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허구연 KBO 총재 특별인터뷰(상), “들뜨지 말자”는 당부와 ‘숏폼의 효과, 천만 관중’의 자부심
입력 : 2024.10.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잠실, 이대선 기자]

2024년 KBO리그는 혁명적인 한 해로 길이 남을 것이다. 바로 지난 9월 15일에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그야말로 꿈 같은 1000만 관중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TV, 유무선 중계 누적 시청자 수도 2억 5000만 명을 기록했다. 역대 그 어느 총재도 해내지 못했던 흥행 기록 달성을 맨 앞에서 진두지휘해 온 허구연(73) KBO 총재의 ‘개혁 드라이브’가 열매를 맺는 날이기도 했다.

흥행이 알파와 오메가인 프로 스포츠에서 1000만 명이라는 수치는, 언뜻 실감조차 나지 않는 ‘경악스러운 사태’다. 그날 밤, 자못 흥분할 법도 했건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허구연 총재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우리나라 제일 스포츠’인 야구로써 사실 내년에 (천만 관중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놀랐어요. 그렇지만 자칫 거품이거나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어 (KBO) 직원들에게 ‘우리가 들뜨지 말자’고 했어요.” 허 총재가 짐짓 ‘거품’의 우려를 내비친 것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아직도 한국 프로야구의 바탕이 탄탄하지 않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그야 어쨌든, 1000만 관중은 엄연한, 그리고 즐거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터. 사상 첫 경기인 출신 총재로서 야구와 야구판을 너무 잘 아는 허구연 총재가 이룩한 이 ‘큰 업적’을 길이 가꾸고 지속해나가야 할 의무를 KBO는 물론 10개 구단 공동으로 지고 있다고 하겠다.

-1000만 관중 돌파를 축하드린다. 경기적인 것과 경기 외적인 요인이 있겠다. KBO가 자체 분석한 요인은 무엇인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우선 요인은 ‘숏폼’을 푼 것이다. (총재로) 취임할 때 그랬다. ‘숏폼’을 못하는 중계, 문제 있다. 그래서 중계 계약을 다시 하면서 숏폼을 도입한 게 (관중 확장 효과 면에서) 컸다. 워낙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정보 유통) 경로가 워낙 많지 않나. 그런데 팬들이 중계를 자유롭게 따서 유투브 같은데 올릴 수 있게 허용한 것이 도움이 됐다.

그다음으로는 ABS(자동판정시스템) 도입을 들 수 있다. 그로 인해 구장에서 ‘심판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공정성을 최우선 하는 젊은이들에게 먹혀들어 갔다고 본다.

역대급 순위경쟁도 한몫했다. 1위 팀 승률이 6할 미만, 최하위 팀이 4할 이상이면 성공적인 리그가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올해 거기에 근접했다. 연간 관중이 2천만 명 이상인 일본의 경우 이런 현상이 자주 있는데 우리는 여태껏 그러지 못했다.”

-10개 구단 전력 평준화는 KBO리그의 해묵은 과제였다.

“이제 전력 평준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드래프트 제도를 바꾼 것, 즉 드래프트를 전국으로 넓힌 것이 전력 격차가 줄어든 요인이다. 이정후 같은 사례도 있듯이 우수 자원이 아무래도 서울(고교)로 몰리다 보니. 지역별 우선 선발을 없앤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KBO 관중 성향 분석에 따르면 2, 30대 젊은 여성층이 대폭 늘어났다. 광주 KIA 응원단에서 비롯된 이른바 ‘삐끼삐기춤’ 같은 독특한 응원의 영향도 있겠다. 승패도 그렇지만 경기 자체를 즐기는 놀이문화의 확산 같은 것이라 할지.

“구단들이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구단마다 선진적으로 시행하는 응원문화의 영향도 크다. 취임하면서 엠지(MZ) 여성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는데, 야구 깊이보다는 ‘재미있더라, 가보자’하는 여성들의 동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을 했다. 물론 관중 성원에 부응해 경기 수준 향상과 저변확대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인구감소로 인해 선수 자원도 줄어들고 있는 데다 아마야구 질적 수준 향상이나 지도자 양성 등 아직 한국 야구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허구연 총재는 ‘1000만 관중’ 달성이 “아직 정착 단계가 아니다.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언제 팬심이 떠날지 알 수 없는 만큼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허 총재는 신발 끈을 졸라매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각 구단 들은 ‘어린이 팬’ 확보에 힘을 기울였다. 저마다 ‘어린이 회원’을 모집하고 푸짐한 선물 공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 그 어린이 회원들이 중, 장년의 나이가 됐다. 역설적으로 젊은이들은 유입이 많이 됐는데 그동안 KBO리그 팬층의 주류였던 중장년층의 경기장 입장권 구매가 너무 힘들어졌다. 티켓 구매 시스템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는 허구연 총재의 ‘고민’도 그 지점에 놓여 있다. 풀어야 할 과제다.

아울러 허 총재는 MLB(미국 메이저리그) 같은 ‘KBO 통합 마케팅’으로 ‘야구 산업화’의 길을 닦기 위해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 구단 수지 개선의 위해선 필수적인는 ‘야구 산업화’를 위한 허 총재의 구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인터뷰 하편에 계속)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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