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발롱도르 수상자만 6명이 등장한 별들의 잔치. 그래도 주인공은 역시 '해버지' 박지성이었다.
20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넥슨 아이콘 매치'에서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팀)'가 'FC 스피어(공격수팀)'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다.
아이콘 매치는 이제는 축구화를 벗은 전설들이 한국에서 이색 경기를 펼치는 초대형 축구 행사다. FC스피어는 세계적인 공격수들로 구성된 팀으로 티에리 앙리 감독과 박지성 코치가 지휘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수비수들로 구성된 실드 유나이티드는 파비오 칸나바로가 감독을 맡았고, 이영표 코치가 보좌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64210명이었다. 넥슨 측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티켓 오픈 약 1시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된 만큼 엄청난 열기를 자랑했다.
6만 관중은 승패를 떠나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축제를 즐기며 축구로 하나 됐다. 이벤트를 기획한 박정무 넥슨 FC그룹장도 킥오프를 앞두고 "이게 되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하나 되어 축제를 즐긴 6만 관중과 전설들이다. 센터백을 맡은 드록바의 수비, 여전히 빠른 카카의 '치달(치고 달리기)', 자로 잰 듯한 안드레아 피를로의 롱패스, 욘 아르네 리세의 대포알 왼발 슈팅까지 가을밤의 꿈 같았던 90분이었다.
관중석에선 계속해서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앙리가 노룩 패스를 시도하다가 실수로 잔디를 걷어찰 때는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팬들은 전설들이 만드는 모든 순간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며 열광했다.
사실 이름값만 봐도 역대급이었다. 웬만해선 보기 힘든 발롱도르 수상자만 양 팀을 합쳐 무려 6명이나 됐다. 카카와 루이스 피구, 안드리 셰우첸코, 히바우두, 칸나바로 모두 발롱도르 위너다.
그중에서도 최고 활약을 펼친 별은 세이도르프였다. 그는 환상적인 장거리 골을 포함해 1골 3도움을 터트리며 공격수팀을 무너뜨렸다. 여기에 50살을 앞둔 나이가 무색하게 엄청난 활동량까지 자랑했다.
그래도 주인공은 단연 박지성이었다. 그는 주인공답게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후반 막판 박지성이 한쪽 구석에서 몸을 풀기 시작하자 관중석에선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들어 가장 큰 데시벨이었다.
사실 박지성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이 어렵다고 밝혔고, 코치 역할을 맡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팬들 앞에서 잠시라도 뛰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박지성은 잠시나마 잔디를 밟으며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게다가 투입되자마자 안드리 셰우첸코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고, 가운데로 차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팬들은 그의 응원가인 '위송빠레'를 열창하며 추억에 잠겼다. 중계 화면에 포착된 한 팬은 박지성이 프로 데뷔했던 교토 퍼플상가 유니폼을 입고 뜨거운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벤트 경기이긴 했지만, 박지성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득점한 건 약 15년 만이었다. 경기는 박지성의 골을 끝으로 더할 나위 없는 엔딩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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