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영화인들의 영화제 '대종상영화제' 측이 파산 사태 속에서도 행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27일 서울 종로구에서는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장호 대종상영화제 위원장, 방순정 시나리오작가협회 의사장,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 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강대영 회장, 김기태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이사장,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갑성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영총' 양윤호 회장은 "정말 부끄러운 자리다. 내부 이야기를 다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낯설다"라며 "국내 최고(금) 영화상인 대종상은 매년 개최불가라는 불미스런 오해를 받으면서도 지난 2년간 심사의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개최되어왔고 E&A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해 왔다. 특히 2023년 대종상은 그간 잃었던 신용을 다소나마 회복하고, 10여 년 만에 지자체 단체인 경기아트센터의 지원을 받아 경기도민의 관심 속에서 치루며 대종상 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운을 뗐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회생법원은 대종상영화제의 주최권을 가지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영총')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했다. 이번 파산 선고는 일반적인 파산 절차와는 다르게 채권자 A 씨의 신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대종상영화제 개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 바 있다.
이어 "과거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3차례 대종상 행사위탁운영 계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는 모두 지금 파산 신청자인 채권자 A씨가 주도한 것”이라며 “행사위탁운영자가 영총에 발전기금을 내고 조직위원장이 되는 과정에서 소개비가 비용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른 부담금은 어이없게 영총의 채무가 되는, 아주 이상한 구조였다. 영총이 지원금을 받는 데도 빈곤해지고 돈을 낸 조직위원장은 장사를 해야 되는, 이런 시스템은 공정한 심사와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대종상의 취지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라고 밝혔다.양 회장은 “부정과 불공정, 불법성으로 인한 파행이 예상되는 이 시스템을 반드시 개혁해야 영총과 대종상이 다시 살 수 있다는 게 현 집행부의 소신”이라며 “‘영총이 돈을 받는 이런 좋은 계약을 애써 내가 해줬는데(소개비 지급), 왜 이 계약을 깨려 하느냐?’고 채권자는 항변한다. 저희는 ‘돈을 받고 조직위원장을 위촉하는 거나, 소개비를 받는 거나 모두 불법이다. 대종상으로 거래는 더 이상 안 됩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이 다툼은 상식의 차이에서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파산선고와 관련하여 “영총과 (주)다올의 소송에서 영총이 승소한 이후에 채권자 A씨는 느닷없이 영총을 상대로 파산신청을 했다. 채권자가 60년 이상 활동한 협회에 대한 파산신청 이유를 영총은 알 수가 없었고 그러는 사이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파산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며 “채권자는 과거의 사례처럼 양 이사장을 중도 사퇴시킨 후 비대위 혹은 대행 체제에서 영총을 임의 재편성 하여 대종상의 권한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의지를 밝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밀히 말하면 대종상 주최권은 영총이 아니라 영화인에게 있다. 60회를 넘기고 있는 만큼 국민이 인정하고 영화인이 인정하는 대종상이면, 언제, 누가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다만 다음 주인인 후배들을 위해 한 해, 한 해 영광스럽게 치러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을 뿐”이라며 “영총은 회생법원의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만에 하나 채권자가 회생계 획안에 동의를 안 해서 회생이 중지되고 다시 파산 결정이 나면 그 판단은 고등법원의 항소심으로 돌아간다. 영총은 거기서 다시 법리를 다투어 영총을 살려낼 것이다. 그러나 영총이 아니더라도 영화인들이 존재하는 한, 영화인들이 총의가 모인 단체는 존재할 것이고 대종상은 계속 될 것”이라며 입장문을 전했다.
이장호 위원장은 "제가 시작한게, 데뷔 작품부터 50년이 되고, 그동안 영화계에 있으면서 갑의 입장에서 서보지 못했고, 늘 영화인으로서 을의 입장에 있었는데, 오늘의 영화, 새롭게 영화인들로 하여 영화 협회로 정리가 되고, 처음으로 가장 이상적인 조직 형태를 저는 보고 있다. 그동안의 제 기억 속에는 영화인 협회를 이끌던 모습 사람들이 소위 연륜을 강조하면서 굉장히 정치적으로, 영화계를 이끌어왔기에 저는 늘 ‘영화 조직이 썩었다’는 줄곧 하면서 살아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것이, 대종상이 처음 시작했을 때의 신뢰가 어느 순간부터 해를 거듭하며 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많은 것이 당시 영화 제작진들과 영화인 협회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마치 장사를 거래하듯 대종상이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것을 바로 잡기가 힘든 세월이 많이 지나갔는데, 최근에 대종상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상당히 개인적인 욕심으로 영화제를 좌지우지했던 것들이 영화인 협회를 파산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라며 "대종상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부터, 새롭게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조금씩 나아져서 드디어 지난해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종상이 다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영화제로 심사위원 구성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때아니게 법적으로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인 협회를 파산하기까지 상황이 만들어졌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채권자 A씨가 원하는 것은, 대종상의 소유권을 가져가고 싶어 하는 악마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형태다. 대종상을 사유화하려고 하는 아주 추악한 형태다. 이 때문에 젊은 영화인들이 새로운 미래와, 대종상을 변화시키는 것에 장애를 받고 있어 저는 원로가 된 입장에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라며 "그래서 오늘, 긴말할 것 없이, 대종상은 올해부터 아주 새로운 변모할 좋은 기회에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악마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위기 속에도 올해 '대종상 영화제' 개최에 대한 의지만은 불탔다. 양 회장은 "A씨가 대종상 개최권을 사 온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것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영총이 파산된다면 항소도 해야 하는데, 개최권은 누구에게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허청에서 보면 업무표장이 있는데, 파산이 되었을 때는 채권자가 우선 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럼 A씨가 업무표장을 사면 너희는 대종상을 개최를 못한다는 입장인데, 이 업무표장이 있다고 해서 대종상 주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고 설명하며 "저희는 지금 11월 개최로 준비하고 있다. 중계방송 문제 때문에 지금 논의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양 회장은 "회생절차는 잘 밟고있고, 채권자 동의가 중요한데, 그 부분도 노력중이다. 몇주전에 위원장님 께서 A씨를 만났고, 제안도 했다. 그 제안에 대해서 정확히 긍정과 부정은 아닌거 같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쪽으로든 정리가 될 거다. 채권자 동의도 계속 받으려고 노력할거다. 만에 하나 파산이 되어도, 항소심 절차도 있다"라며 "향후 7월말에서 8월 넘어가기전에 정식으로 미디어데이를 개최해서 영화제 개최에 대해 다시 설명을 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yusuou@osen.co.kr
[사진] 대종상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