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양)의지 다음으로 백업 포수로는 현재로서 당연히 0순위죠."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해 양의지(37)의 컨디션에 노심초사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쉽사리 휴식을 주기 어려웠고 늘 미안해했다.
올해는 다르다. '한 지붕 라이벌' LG 트윈스에서 건너온 김기연(27)이 양의지와 두산, 이승엽 감독에게 숨통을 트게 해주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김)기연이는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다. 어제(10일)도 블로킹 실수도 하고 했지만 경기를 나가면서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KT전에서 김기연은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양의지가 키움 히어로즈와 주말 3연전에서 모두 선발 출전한 양의지는 양쪽 종아리에 불편한 느낌이 있어 휴식 차원에서 쉬어가기로 한 것.
이승엽 감독은 "의지가 3일 동안 인조잔디 구장에서 전 이닝을 소화하면서 조금 무리를 했다"며 "연승 중이기도 해서 뛰어주면 좋겠지만 시즌을 길게 봐야 한다. 오늘 하루 정도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야기를 해 당연히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불가피한 상황이긴 했지만 올 시즌 유독 이런 일이 잦아졌다. 양의지는 지난해 포수로 773이닝을 소화했다. 전체 이닝의 60%를 소화했다. NC 다이노스 이적 직전해인 2018년(861⅓이닝) 이후 800이닝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 어렵다는 포수 타격왕을 차지했을 만큼 타선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최대한 체력 안배를 하며 많은 경기에 뛰는 게 중요한 선수다. 2019시즌을 앞두고 4년 125억원에 NC로 이적했던 양의지는 2번째 자유계약선수(FA)로 4+2년 152억원으로 역대 FA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선수가 됐다. 그만큼 자타공인 리그 최고 가치의 선수였고 지난해 두산에 돌아와서도 타율 0.305, 17홈런 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0으로 활약했다.
포수를 두고 안방마님이라고 한다.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고 우리 투수의 강점과 약점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동시에 투수가 흔들릴 때는 다독여주는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더구나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불편한 자세로 앉아 경기를 치르기에 체력적 부담이 유독 크다.
그런 포수로 뛰면서도 양의지는 통산 타율 3할을 넘기고 있다. 옵션을 포함할 경우 올 시즌 포함 아직도 5년을 더 뛸 수 있다. 그렇기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에도 장승현과 안승한 등이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활용됐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다. 타석에서 2할 초반 타율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양의지에게 휴식을 주거나 지명타자로 활용할 경우 포수로서 안정감은 물론이고 타격 면에서 누수효과가 두드러졌다. 양의지 개인적으로도 더 마음 편히 쉬어가기가 힘들었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이승엽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던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 포수 김기연을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4억원의 지출이 있었지만 공격력이 강점인 포수를 데려와 양의지의 활용성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시즌 초반 장승현이 먼저 기회를 얻었지만 역시나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컸다. 타율 0.200(20타수 4안타)에 그쳤고 기회는 김기연에게 돌아왔다. 양의지의 부담을 짊어지고 포수로 99이닝을 책임진 그는 타석에서도 타율 0.340(47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출루율 0.354, 장타율 0.426, OPS(출루율+장타율) 0.780을 기록하고 있다.
모든 팀을 통틀어 50이닝 이상을 책임진 포수 중 KIA 타이거즈 한준수(타율 0.356)에 이어 타율 2위에 올라 있을 만큼 돋보이는 타격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장의 평가도 좋다. 팀이 5-3으로 앞선 10일 KT전 7회초 신인 김택연이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는데 김기연이 마운드에 방문한 뒤 KKK로 위기를 넘겼다. 김택연이 워낙 좋은 공을 뿌린 게 사실이지만 김기연의 주문도 한 몫을 했다. 김택연은 세 타자를 돌려세우며 던진 15구 중 직구만 14개를 뿌렸는데 이는 김기연의 조언 덕분이었다. 타석에서도 멀티히트로 팀의 6연승에 힘을 보탰다.
10일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김)기연이 형이 마운드에 올라와 박병호 선배님 나왔을 때 계속 힘으로 붙어보자고 했다"며 "중요한 상황이고 팀의 연승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못 막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코너에 몰리니 좋은 공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이 장면에 대해 "김기연 선수가 (상대가 직구 대처가 안 되는 걸) 잘 캐치를 한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서도 포수로서 좋은 점수를 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타격 재능, 투수 리드 외에도 훈련 태도, 발전 속도 등까지 모두 이승엽 감독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이 감독은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기 전 세리자와 코치와 연습도 많이 하고 생각보다 노력도 많이 하는 똘똘한 선수인 것 같다"며 "타격할 때도 보면 그런 걸 충분히 느낀다. 수비에서도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면 분명히 반응도 잘 되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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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기연이 10일 KT전에서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해 양의지(37)의 컨디션에 노심초사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쉽사리 휴식을 주기 어려웠고 늘 미안해했다.
올해는 다르다. '한 지붕 라이벌' LG 트윈스에서 건너온 김기연(27)이 양의지와 두산, 이승엽 감독에게 숨통을 트게 해주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김)기연이는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다. 어제(10일)도 블로킹 실수도 하고 했지만 경기를 나가면서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KT전에서 김기연은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양의지가 키움 히어로즈와 주말 3연전에서 모두 선발 출전한 양의지는 양쪽 종아리에 불편한 느낌이 있어 휴식 차원에서 쉬어가기로 한 것.
이승엽 감독은 "의지가 3일 동안 인조잔디 구장에서 전 이닝을 소화하면서 조금 무리를 했다"며 "연승 중이기도 해서 뛰어주면 좋겠지만 시즌을 길게 봐야 한다. 오늘 하루 정도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야기를 해 당연히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불가피한 상황이긴 했지만 올 시즌 유독 이런 일이 잦아졌다. 양의지는 지난해 포수로 773이닝을 소화했다. 전체 이닝의 60%를 소화했다. NC 다이노스 이적 직전해인 2018년(861⅓이닝) 이후 800이닝을 넘긴 적이 없었다.
김기연이 10일 KT전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포수를 두고 안방마님이라고 한다.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고 우리 투수의 강점과 약점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동시에 투수가 흔들릴 때는 다독여주는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더구나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불편한 자세로 앉아 경기를 치르기에 체력적 부담이 유독 크다.
그런 포수로 뛰면서도 양의지는 통산 타율 3할을 넘기고 있다. 옵션을 포함할 경우 올 시즌 포함 아직도 5년을 더 뛸 수 있다. 그렇기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에도 장승현과 안승한 등이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활용됐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다. 타석에서 2할 초반 타율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양의지에게 휴식을 주거나 지명타자로 활용할 경우 포수로서 안정감은 물론이고 타격 면에서 누수효과가 두드러졌다. 양의지 개인적으로도 더 마음 편히 쉬어가기가 힘들었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이승엽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던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 포수 김기연을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4억원의 지출이 있었지만 공격력이 강점인 포수를 데려와 양의지의 활용성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김기연(왼쪽)이 10일 KT전 7회말 위기를 넘긴 뒤 투수 김택연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모든 팀을 통틀어 50이닝 이상을 책임진 포수 중 KIA 타이거즈 한준수(타율 0.356)에 이어 타율 2위에 올라 있을 만큼 돋보이는 타격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장의 평가도 좋다. 팀이 5-3으로 앞선 10일 KT전 7회초 신인 김택연이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는데 김기연이 마운드에 방문한 뒤 KKK로 위기를 넘겼다. 김택연이 워낙 좋은 공을 뿌린 게 사실이지만 김기연의 주문도 한 몫을 했다. 김택연은 세 타자를 돌려세우며 던진 15구 중 직구만 14개를 뿌렸는데 이는 김기연의 조언 덕분이었다. 타석에서도 멀티히트로 팀의 6연승에 힘을 보탰다.
10일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김)기연이 형이 마운드에 올라와 박병호 선배님 나왔을 때 계속 힘으로 붙어보자고 했다"며 "중요한 상황이고 팀의 연승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못 막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코너에 몰리니 좋은 공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이 장면에 대해 "김기연 선수가 (상대가 직구 대처가 안 되는 걸) 잘 캐치를 한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서도 포수로서 좋은 점수를 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타격 재능, 투수 리드 외에도 훈련 태도, 발전 속도 등까지 모두 이승엽 감독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이 감독은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기 전 세리자와 코치와 연습도 많이 하고 생각보다 노력도 많이 하는 똘똘한 선수인 것 같다"며 "타격할 때도 보면 그런 걸 충분히 느낀다. 수비에서도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면 분명히 반응도 잘 되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10일 경기 승리 후 김기연(왼쪽에서 2번째)이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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