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가 지난겨울 탬파베이 레이스 우완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31)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 안길 때 우려된 부분은 건강이었다. 실력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 투수이지만 매년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130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었다. 지난해 21경기 120이닝이 최다 기록일 만큼 ‘유리몸’ 투수였다.
올해 다저스에 와서 글래스노우는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22번의 선발등판으로 134이닝을 소화했다. 커리어 최초로 130이닝을 넘기며 9승6패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168개를 기록, 부상병동인 다저스 선발진에서 1선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유리몸 꼬리표를 완전히 떼진 못하게 됐다. 지난달 전반기 막판 허리 통증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지난달 25일 복귀 후 4경기를 던지며 데뷔 첫 규정이닝 페이스를 이어갔지만 이번에는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다.
다저스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글래스노우를 오른쪽 팔꿈치 건염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시켰다. 검사 결과 팔꿈치에 구조적 손상이 별견되지 않아 보름이 지나면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정도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뛸 전망이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글래스노우는 당초 예정된 18일 세인트루이스전에 선발등판 의지를 보였다. 부상자 명단에 갈 필요가 없다고 구단을 설득하며 18일 등판을 완강하게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설득에 실패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글래스노우는 18일 등판을 위해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우리는 시즌 끝까지 선수들을 준비시키는 데 있어 매우 일관적인 팀이다. 만약 18일 선발로 나섰다면 초구부터 핀이나 바늘로 찌르는 통증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글래스노우 본인에게도, 팀에도 좋지 않다.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글래스노우는 2021년 8월 탬파베이 시절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바 있다. 1년간 재활을 거쳐 2022년 9월 메이저리그에 복귀했고, 지난해 부상 복귀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21경기(120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3.53 탈삼진 162개로 건재를 알렸지만 시즌 초반 복사근 부상으로 120이닝 투구에 만족했다.
후반기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공동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3경기차로 추격받는 다저스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길게 봤다. 다른 부위도 아니고 팔꿈치 통증이란 점에서 부상 악화를 막고 가을야구를 위해 조금 더 아끼기로 했다.
로버츠 감독은 “불펜 투구를 할 때는 괜찮았지만 다음날 캐치볼을 하다 약간 통증이 나타났다. 검사를 해보니 건염으로 나왔는데 2주 후에는 선발로 나설 준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그를 에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전까지는 복귀시키지 않을 것이다”고 완벽한 회복을 강조했다.
다저스는 올해 글래스노우뿐만 아니라 클레이튼 커쇼(어깨), 야마모토 요시노부(어깨), 워커 뷸러(고관절), 바비 밀러(어깨) 등 주축 선발투수들이 번갈아가며 다쳤다. 토니 곤솔린(팔꿈치), 더스틴 메이(식도), 에밋 쉬헨(팔꿈치)은 아예 수술로 공 하나 못 던지고 시즌 아웃되는 등 부상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 9위(3.91)로 마운드가 예전 같지 않은 다저스는 팀 홈런 3위(165개), OPS 5위(.765)로 오타니 쇼헤이가 이끄는 타선의 힘으로 NL 서부지구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지난 17일 세인트루이스전은 오타니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무키 베츠, 개빈 럭스, 케빈 키어마이어의 홈런 3방이 터지면서 7-6 역전승을 거뒀다. 18일 세인트루이스전 선발투수로는 바비 밀러가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올라와 글래스노우 자리를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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