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7기 첫 승' 전주성에도 드디어 봄이 왔다...압박과 소유로 쏘아올린 '반전 신호탄'[오!쎈 전주]
입력 : 2024.04.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전주, 고성환 기자] 벚꽃은 지고 있지만, 전주성에는 봄이 만개했다. 전북 현대가 오래 기다렸을 홈 팬들에게 드디어 승리를 선물했다.

전북은 13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에서 광주를 2-1로 꺾었다.

리그 7경기 만에 나온 첫 승리였다. 전북은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서 포항을 꺾긴 했으나 K리그에서는 3무 3패에 그치고 있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도 지난 제주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휘청이던 전북은 안방에서 광주를 잡아내며 드디어 포효했다. 승점 6점으로 9위까지 점프하며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동시에 광주 상대 홈 10연승을 질주하며 기분 좋은 기록을 이어갔다.

전북은 전반 17분 이재익의 데뷔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로도 광주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추가골을 노렸다. 다만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노출하며 달아나지 못했고, 후반 들어 교체 카드를 대거 사용한 광주에 흐름을 내줬다. 후반 38분엔 이건희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다시 한번 첫 승 사냥에 실패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전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추가시간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 골키퍼를 압박하며 실수를 유도했고, 송민규가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며 승리를 만들었다. 올 시즌 리그 첫 골을 뽑아낸 송민규는 시원하게 상의를 벗어던지고 포효했다.

박원재 감독 대행이 준비해 온 전략이 효과를 봤다. 그는 이전보다 공 소유와 주도적인 플레이를 강조했고, 이영재를 우측 미드필더로 배치하면서까지 점유율에 신경 썼다. 실제로 전북은 후반엔 달라진 광주 전술에 고전하긴 했으나 전반에는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었다.

이수빈과 맹성웅은 광주와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전북은 중원에서부터 유기적인 연계와 탈압박을 선보이며 광주를 공략했다. "우리가 광주보다 나은 점은 미드필드에서 공 차는 수준"이라고 말했던 박원재 대행의 말대로였다.

압박에도 포인트를 뒀다. 전북은 송민규-티아고 투톱을 중심으로 광주의 수비진을 열심히 괴롭혔다. 센터백 안영규와 포포비치, 수문장 김경민이 빠진 광주의 센터 라인은 실수를 엽라했다. 박원재 대행이 예고했던 대로 광주의 소극적인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상대 실수까지 겹치면서 전북은 마침내 첫 승전고를 울렸다. 중원을 거쳐가는 플레이와 압박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재익은 '포지션'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며 "우리가 어느 곳에서 서야 하고 각자 역할이 주어졌다. 그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려 하다 보니까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이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전북은 연승을 꿈꾼다. 혈을 뚫은 만큼 자신감을 갖고 위로 올라가기만 하겠다는 각오다. 비니시우스와 이동준의 부상 이탈은 뼈아프지만, 안현범이 종아리 부상을 떨치고 돌아온 점은 호재다. 주장 김진수도 퇴장 징계를 마치고 복귀한다.

물론 이제 1승이다. 전북이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첫 단추를 끼운 데 만족하지 않고 차근차근 승리를 쌓아나가야 한다.

전북 선수단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경기 후 이재익은 "승리했다고 막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갈 길이 너무 멀다. 우리 아직 너무 급하다'라는 분위기가 더 컸다. 자책과 피드백도 있었다"라고 라커룸 분위기를 전하며 "더 전북에 걸맞는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도록 다음 경기도 꼭 승리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 상대는 FC서울. 전북은 이번 승리를 원동력 삼아 꼭 연승으로 잇겠다는 다짐이다.

박진섭은 "이번 계기로 선수들이 더 자신감을 찾고 분위기를 올리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전도 지휘할 가능성이 큰 박원재 대행 역시 "홈에서 첫 승을 거뒀고,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 골을 넣었다. 앞으로도 힘을 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걸었다. 오래 웅크렸던 전북이 조금씩 시동을 걸고 있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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