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2만 명이 넘는 원정 만원 관중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투수 주승우(24)은 마무리의 매력과 짜릿함을 한껏 만끽했다.
키움은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8-7 진땀승을 거뒀다. 0-4로 끌려가던 경기, 5회 5득점의 빅이닝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차곡차곡 추가점을 쌓으면서 8-4까지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8회말 위기에 몰렸다. 좌완 김성민이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전준우에게 볼넷, 윤동희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실책이 나오며 실점했다. 박승욱에게 좌전안타까지 허용해 무사 1,3루 위기까지 몰렸다. 정보근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황성빈에게 2루수 내야안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 했다. 여기서 김성민이 보크를 범해 1사 2,3루 위기까지 몰렸고 고승민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1점을 더 내줬다. 8-7, 1점 차까지 좁혀졌다.
키움은 현재 마무리 보직을 맡고 있는 주승우를 내보냈다. 그리고 이날 홈런까지 있었던 손호영을 상대로 3볼 1스트라이크까지 몰렸지만 3루수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극복했다.주승우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레이예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노진혁을 희생번트로 처리하며 1사 2루 위기에 몰렸고 전준우는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이때 2루의 대주자 장두성의 3루 진루를 허용했다. 2사 3루까지 만든 상황. 키움은 윤동희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윤동희의 2루 도루로 1루가 다시 비게 되자 박승욱도 고의4구로 내보내 1루를 채웠다. 2사 만루 끝내기 위기에서 정보근을 만났다. 아무리 정보근이 타격에 약점이 있는 선수지만 만루 위기에서 압박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직의 2만2758명의 관중 앞에서 주승우도 주눅들 수 있었다. 그러나 주승우는 침착하게 정보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 세이브를 완성했다. 시즌 12번째 세이브.
주승우는 경기 후 “(정)보근이와 대표팀에서 인연이 있었다(2021년 WBSC U-23 야구 월드컵). 지난 번 고척에서 안타를 맞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잡고 싶었다. 잡아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라면서 “불안감은 없었고 그냥 무조건 아웃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8회부터 등판 준비를 했던 주승우. 그는 “8회 2사 후 나갈 수도 있다고 언질을 받아서 준비하고 있었다. 8회 2사 후 손호영 선배님을 상대하게 됐는데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홈런을 치시지 않았나. 몸쪽에서 장타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바깥쪽을 던지겠다고 의식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라며 “공이 초반에 몇개 손에서 빠졌지만 의식적으로 더 바깥쪽을 보고 던졌다”라고 되돌아봤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22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주승우는 올해 3년차 시즌. 불펜에서 핵심적인 보직을 맡고 있다.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 보직을 오가며 44경기 41⅓이닝 3승5패 1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79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불펜 피로도 관리가 철저한 키움 팀 내에서 김성민(45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구위를 회복하면서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했던 조상우가 어깨 부상으로 기약 없이 이탈하게 되면서 다시 마무리 투수 중책을 맡았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8월 들어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8월 7경기 등판해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1.17(7⅔이닝 1자책점)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사직의 만원관중 함성에 주눅들지는 않았을까. 그는 “오늘 여기(사직)가 매진이었지 않나. 솔직히 모두 저만 바라보고 있다는 게 너무 재밌고 짜릿한 것 같다”라고 웃었다”라면서 마무리 투수의 매력도 설파했다.
그는 “너무 쫄깃한 것 같고 재밌다. 대학생 때도 해봤지만 보는 사람도 많고 긴장도도 올라가긴 하지만 그것을 각성제 삼아서 던지려고 한다”라면서 “20세이브 30세이브 계속 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지난 16~17일 키움은 사직 원정 ‘영웅원정대’ 팬 투어를 실시했다. 많은 키움 팬들이 사직구장에서 함성을 질렀고 주승우도 이에 힘을 받았다. 그는 “항상 키움 팬들이 응원해주시고 제 이름 불러주시는 게 엄청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지난 번 사직 원정 때는 주중이어서 많이 찾지 못하셨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주말 경기에서 팬분드링 많이 와주셨다. 그래서 목소리도 더 컸고 힘이 됐던 것 같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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