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재수생’ 김준환(26, KT)이 이렇게 중요한 무대에서 중용될 줄 누가 알았을까.
수원 KT는 1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 2차전’에서 창원 LG를 83-63으로 이겼다. 1승 1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20일 수원에서 시리즈를 이어간다.
KT는 1쿼터만 해도 19-26으로 LG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2쿼터 초반 송영진 감독이 하윤기를 빼고 가드 김준환을 넣었다. 기존 허훈, 정성우와 함께 3가드를 투입했다. 문성곤이 4번을 보고 마이클 에릭이 센터를 봤다. 파격적인 전술이었다.
통했다. 24-30으로 뒤졌던 KT가 전세를 뒤집기 시작했다. 공이 원활하게 돌기 시작했다. 에릭도 힘을 냈다. 문성곤이 스틸을 했고 김준환이 찔러준 공을 에릭이 덩크슛으로 연결했다. 문성곤의 점프슛 역시 김준환이 다시 어시스트해줬다.
김준환은 2쿼터 말에 직접 스틸까지 한 뒤 레이업슛을 넣으면서 저스틴 구탕에게 추가자유투까지 얻어냈다. 순식간에 흐름이 KT로 향한 빅플레이였다. 나중에 최창진까지 가세해 3가드 전술을 이어갔다.
이날 김준환은 18분 22초를 뛰면서 4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기록은 눈에 띄지 않지만 김준환 투입으로 경기흐름이 바뀌었다. 김준환이 ‘조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3년차인 김준환은 올 시즌 정규리그 17경기에서 평균 8분 39초를 뛴 것이 전부다. 거의 쓰지 않던 선수를 플레이오프 4강전 중요한 순간에 투입해서 효과를 본 송영진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경기 후 송영진 감독은 “김준환을 6강 때부터 준비시켰다. 타이밍이 여의치 않아서 미뤘을 뿐이다. 우리가 지난 경기서 외곽슛이 안됐고 좀 더 보강이 필요했다. 김준환이 대차고 당찬 면이 있다. 그런 면을 크게 샀다”며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배 문성곤 역시 “준환이가 항상 준비를 많이 한다. 그런 부분에서 잘할거라 생각했다. 공격이나 일대일 디펜스를 잘한다. 오늘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김준환은 경희대 4학년 시절인 2020년 대학농구 1차 대회서 평균 33.7점으로 득점왕까지 차지할 정도로 공격력이 출중한 선수다. 하지만 2020년 드래프트에서 낙방하는 아픔을 맛봤다. 김준환보다 못하는 선수들이 대거 뽑혔는데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고진감래다. 김준환은 2021년 드래프트서 2라운드 9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아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는 주로 2군에서 뛰었지만 한 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꽉 잡았다. 그 결과 그는 프로농구 가장 큰 무대에서 빛날 수 있었다.
‘재수생’ 김준환의 비상은 마치 오랜 시련을 견디고 날아오른 한마리 나비 같은 활약이었다. 김준환이 3차전에서도 ‘조커’로 활약할까. 드라마가 따로 없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