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승점 79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의 2023~2024시즌 마지막 경기는 오는 20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상대팀 울버햄튼과 승패를 떠나 이 경기는 리버풀 팬들에게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이유로 스스로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위르겐 클롭(57)의 고별전이기 때문이다.
독일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부터 이른바 '게겐 프레싱'으로 불리는 공격적인 수비 전법으로 각광을 받은 클롭은 지난 2018~2019시즌 리버풀의 EPL 시대 첫 우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리버풀에서 클롭의 성공비결에는 소통과 협력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항상 코치 등 스태프와 긴밀한 소통을 하며 팀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클롭은 선수,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과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바탕으로 이를 스쿼드 구성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리버풀은 지난 2010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를 소유하고 있던 펜웨이스포츠그룹(FSG)에 매각되면서 EPL을 대표하는 데이터 분석 클럽으로 발돋움했다. 리버풀은 이때부터 통계학과 운동생리학 분야 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가들에게 선수 분석 업무를 맡겼다. '머니 볼'이란 개념으로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경험을 리버풀에 그대로 접목한 셈이었다.
리버풀 데이터 분석팀의 역할은 연봉은 저평가돼 있었지만 유효 슈팅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이는 어쩌면 보스턴이 출루율은 좋지만 낮은 연봉의 선수를 영입해 승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리버풀의 '큰 그림'은 가성비 좋은 스쿼드를 꾸리는 데 적지 않은 효과를 만들어냈고 클롭 감독은 이 부분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 방식이 전체 선수 연봉과 이적료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탄탄한 팀을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EPL 경기에서 세부 통계 기록이 계측되기 시작한 2000~2001시즌 이래 클롭 감독이 이끈 리버풀은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1일 2000~2001시즌 이후 슛 시도 횟수, 승점, 기대 득점, 골 득실 차, 득점 등의 기록이 해당 기간 중 3시즌을 기준으로 가장 좋았던 EPL 팀을 발표했다. 리버풀은 2021~2022시즌부터 이번 시즌(기사 보도 시점까지)에 경기당 평균 슛 시도(18.53회) 1위를 차지했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두 2위에 올랐다.
흥미롭게도 기대 득점, 골 득실 차, 득점, 승점에서 리버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팀은 펩 과르디올라(53)가 이끄는 맨체스터시티(맨시티)였다. 특히 맨시티가 2017~2018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3시즌 동안 기록한 경기당 골 득실 차는 +1.91(+218/114경기)로 같은 기간 리버풀이 기록한 +1.45(+165/114경기)에 크게 앞섰다.
21세기 EPL의 최고 팀을 이끌었던 두 감독의 치열한 승부는 2018~2019시즌에 불을 뿜었다. 맨시티는 당시 승점 98점을 기록하며 승점 97점의 리버풀을 간발의 차이로 제압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버풀의 97점은 다른 시즌이었다면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승점이었다. 그래서 '리버풀 클롭 감독의 최대 불운은 동시대에 펩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펩이 이끄는 맨시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리버풀은 EPL에서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다음 시즌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는 신임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의 아르네 슬롯(46)이다. 그는 데이터 분석 활용은 물론이고 공격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프레싱 게임이라는 클롭과 리버풀 축구의 전통을 계승할 만한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리버풀 팬들은 이 감독 교체가 팀의 또다른 전성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리버풀 축구의 기초를 다진 빌 샹클리 감독(1913~1981)은 클롭과 비슷하게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였다. 그는 1974년 FA컵 우승을 끝으로 리버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를 이어 리버풀을 지휘한 밥 페이즐리(1919~1996)는 카리스마 면에서는 샹클리 전임 감독에 비해 강하지 않았지만 리버풀의 6번의 리그 우승과 3번의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제패를 이끌었다. 페이즐리는 샹클리의 축구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도 더욱 치밀한 작전 구사로 리버풀 전성기를 견인했다.
리버풀의 명장으로 기억될 클롭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게 될 슬롯 감독에게 리버풀 팬들이 기대하는 건 1970~1980년대 초반에 펼쳐진 페이즐리의 '신화 재연'이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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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롭(왼쪽)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 /AFPBBNews=뉴스1 |
지난 1월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이유로 스스로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위르겐 클롭(57)의 고별전이기 때문이다.
독일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부터 이른바 '게겐 프레싱'으로 불리는 공격적인 수비 전법으로 각광을 받은 클롭은 지난 2018~2019시즌 리버풀의 EPL 시대 첫 우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리버풀에서 클롭의 성공비결에는 소통과 협력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항상 코치 등 스태프와 긴밀한 소통을 하며 팀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클롭은 선수,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과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바탕으로 이를 스쿼드 구성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AFPBBNews=뉴스1 |
리버풀 데이터 분석팀의 역할은 연봉은 저평가돼 있었지만 유효 슈팅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이는 어쩌면 보스턴이 출루율은 좋지만 낮은 연봉의 선수를 영입해 승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리버풀의 '큰 그림'은 가성비 좋은 스쿼드를 꾸리는 데 적지 않은 효과를 만들어냈고 클롭 감독은 이 부분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 방식이 전체 선수 연봉과 이적료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탄탄한 팀을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EPL 경기에서 세부 통계 기록이 계측되기 시작한 2000~2001시즌 이래 클롭 감독이 이끈 리버풀은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1일 2000~2001시즌 이후 슛 시도 횟수, 승점, 기대 득점, 골 득실 차, 득점 등의 기록이 해당 기간 중 3시즌을 기준으로 가장 좋았던 EPL 팀을 발표했다. 리버풀은 2021~2022시즌부터 이번 시즌(기사 보도 시점까지)에 경기당 평균 슛 시도(18.53회) 1위를 차지했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두 2위에 올랐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 /AFPBBNews=뉴스1 |
21세기 EPL의 최고 팀을 이끌었던 두 감독의 치열한 승부는 2018~2019시즌에 불을 뿜었다. 맨시티는 당시 승점 98점을 기록하며 승점 97점의 리버풀을 간발의 차이로 제압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버풀의 97점은 다른 시즌이었다면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승점이었다. 그래서 '리버풀 클롭 감독의 최대 불운은 동시대에 펩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펩이 이끄는 맨시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리버풀은 EPL에서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게 된 아르네 슬롯 감독. /AFPBBNews=뉴스1 |
리버풀 팬들은 이 감독 교체가 팀의 또다른 전성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리버풀 축구의 기초를 다진 빌 샹클리 감독(1913~1981)은 클롭과 비슷하게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였다. 그는 1974년 FA컵 우승을 끝으로 리버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를 이어 리버풀을 지휘한 밥 페이즐리(1919~1996)는 카리스마 면에서는 샹클리 전임 감독에 비해 강하지 않았지만 리버풀의 6번의 리그 우승과 3번의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제패를 이끌었다. 페이즐리는 샹클리의 축구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도 더욱 치밀한 작전 구사로 리버풀 전성기를 견인했다.
리버풀의 명장으로 기억될 클롭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게 될 슬롯 감독에게 리버풀 팬들이 기대하는 건 1970~1980년대 초반에 펼쳐진 페이즐리의 '신화 재연'이다.
이종성 교수. |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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