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그 플레이가 얼마나 좋았는지 그에게 말해줘야 한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가치를 높이는 건 정교한 타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정후가 KBO리그 시절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던 수비 능력에 대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정후는 4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안타보다 이날 더 시선을 모은 건 수비였다. 지난 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햇빛에 들어간 타구를 놓쳐 2루타를 내준 뒤 곧바로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박수를 자아냈던 이정후는 이날 마찬가지로 처음 경기를 치르는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도 호수비쇼를 이어갔다.
야수 실책과 볼넷 2개, 안타 2개로 2-3으로 역전을 허용한 3회말 2사 1,3루에서 브라이슨 스탓의 타구를 빠르게 쫓아가 중앙 담장 앞 워닝트랙에서 타구를 낚아채 추가 실점을 막았던 이정후는 4회말 더 놀라운 '더 캐치'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 요한 로하스의 시속 101.7마일(163.7㎞)의 빠른 타구가 중앙 담장으로 향했고 다소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던 이정후는 20m를 넘게 전력질주한 뒤 끝에 글러브 끝으로 간신히 타구를 걷어냈다. 미국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기대 타율이 0.490에 달할 정도로 까다로운 타구였는데 이정후는 이를 잡아낸 뒤 그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담장과 부딪힌 뒤에야 멈출 수 있었다.
시티즌스뱅크 파크의 팬들은 이정후의 호수비에 얼어붙었고 중계진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정후가 왼쪽 중앙의 워닝트랙에서 전력질주를 해 엄청난 캐치를 해냈고 조던 힉스도 동의하고 있다(He made the catch 'WHAT A PLAY' by Jung Hoo Lee on the dead run in the gap in left center and yes, Jordan Hicks I agree it man)"고 전했다.
중계진도 조명한 선발 투수 힉스의 반응이 호수비의 가치를 더해줬다. 힉스는 자신을 살려준 이정후의 수비에 두 팔을 들어올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는 로하스의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내며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중계 카메라는 힉스를 포착했는데, 충격에 욕설을 뱉어냈다(Broadcast cameras caught Hicks drop an expletive in shock)"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래리브라운스포츠에 따르면 그 욕설은 다름 아닌 'F 사운드'가 들어가는 말이었다. 매체는 "이정후가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로하스는 3루타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힉스가 남긴 욕설이 "맙소사(Holly fxxx)"이었다고 전했다. 극찬의 의미의 욕설이었다. 중계 방송으로 전파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올 만큼 놀라운 수비였다는 방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이정후의 호수비 장면을 게재하며 "농담하는 거지 이정후?(Are you kidding, lee)"라며 한글로 '이정후 수비도사'라고 이정후의 수비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힉스가 느낀 감탄은 단순한 고마움과 놀라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힉스는 더그아웃으로 향해 이정후의 통역 저스틴 한을 통해 자신이 그 캐치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정확히 통역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고마움을 전한 것을 넘어 다소 이례적일 정도의 반응이다.
주로 구원 투수로 활약하며 시속 160㎞를 뿌리던 힉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4400만 달러(약 600억원)에 계약했다. 같은 이적생인 그는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한 이정후에게 남다른 감사의 표시를 했다.
힉스는 "이건 매우, 매우 하기 힘든 플레이(hat's a very, very hard play to make)였다"며 "그 플레이가 얼마나 좋았는지 그에게 말해줘야 한다. 그가 하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제 그 별명(바람의 손자)을 이해하게 됐다(I gotta tell him how good that play was. It's unbelievable what he's doing. Looked like he was flying with the wind. I understand that nickname now)"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 디 어슬래틱의 짐 보든은 4일 각 구단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집중 조명하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선 이정후를 앞쪽에 언급했는데 "이정후는 중견수 수비에서 평균 이상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래리브라운스포츠는 "이 플레이는 아마도 이정후의 대규모 팬클럽을 흥분시켰을 것"이라며 "자이언츠 신인인 이정후는 올 시즌 초 오라클 파크의 홈 플레이트 뒤에서 수많은 팬들이 파티를 열면서 입소문을 퍼뜨렸다"고 전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홈경기를 찾아 홈플레이트 뒤에 단체로 자리를 잡고 이정후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반응을 보였던 한국인 팬들을 두고 한 말이다. 그만큼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스타라는 점을 부각한 반응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압도적으로 낮은 헛스윙률(10%)과 삼진률(8.2%·이상 리그 2위)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타구 속도와 각도, 스프린트 스피드 등을 통해 책정되는 기대타율에서 이정후는 0.290을 기록 중이다. 실제 이정후의 타율은 0.248로 0.042나 차이가 난다. 이는 이정후의 지독한 불운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타격 지표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낸다.
현재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정후는 이날 완벽한 수비로 자신이 왜 샌프란시스코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가장 팀 내에서 주목 받는 스타인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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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회말 수비 때 환상적인 캐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가치를 높이는 건 정교한 타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정후가 KBO리그 시절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던 수비 능력에 대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정후는 4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안타보다 이날 더 시선을 모은 건 수비였다. 지난 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햇빛에 들어간 타구를 놓쳐 2루타를 내준 뒤 곧바로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박수를 자아냈던 이정후는 이날 마찬가지로 처음 경기를 치르는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도 호수비쇼를 이어갔다.
야수 실책과 볼넷 2개, 안타 2개로 2-3으로 역전을 허용한 3회말 2사 1,3루에서 브라이슨 스탓의 타구를 빠르게 쫓아가 중앙 담장 앞 워닝트랙에서 타구를 낚아채 추가 실점을 막았던 이정후는 4회말 더 놀라운 '더 캐치'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 요한 로하스의 시속 101.7마일(163.7㎞)의 빠른 타구가 중앙 담장으로 향했고 다소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던 이정후는 20m를 넘게 전력질주한 뒤 끝에 글러브 끝으로 간신히 타구를 걷어냈다. 미국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기대 타율이 0.490에 달할 정도로 까다로운 타구였는데 이정후는 이를 잡아낸 뒤 그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담장과 부딪힌 뒤에야 멈출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회말 수비 때 환상적인 캐치를 펼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캡처 |
중계진도 조명한 선발 투수 힉스의 반응이 호수비의 가치를 더해줬다. 힉스는 자신을 살려준 이정후의 수비에 두 팔을 들어올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는 로하스의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내며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중계 카메라는 힉스를 포착했는데, 충격에 욕설을 뱉어냈다(Broadcast cameras caught Hicks drop an expletive in shock)"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래리브라운스포츠에 따르면 그 욕설은 다름 아닌 'F 사운드'가 들어가는 말이었다. 매체는 "이정후가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로하스는 3루타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힉스가 남긴 욕설이 "맙소사(Holly fxxx)"이었다고 전했다. 극찬의 의미의 욕설이었다. 중계 방송으로 전파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올 만큼 놀라운 수비였다는 방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이정후의 호수비 장면을 게재하며 "농담하는 거지 이정후?(Are you kidding, lee)"라며 한글로 '이정후 수비도사'라고 이정후의 수비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힉스가 느낀 감탄은 단순한 고마움과 놀라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힉스는 더그아웃으로 향해 이정후의 통역 저스틴 한을 통해 자신이 그 캐치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정확히 통역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고마움을 전한 것을 넘어 다소 이례적일 정도의 반응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조던 힉스가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회말 이정후의 호수비에 감탄하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
힉스는 "이건 매우, 매우 하기 힘든 플레이(hat's a very, very hard play to make)였다"며 "그 플레이가 얼마나 좋았는지 그에게 말해줘야 한다. 그가 하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제 그 별명(바람의 손자)을 이해하게 됐다(I gotta tell him how good that play was. It's unbelievable what he's doing. Looked like he was flying with the wind. I understand that nickname now)"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 디 어슬래틱의 짐 보든은 4일 각 구단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집중 조명하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선 이정후를 앞쪽에 언급했는데 "이정후는 중견수 수비에서 평균 이상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래리브라운스포츠는 "이 플레이는 아마도 이정후의 대규모 팬클럽을 흥분시켰을 것"이라며 "자이언츠 신인인 이정후는 올 시즌 초 오라클 파크의 홈 플레이트 뒤에서 수많은 팬들이 파티를 열면서 입소문을 퍼뜨렸다"고 전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홈경기를 찾아 홈플레이트 뒤에 단체로 자리를 잡고 이정후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반응을 보였던 한국인 팬들을 두고 한 말이다. 그만큼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스타라는 점을 부각한 반응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압도적으로 낮은 헛스윙률(10%)과 삼진률(8.2%·이상 리그 2위)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타구 속도와 각도, 스프린트 스피드 등을 통해 책정되는 기대타율에서 이정후는 0.290을 기록 중이다. 실제 이정후의 타율은 0.248로 0.042나 차이가 난다. 이는 이정후의 지독한 불운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타격 지표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낸다.
현재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정후는 이날 완벽한 수비로 자신이 왜 샌프란시스코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가장 팀 내에서 주목 받는 스타인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이닝을 마치고 맷 채프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갈무리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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