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드디어 규정이닝에 합류했고, 평균자책점 2위로 타이틀 레이스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꾸준한 활약상을 결과로 입증하면서 KBO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거듭났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이제 찰리 반즈(29)가 너무 잘해도 불안하지 않을까.
반즈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정규시즌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0구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4-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반즈는 시즌 8승 째를 수확했다.
그리고 이날 6이닝을 소화, 시즌 109⅓이닝으로 규정이닝에 진입했다. 평균자책점 2.72(109⅓이닝 33자책점)을 기록한 반즈는 평균자책점 2위에 자리를 잡았다.
반즈는 지난 5월 28일 사직 삼성전에서 왼쪽 내전근 미세손상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전반기 막판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부상이 장기화 됐다. 반즈의 부재로 롯데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국 전반기는 아웃됐다.
후반기에 복귀한 반즈는 부상으로 보낸 시간을 만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완벽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복귀전이었던 7월 10일 인천 SSG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이후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단 한 번도 6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오지 않았다. 후반기 성적만 따지면 7경기 5승 평균자책점 1.57(46이닝 8자책점) 52탈삼진. 지난 2022년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 KBO리그 무대를 밟은 반즈. 반즈는 당시 빅리그의 직장폐쇄의 불확실성을 피해 한국 땅을 밟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로스터 한 자리를 노려볼 수 있었지만 한국행을 택했다.
반즈는 데뷔 시즌 31경기 12승12패 평균자책점 3.62(186⅓이닝 75자책점) 160탈삼진의 성적을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으로 리그에 연착륙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터 4일 휴식 로테이션을 돌면서 후반기 체력 저하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팀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지만 시즌 내내 꾸준한 반즈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고 시즌 마무리도 아쉬웠다.
이듬해 총액 12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은 반즈. 비시즌 동안 자신의 구종 노출을 피하기 위해 투구폼 수정 작업을 거쳤는데 이 점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과거의 투구폼을 되찾았지만 전반기는 ‘퐁당퐁당’ 기복과 함께했다. 그래도 후반기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전반기 16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4.57(82⅔이닝 42자책점)에 그쳤지만 후반기에는 14경기 6승4패 평균자책점 2.05(87⅔이닝 20자책점)으로 환골탈태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30경기 11승10패 평균자책점 3.28(170⅓이닝 62자책점) 147탈삼진.
반즈는 후반기 대반전의 활약을 바탕으로 빅리그 재진입에 도전했다. 롯데는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반즈의 빅리그 도전 의사를 존중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반즈를 둘러싼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롯데와 총액 13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3년째 동행.
3번째 시즌을 맞이한 반즈는 전반기 부상을 제외하면 전반기와 후반기 비교적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 복귀 이후 후반기의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비교가 되지만, 부상 이전까지 성적도 11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3.55(63⅓이닝 25자책점)으로 훌륭했다.
이미 빅리그 도전 의사를 내비쳤던 상황. 올 시즌이 끝나고 반즈는 다시 한 번 더 큰 무대에 대한 열망을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메릴 켈리(애리조나),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 알버트 수아레즈(볼티모어),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등 최근 많은 역수출 사례들이 나온 상황에서 이 정도의 성적을 찍은 반즈를 빅리그 구단들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무대 3년차를 맞이하면서 성적이 점점 우상향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성장했고 성숙해졌다는 것을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단순 평균자책점 등 기록은 물론, 탈삼진 능력이 일취월장했다. 올해 반즈는 109⅓이닝 동안 131탈삼진을 뽑아내면서 9이닝 당 10.78개의 탈삼진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2022년 6.75개, 2023년 7.77개를 기록했던 삼진 비율이 월등하게 향상됐다. 이러한 점을 미국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반즈가 등판했고 또 일찌감치 미국 도전 의사를 표현한 김혜성이 나온 16일, 사직구장에도 빅리그 스카우트가 등장했다. 김혜성이 스카우트들을 몰고 다니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반즈 역시도 눈여겨 보지 않았을까. 롯데는 절대 에이스로 등장한 반즈가 떠나는 것을 벌써 불안해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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