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올림픽공원, 고용준 기자] 기인 선수의 눈물은 우리가 1세트를 이기고 쉽게 갔으면 3-0으로 이겨서 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풀세트 접전으로 가서 우리가 울렸다고 해도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기인 선수를 울리는 남자들’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 같다”
‘쵸비’ 정지훈의 넉살에 ‘기인’ 김기인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미소 역시 짙어졌다. 동료들의 놀림도 아름다운 추억의 일부가 됐다. 혜성 같이 등장해 초특급 선수로 주목받았지만,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기인’ 김기인은 7년간 이어졌던 무관의 설움을 씻자 뜨거운 눈물을 흘러내렸다.
젠지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T1과 결승전에서 ‘실버스크랩스’ 울리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 끝에 짜릿한 3-2 승리를 거뒀다. MVP는 선수 데뷔 이후 무관의 설움을 푼 ‘기인’ 김기인이 결승전 MVP에 선정됐다.
젠지는 2022년 서머부터 2023년 스프링과 서머, 2024년 스프링 시즌까지 무려 4시즌을 연달아 우승하면서 LCK 역사가 시작된 최초로 4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대 최고의 탑 솔러로 요주의 인물인 ‘제우스’ 최우제를 상대로 ‘기인’ 김기인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젠지의 4연속 우승에 단단히 한 몫을 했다. 특히 5세트 솔로 킬 장면은 사실상 결승전 분위기를 젠지쪽으로 돌린 결정적인 한 방 이었다.
목감기 인해 컨디션이 고르지 못했지만 ‘기인’ 김기인은 LCK 올 퍼스트팀에 선정됐음에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지난해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번 결승을 임했다. 데뷔 8년차에 첫 우승컵을 안은 그는 한풀이의 기세를 다가오는 MSI까지 이어가 국제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프로 생활을 해오면서 긴 시간 끝에 드디어 우승을 했다. 우승이 처음이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MSI도 지금 경기력을 계속 좋게 이어나가 우승을 노려보겠다.”
첫 우승 여부를 떠나 아프리카 시절인 지난 2018 LCK 스프링 이후’기인’ 김기인에게 결승전 역시 무려 6년만이었다. 그는 “데뷔하고 난 뒤 금방 결승전에 올라갔기에 다시 기회가 금방 올 줄 알았는데, 기회가 오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기회라고 꼭 잡고 싶었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이번 결승에 임하는 마음 자세를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기인은 리그 순위를 1위에서 10위까지 모두 경험한 진귀한 기록도 남기게 됐다. 김기인은 어려웠던 순간을 돌아보면서 유망주 후배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보답 받을 수 있다’는 덕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제우스’ 최우제와 대결 구도에 대해 “1세트가 끝나고 쉽게 갈 줄 알았는데, 나머지 경기는 너무 힘들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고 웃으면서 “스프링 시즌 선수단 전체가 모두 고생했다. 잘 쉬고 MSI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