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던지겠습니다” 국민타자 교체 지시 거부 왜? 154km 국대 에이스, ‘책임감’ 의미를 되새기다
입력 : 2024.08.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두산 곽빈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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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이후광 기자] “(교체는) 안됩니다. 더 던지겠습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 곽빈(25)은 지난 1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며 시즌 11승(8패)째를 올렸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7회말 2사까지 110구의 경제적인 투구수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69개(볼 41개)에 달했고, 최고 154km의 강속구(48개) 아래 슬라이더(30개), 체인지업(18개), 커브(14개)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7월 18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정확히 30일 만에 시즌 3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했다. 6일 잠실 LG 트윈스전 4⅓이닝 4실점, 11일 인천 SSG 랜더스전 2이닝 6실점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하루였다.

경기 후 만난 곽빈은 “최근 경기 볼넷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 경기 준비할 때는 공을 많이 던졌고, 정말 제대로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 준비를 잘한 만큼 자신감도 생겼다. 또 옆에서 (최)원준이 형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라고 반등 비결을 전했다. 

곽빈은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폭투로 득점권 위기를 자초한 가운데 김민혁 상대 빗맞은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이병헌과 교체됐다. 이닝 도중 마운드에 오른 박정배 투수코치의 교체 지시를 거부하고 투구를 이어갔기에 실점의 아쉬움이 더 컸다. 

두산 곽빈 / OSEN DB

곽빈은 “나는 사실 9이닝을 다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투구수가 안 따라줘서 아쉬웠다. 그 전에 8회는 꼭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좋은 공을 상대 타자가 잘 쳤다”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8회 도중 코치님이 ‘여기까지만 하자’고 하셨는데 내가 ‘진짜 안 된다. 그냥 던지겠다’라고 했다. 감독님도 바꾸자고 했는데 믿어달라고 했다. 물론 점수는 내줬지만, 결국 팀이 이겼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마무리 김택연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마지막 9회말은 어떻게 봤을까. 두산은 3-2로 근소하게 앞선 9회말 김택연이 1사 만루 위기에 처했지만, 대타 신본기와 박민석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고 가까스로 경기를 끝냈다. 

두산 곽빈 / OSEN DB

곽빈은 “나는 우리 팀 중간투수가 올라오는 순간 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김)택연이 평균자책점이 1점대가 아닌가. 정말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택연이를 믿었다”라고 후배를 항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8회말에서 그랬듯 곽빈은 올 시즌 팀의 에이스로서 ‘책임감’의 진짜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다. 외국인선수 2명이 부상과 부진으로 시즌 내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곽빈이 사실상 1선발 역할을 수행해 두산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곽빈은 “굉장히 어깨가 무겁다. 힘들다”라며 “올해는 확실히 책임감이 강해진 느낌이다. 공 몇 개를 던지든 팀에 보탬이 돼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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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브랜든 와델의 더딘 회복세로 인해 남은 26경기를 이끌 원투펀치로 곽빈-조던 발라조빅을 낙점했다. 두 선수가 선발진에서 중심을 잡아야만 두산이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할 수 있다. 

곽빈은 “감독님이 던지라면 던져야 한다. 큰 역할을 맡았으니 한 번 잘 던져보겠다. 이제 6차례 정도 등판이 남은 거 같은데 모든 경기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투구를 펼치겠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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