도 껴 있다.
두 선수는 토트넘에서 활약하다가, 케인은 올 시즌 직전 뮌헨 유니폼을 입었고 다이어는 지난 1월 뮌헨으로 이적했다.
이들이 토트넘에서 ‘무관’ 설움을 떨치고자 뮌헨으로 건너왔지만 빈손으로 분데스리가를 마친 상황에 놓였다.
1일 ‘ESPN’은 “케인이 저주를 받았나? 그는 세계 최고의 ‘트로피 없는’ 스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분데스리가에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케인은 리그에서 31골을 터트리며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 역대 최다 득점자 신기록을 작성했다. 케인의 활약을 보면 그가 지금까지 많은 트로피를 얻었다고 추측할 것이다. 그러나 대륙컵, 국제 대회, 국내 리그, 심지어 컵 대회 트로피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케인은 프로 첫 9시즌 동안 스스로에게 저주를 걸었다. 그가 바로 토트넘에서 뛴 것”이라며 '친정팀' 토트넘에서 오랜 시간 '무관'에 그친 것을 집중 조명했다.
하지만 ‘ESPN’은 케인의 ‘무관 저주’가 언젠간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케인은 정말 뛰어난 선수이고, 뮌헨은 부유한 팀이다. (그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때가) 올해 챔피언스리그가 될 수 있다. 또 여름에 열리는 유로2024 때도 가능성이 있다. 다음시즌 분데스리가도 있다. 세 경우 모두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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