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 형 없어도 우리가 해야 하니까'' 팀 수습한 '부주장', 3연승→사흘 쉬고 KS로 간다! [PO3 현장]
입력 : 2024.10.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삼성 류지혁이 17일 PO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삼성 류지혁이 17일 PO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절대적 존재감을 뽐내는 '캡틴' 구자욱(31·삼성 라이온즈)이 2차전 초반부터 불의의 부상으로 빠졌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순간, 한 명이 나서 분위기를 수습했다. 부주장 류지혁(30)이었다.

류지혁은 1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까지도 붕 뜬 느낌이었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며 "이러면 경기 자체가 꼬이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2차전 2회초 구자욱이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뒤 선수단을 불러 모아 다시금 각오를 다지게 했던 구자욱이 그 이유를 밝혔다. 1-1 동점 상황에서 자칫 분위기를 넘겨줄 수 있었지만 류지혁의 한마디 이후 김영웅의 역전 홈런을 시작으로 타선이 폭발하며 10-5로 2연승을 달렸다.

구자욱의 부상은 너무도 뼈아팠다. 1차전 스리런 홈런, 2차전 동점을 만들어낸 안타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더그아웃 리더로서의 역할도 매우 컸기 때문이다.

2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구자욱(오른쪽)이 스태프의 부축을 받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구자욱(오른쪽)이 스태프의 부축을 받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지난 15일 2차전 승리 후 만난 김영웅은 "많이 심란했고 어떡하지 생각도 했는데 (류)지혁이 형이 수비 후 다 모아서 '자욱이 형 없어도 우리가 해야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류지혁은 그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구)자욱이 형이 다치고 절뚝거리면서 홈에 들어와 바로 교체가 됐다"며 "수비에 나갈 때는 얘기를 못하고 들어오면서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여서 '(구)자욱이 형이 없어도 해야 한다, 우리가, 있는 사람이 해야 되니까 집중해서 잘하자, 어수선해지지 말고'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류지혁은 올 시즌 부주장으로서 구자욱을 적극적으로 보좌했다. 구자욱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단호한 아빠 같은 리더십을 보였다면 구자욱은 그런 선수들을 잘 보살피며 따스히 품는 엄마의 역할을 맡았다.

이젠 직접 리더의 역할까지 책임져야 한다. 류지혁은 "자욱이 형이 있을 때는 제가 직접 말하는 게 아니고 자욱이 형에게 먼저 '이렇게 얘기하겠다'고 하고 하라고 하면 하는 것이었다"면서 "자욱이 형이 팀을 잘 이끌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류지혁이 17일 PO 3차전을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류지혁이 17일 PO 3차전을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혼날 건 혼나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제가 혼자 있을 때엔 선수들이 혼날 짓을 하지 않는다. 오늘 경기만 바라보고 집중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류지혁은 "처음에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무조건 필요로 하고 없으면 안 되는 선수라 아마 구단에서도 이지마 치료원도 보내주고 신경 써주신 것 같다"며 "(구자욱과) 메시지를 했는데 다른 건 다 일상적인 얘기고 '내일(3차전) 잘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 시즌 동안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류지혁에겐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KIA 선수들에게 연락이 온다는 류지혁은 "누구라고 말을 못하는데 대구에서 형이랑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아직 광주에서 머물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나서야 한다. 류지혁은 "아기들이 (삼성이 잘해서) 좋아한다. 와이프는 광주에서 하면 야구를 편하게 보러 갈 수 있으니까 광주에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세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 류지혁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한국시리즈 진출 욕심을 나타냈다.

구자욱은 18일 귀국 예정이다. 만약 이날 패하면 18일 서울에 비가 예보돼 있어 19일 4차전에서 승리하더라도 하루 휴식 후 곧바로 한국시리즈에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자욱도 무리해서 경기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삼성이 이날 승리를 거두고 사흘 휴식 후 한국시리즈로 향하는 것이다. 구자욱으로서도 더 여유롭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다.

15일 PO 2차전에서 안타를 날리는 류지혁.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15일 PO 2차전에서 안타를 날리는 류지혁.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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