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타니 쇼헤이(30)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40)의 불법 도박과 은행 사기 혐의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베일에 싸였던 사건의 전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이다. 서울에서 열린 공식 개막전(3월 20일)이 끝나고 다저스는 이례적으로 선수단 전체 미팅을 소집했다. 안 좋은 뉴스가 곧 보도될 것이라는 공지와 함께, 미즈하라가 자신의 도박 중독 사실을 고백하고 사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무렵의 전개를 이렇게 정리했다.
① 미팅에 오타니도 함께 있었지만, 영어로만 이뤄져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② 두 시간 뒤인 자정 무렵. 숙소(호텔) 지하 회의실에서 오타니와 미즈하라 둘만의 자리가 마련됐다.
③ 오타니는 처음으로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여기서 미즈하라는 “도박 빚은 네가 갚아준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④ 오타니는 이를 거절하고,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CAA)를 회의실로 부른다.
⑤ 이 자리에는 신뢰할 수 있는 또 다른 일본인 통역과 미즈하라의 부인도 합류한다. 또 다저스의 위기관리 TF에서 일하는 LA 소재 변호사와 CAA의 담당 임원(뉴욕)도 온라인으로 연결됐다.
이 회의를 통해 “오타니가 빚을 갚아준 것”이라는 미즈하라 통역의 거짓말은 뒤집힌다. 다저스는 곧바로 그를 해임하고, 거액 절도 혐의로 사법 당국에 고발 조치했다.
그리고 다음날 미즈하라는 (타고 갔던 전용기가 아닌) 별도의 항공편을 이용해 LA로 돌아간다. 공항에는 연방 수사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연행돼 약 3주 간의 수사를 받게 된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오타니도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했다. 이달 초 LA에서 이틀(3~4일)에 걸친 조사를 받았고, 역시 휴대 전화와 태블릿 등을 자료로 제출했다. 검찰은 여기서 둘 사이에 오간 문자 9700여 개를 검토한 결과 도박이나 은행 계좌에 대한 어떤 내용도 없었음을 확인했다.
연방 검찰은 지난 12일 미즈하라를 은행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36페이지에 이르는 기소장에는 문제의 계좌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적시됐다.
▶송금이나 이체 관련한 사전 통지는 미즈하라의 이메일이나 휴대폰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 ▶검찰은 미즈하라가 은행에 전화해 자신이 오타니라고 속인 녹취록도 확보했다. ▶오타니에게는 다른 계좌가 몇 개 더 있다. 나머지는 모두 에이전시(CAA)의 재무 전문가가 관리한다. ▶해당 계좌에 대해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 계좌는 흔히 말하는 ‘급여 통장’이다. 구단으로부터 연봉, 인센티브, 유니폼 등의 판매 수익금 등이 입금되는 곳이다. 광고나 행사 등으로 생기는 다른 수입과는 다르다. 구단과 선수, 그러니까 미즈하라가 중간에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범죄의 계획성이 유력하게 의심되는 대목이다.
사건 초기, 오타니에 대한 의심이 커진 이유가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계좌에서 450만 달러(당시만 해도 이 정도라고 알려졌으니)나 없어졌는데 모를 수가 있나”라는 질문이다.
검찰의 조사 결과 여기에 대한 해답도 얻게 됐다.
‘문제의 계좌는 2018년 2월에 개설됐다. 미국 진출 후 첫 스프링캠프 기간이다. 오타니와 미즈하라 두 사람은 애리조나의 한 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급여가 입금될 수 있는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놀라운 사실은 그다음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 이후 3년간 오타니는 한 번도 그 계정에 로그인한 기록이 없다.’
이도류, 바른생활 사나이, 21세기의 베이브 루스…. 사람들이 그에게 붙인 별명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에 등장한 그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피해자 A(Victim A)’다. 바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지칭이자, 수사기관의 유권해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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