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침착하냐 싸움'' 가을야구 처음 맞나... '3이닝 56구 완벽투→하루 휴식' 불펜서 KS행 돕는다 [PO4 현장]
입력 : 2024.10.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삼성 황동재가 18일 잠실구장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삼성 황동재가 18일 잠실구장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황동재까지) 전부 불펜에 대기한다."

3차전 깜짝 선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팀은 졌지만 첫 가을야구에서 감독의 신뢰를 얻은 황동재(23·삼성 라이온즈)가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다.

삼성은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을 치른다.

2승 후 1패를 당했지만 이번 시리즈 삼성은 우려와 달리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다. 누구 하나 흔들림이 없이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황동재도 그 중 하나다.

코너 시볼드의 부상과 좌완 불펜이 부족한 팀 사정상 이승현이 뒤로 이동하며 삼성은 이번 시리즈 데니 레예스, 원태인에 이어 황동재로 3선발 체제를 구축했다. 1,2차전 선발들의 완벽투로 연승을 거뒀고 준PO 최우수선수(MVP) 임찬규를 상대로 삼성은 황동재를 내세웠다.

2020년 1차 지명 투수인 황동재는 프로 4번째 시즌인 올해 15경기 42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ERA) 4.07로 가장 기대를 자아내는 투구를 펼쳤지만 PO 3선발을 맡기기엔 다소 무게감이 떨어져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스스로도 "가장 먼저 나가는 투수"라고 생각했고 박진만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4이닝을 막아주면 '정말 잘 해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황동재가 지난 17일 PO 3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삼성 황동재가 지난 17일 PO 3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기대이상이었다. 1회초 선두 타자 홍창기에게 안타를 맞고 시작했으나 1사 2루에서 중심 타선인 오스틴 딘과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 스스로 불을 껐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완벽히 제구된 시속 146㎞ 패스트볼과 낮게 떨어지는 136㎞ 슬라이더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엔 더 극적이었다.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문보경의 뜬공 타구에 3루까지 이동한 오지환을 두고 황동재는 박동원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해냈고 침착히 포구를 한 황동재는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3루 주자 오지환을 캐치하고는 직접 3루와 홈 사이로 몰았다. 박동원이 1루를 돌아 2루까지 향했으나 LG는 순식간에 3루 주자를 잃었고 박해민에겐 하이 패스트볼로 다시 한 번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삼성 팬들의 박수 갈채를 자아냈다.

3회엔 1사에서 홍창기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다시 한 번 슬라이더를 통해 병살타를 유도, 이닝을 삭제했다.

3이닝 동안 56구를 던져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 4회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바로 좌완 이승현에게 공을 넘겼지만 첫 가을야구 투구라고 보기엔 충분히 인상적인 투구였다.

18일로 예정됐던 4차전이 우천 취소된 직후 잠실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황동재는 특유의 덤덤함을 보였다. "솔직히 개인 성적은 신경 안 썼다. 몇 이닝을 던지든 점수를 안 주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며 "결과적으로는 점수를 안 준 건 만족스러웠거지만 어쨌든 팀이 졌기 때문에 그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동재(오른쪽)가 PO 3차전 2회말 투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3루 주자 오지환(가운데)을 3루 방향으로 몰아 세우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황동재(오른쪽)가 PO 3차전 2회말 투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3루 주자 오지환(가운데)을 3루 방향으로 몰아 세우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럼에도 4차전과 나아가 한국시리즈까지 생각한다면 가을 데뷔전을 완벽하게 치러낸 것이 퍽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전략이 주효했다. 평소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 투피치 유형의 투수이고 이날도 직구를 24구, 슬라이더를 28구 던졌다. 그러나 황동재로선 2구씩 섞은 커브와 포크볼이 꽤나 큰 변화였다.

그는 "정규시즌 때는 제가 직구랑 슬라이더의 비율이 높았는데 커브와 포크볼 구사율을 높이면서 쓰자고 경기 전부터 강민호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큰 경기일수록 타자들의 집중력은 더 올라가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더 세밀하게 던지려는 데에만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다 보니까 볼넷이 3개 나오기도 했는데 점수를 안 줬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침착했다. 특히나 1사 3루에서 투수 땅볼 후 직접 주자를 몰아 아웃시킨 장면은 감탄을 자아냈다. 가을야구 초심자 같지 않은 답변이 나왔다. "이런 큰 경기는 저도 처음 해보지만 누가 더 침착하게 즐기냐가 관건인 것 같다"며 "항상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하려고 했다. 1사 3루에서도 땅볼이 왔을 때도 다시 영상을 돌려보니까 그래도 급했다"고 오히려 아쉬워했다.

긴장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어차피 긴장하는 건 다 똑같고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며 "긴장도 즐기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까 조금씩 긴장도 사라졌다"고 마치 베테랑 같은 경기 소감을 나타냈다.

우천 취소로 하루 휴식이 생겼고 물러설 수 없는 만큼 불펜에서 대기한다. 황동재는 "팀에 보탬이 됐다는 것만 해도 좋은 일"이라며 "선발이든 불펜이든 팀 승리만 생각하고 던질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삼진을 잡아내고 기뻐하는 황동재. /사진=김진경 대기자
삼진을 잡아내고 기뻐하는 황동재. /사진=김진경 대기자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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