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나는 등록하려고 했는데 선수가 고사했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1일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을 마법의 역전승으로 장식한 뒤 2일부터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설 30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는 투수 14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6명으로 구성됐다. 투수 14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30인을 구성한 두산과 포수와 외야수에서 차이를 보였다.
관심을 모았던 최고참 마법사 박경수(40)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엔트리 등록은 끝내 무산됐다. 감독은 큰 경기를 맞아 2루 수비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클래스를 뽐내는 박경수를 대수비로 기용하려고 했으나 선수가 이를 고사했다. 이에 심우준, 오윤석, 김상수, 황재균, 천성호, 오재일, 강백호, 신본기가 내야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제2의 박경수’로 성장한 오윤석이 주전 2루수를 담당한다.
전날 수원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박경수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으려고 했는데 선수가 ‘저는 진짜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등록을 고사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LG 트윈스에서 KT로 이적해 커리어의 꽃을 피운 뒤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가 된 박경수는 시즌 최종전을 마치고 홈팬들을 향해 눈물을 펑펑 쏟으며 현역 은퇴를 암시했다. 아직 공식발표가 안 났을 뿐이지, 2024시즌은 박경수의 커리어 22년의 라스트 시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KT가 올해도 꼴찌에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마법을 선보이며 조금이나마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KT는 KBO리그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5년 연속 가을야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령탑은 큰 경기에서 중요시되는 수비 강화를 위해 박경수를 엔트리에 넣고 싶었지만, 박경수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모두 엔트리 등록 제안을 고사했다.
박경수는 올 시즌 프로 22년차를 맞아 5경기 타율 6할6푼7리(3타수 2안타) 1타점에 그쳤다. 4월 2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을 끝으로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줄곧 선수단과 동행하며 주장이자 플레잉코치 역할을 수행했고, 꼴찌에서 5위까지 오르는 마법의 여정을 이끌었다. KT 입단 후 늘 그랬듯 베테랑부터 신인까지 전체 선수단 단합에 큰 역할을 맡았다.
사실 이강철 감독은 그런 박경수를 9월 확대엔트리 때 다시 1군에 등록하려고 했지만, 선수의 의지가 완강했다. 이 감독은 “수비는 그만한 선수가 없으니 확대엔트리 때 등록하려고 했는데 ‘감독님, 그건 아닌 거 같다’라며 본인이 고사했다. 계속 아니라고 해서 결국 선수 생각을 받아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즌 막바지 계속 타이트한 경기를 했다”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박경수는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가을야구 또한 더그아웃과 훈련장에서 선수단을 지원하기로 했다. 팀과 후배를 먼저 생각하는 영원한 캡틴의 ‘팀퍼스트’ 정신이었다.
한편 박경수는 지난달 28일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마이크를 잡고 “내가 마이크를 잡은 이유는 주장으로서 한 시즌 144경기 마무리하고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 팀을 대표해서 잡았다”라며 “올 시즌 정말 작년보다 더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고, 그 부분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지금까지 해주신 것처럼 늘 우리 선수들 응원 많이 해주시면 우리 또한 준비 잘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이어 “마지막으로 또 언제 이렇게 다시 마이크를 잡고 팬들 앞에서 인사드릴지 모르겠지만 2015년부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쏟았다. 옆에 서 있던 박경수의 두 딸과 관중석의 팬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고, 박경수와 현역 생활을 함께했던 유한준 타격코치의 눈시울마저 붉어졌다. 다른 선수들 또한 박경수와의 동행이 마지막임을 직감했는지 슬픈 표정으로 영원한 캡틴을 바라봤다.
박경수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2015년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하는데 거기에…”라며 “그 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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