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잠이 안 오는지…'' 1위팀 감독의 반성과 불면의 밤, KIA 6연승 왜 대단한가 '불펜 과부하도 없다'
입력 : 2024.04.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성락 기자] KIA 이범호 감독. 2024.04.04 / ksl0919@osen.co.kr[OSEN=조은정 기자] KIA 선수들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2024.03.29 / cej@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힘든 경기를 하게 해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43) 감독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11-9로 승리한 뒤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7회초까지 11-2로 크게 앞선 KIA는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가 조금 안 좋았던 김도영을 부상 관리차 5회말 대수비 김규성으로 교체했고, 7회초에는 최원준과 최형우를 체력 관리 차원에서 대타로 빼줬다. 9점차 리드 상황이었고, 체력 소모가 큰 낮경기임을 생각하면 굳이 주전을 끝까지 뛰게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7회말 불펜 추격조 김사윤, 윤중현이 순식간에 7실점 빅이닝을 허용했다. 윤중현이 최인호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면서 2점차로 쫓기자 필승조 장현식을 호출해 급한 불을 껐다. 8회에도 무사 만루 위기가 있었지만 곽도규를 내리고 투입한 전상현이 인필드 플라이와 병살타로 실점 없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9회 최지민이 세이브를 거두며 가까스로 5연승을 이어갔지만 선수단 전체가 진땀을 뺀 경기였다. 

14일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이범호 감독은 “(반성문을) 써야 할 때는 써야 한다.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더라”며 “팀이 계속 이기다 보니까 불펜 필승조들이 부하가 걸리는 것 같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조금씩 그런 얘기를 하다 보니 조금 아껴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거기서 (7회 최인호에게) 한 대 맞을 줄 몰랐다. 졌으면 데미지가 컸을 것 같은데 정말 큰 공부가 됐다”고 돌아봤다. 

[OSEN=이석우 기자] KIA 전상현. 2024.03.10 / foto0307@osen.co.kr[OSEN=이대선 기자] KIA 이범호 감독. 2024.03.14 /sunday@osen.co.kr

천신만고 끝에 이겼으니 해피엔딩이었지만 숙소로 돌아간 이 감독은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이 안 오더라. 왜 그렇게 잠이 안 오던지…”라며 웃은 이 감독은 “이기고 지고 그런 것보다 ‘왜 이렇게 안 했을까’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11-6으로 추격당한 7회 2사 1,2루 최인호 타석에서 불펜을 아끼려다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좌완 이준영을 투입할까 생각했지만 8~9회를 생각해 한 템포 미룬 것이 홈런으로 이어졌다. 정재훈 투수코치와도 이 부분에 대한 복기를 했고, 침대에 누워서도 그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떠나질 않았다. 

감독의 순간순간 선택 하나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스포츠든 선택의 결과를 두고 감독이 받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그 중에서 매일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 감독들은 불면증과 두통, 위장병을 달고 산다. KBO리그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 감독도 이렇게 서서히 감독의 세계에 들어오고 있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이 감독은 급하지 않다. 투타에서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베스트 전력이 아닌 상황이라 잡을 경기는 잡고, 내줄 경기는 내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 이긴다. 지난주 광주 LG 트윈스전에 이어 대전 한화전까지 2연속 스윕으로 6연승을 질주, 14승4패(승률 .778)를 마크하며 2위 NC 다이노스(13승6패)에 1.5경기 차이로 앞선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쥐어 짜내는 운영은 없었다. 

[OSEN=조은정 기자] KIA 최지민, 정해영. 2024.03.24 / cej@osen.co.kr[OSEN=박준형 기자] KIA 이범호 감독이 세이브 거둔 정해영 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3.26 / soul1014@osen.co.kr

불면의 밤을 야기한 13일 한화전도 마무리투수 정해영에게 완전한 휴식을 주고 거둔 승리였다. 정해영은 그 전날(12일) 한화전에 시즌 첫 4아웃 세이브 거뒀지만 투구수가 21개로 많지 않았다. 11일 LG전에 등판하지 않아 13일 경기 연투가 가능해 보였지만 이 감독은 “11일 경기는 나서지 않았지만 불펜에서 팔을 풀었다. 10일 경기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어제(12일)가 사실상 3연투한 것이었다. 오늘(12일)은 무조건 쉬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기는 경기를 계속 하다 보니 필승조 호출이 잦을 수밖에 없다. 전상현(11경기 10⅔이닝), 최지민(10경기 9⅔이닝), 장현식(10경기 8⅔이닝) 곽도규(11경기 8⅓이닝)의 경기수, 이닝수가 많이 쌓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 KIA에선 3일 연속 투구한 불펜이 없다. 1⅓이닝 이상 멀티 이닝도 8번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2연투는 18번으로 4번째 많지만 리그 평균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상위권 팀일수록 불펜 필승조 소모는 피할 수 없는데 이 감독 체제에서 KIA는 큰 무리수 없이 안정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13일 한화전처럼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펜 관리를 해서 힘을 비축해놓으면 시즌 중후반 레이스가 수월해질 수 있다.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체력 관리도 세심하게 체크하는 이 감독은 “이틀간 던진 투수는 웬만해선 3일째 안 던지게 하려고 한다. 하루라도 더 쉬어주면 부하가 덜 걸린다”고 말했다. 10개팀 중 유일한 2점대(2.97) 구원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KIA는 5회까지 리드한 10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다. 

[OSEN=조은정 기자] KIA 곽도규. 2024.03.23 / cej@osen.co.kr[OSEN=최규한 기자] KIA 이범호 감독. 2024.03.11 / dreamer@osen.co.kr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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