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맨체스터 시티가 낳은 대반전이다. 에릭 텐 하흐(5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결국 경질을 피했다.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텐 하흐는 맨유 감독으로 남는다. 그는 이네오스(INEOS) 그룹으로부터 최종 결정을 통보받았다. 또한 재계약이 논의될 것이다. 텐 하흐는 다음 시즌에도 맨유 감독이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공신력 높은 영국 'BBC'까지 쐐기를 박았다. 매체는 "텐 하흐는 맨유 보드진의 시즌 후 검토를 거쳐 맨유 감독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그들은 이제 계약 연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역시나 FA컵 우승이 결정적이었다. BBC는 "맨유가 FA컵 결승에서 2-1로 승리하면서 맨유 고위층이 좀 더 긍정적으로 텐 하흐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리뷰 결과를 중심으로 '건설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된다.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텐 하흐가 계속 팀을 맡는 게 분명히 선호하는 선택지였다"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내던 텐 하흐 감독으로서는 희소식이다. 이비자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맨유에 남을 수 있어 기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텐 하흐 감독은 경질이 유력해 보였다. 맨유는 지난 시즌 내내 고개를 숙였기 때문. 텐 하흐 감독은 2022-2023시즌 리그 4위와 리그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년 차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조별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탈락했고, 리그에서도 8위까지 추락했다.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맨유는 리그 38경기에서 57골을 넣는 동안 58골을 내주며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다. 어디 하나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
굴욕적인 기록도 여럿 세웠다. 맨유는 2023-2024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85골이나 허용했고, 무려19번이나 패했다. 이는 1978-79시즌 이후 46년 만의 최다패 기록이다. '꿈의 극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9번이나 무너지면서 한 시즌 홈 최다 패배 타이 기록까지 쓰고 말았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은 마지막 순간 대반전을 썼다. 지난달 25일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꺾고 통산 1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 맨유는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맨시티를 괴롭혔고, 1년 전 FA컵 결승전 패배를 되갚아주며 정상에 올랐다.
그러자 FA컵 결과와 상관없이 경질을 고려하던 맨유 보드진도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다시 평가하고 나섰다. 맨유는 다른 후보들과 접촉을 시작하면서도 텐 하흐 감독의 거취를 포함한 전체적인 시즌 검토를 실시했다.
어찌 됐던 트로피를 들어올린 텐 하흐 감독은 큰소리를 쳤다. 그는 "만약 맨유가 나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팀으로 가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다. 그게 내가 해왔던 일"이라고 당당히 선언했고, 이적시장 실패에 대해서도 자기 책임은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순식간에 갑이 된 느낌이었다.
결국 맨유도 다시 텐 하흐 감독을 붙잡기로 결정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임할 것이란 소문도 파다했지만, 무산됐다. 투헬 감독이 맨유행을 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투헬은 지난주 맨유의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 경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스스로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첼시에서 떠나면서 후보로 거론됐지만, 맨유의 관심은 식었다"라며 "토마스 프랭크 감독 건으로 브렌트포드에 연락하지 않았고, 올여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선임은 잉글랜드 대표팀과 약속 때문에 불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텐 하흐 감독과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맨유다. BBC는 "맨유는 텐 하흐가 힘든 시즌 동안 보여준 헌신과 품위, 전문성에 감탄하고 있다. 또한 텐 하흐가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와 코비 마이누의 발전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걸 인정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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