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2' 황동혁 감독, 탑 연기력 옹호..''똥개도 집에선 50% 먹고 가'' [인터뷰 종합]
입력 : 2025.0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하수정 기자] '오징어게임' 시즌2 황동혁 감독이 글로벌 1위 소감, 작품의 호불호 평가, 탑의 캐스팅 논란 등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의 황동혁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2021년 9월에 첫 오픈된 '오징어게임1'은 넷플릭스 47일간 전세계 1위, 1억 1100만 가구 시청, 약 1조 원의 수익 등 각종 신기록을 쓰면서 '한드' 역사를 갈아치웠다. 3년 만에 내놓은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뉴페이스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조유리, 최승현(탑), 원지안 등이 합류했고, 공기놀이, 제기차기, 비석치기, 짝짓기 게임 등 새로운 게임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작비는 시즌1의 4배에 달하는 1,000억 원이 투입됐다고.

1월 1일 넷플릭스 콘텐츠 뉴스 사이트 투둠(Tudum)에 따르면, '오징어게임2'는 12월 넷째 주 비영어권 TV쇼 순위에서 1위를 기록, 4억 8760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나타했다. 이는 '오징어게임1'이 기록한 공개 첫 주 시청시간 4억 4873만 시간을 뛰어넘은 수치다. 또한 7부작인 '오징어게임2'의 전체 러닝타임 7시간 10분으로 나누면 시청 수는 6800만에 해당한다. 종전 최고 기록인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1'의 5010만 보다도 높다. 이미 공개 전 시즌2가 '제82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화제성과 동시에 잡음도 있다. '약쟁이 래퍼 타노스' 탑의 발연기가 몰입을 방해한다며 국내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박성훈도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일본의 AV(성인 영상물) 표지를 업로드해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시즌1과 비교해 더욱 극명한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 측에서 1위를 보고 '아주 좋은 기록이다. 추이를 더 지켜보자'고 하더라. 너무 감사하다"며 "호불호 등 여러가지 평가도 중요하지만, '오징어게임'은 (대중성 등) 인기가 있는 작품이다. 인기는 극장에서 관객을 따지듯, OTT에서는 시청수다. '오징어게임을 사랑하고 기다려주셨구나' 싶다"며 "이렇게 다양하게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한 나라의 로컬 콘텐츠를 전 세계에서 보는 건 기적적이다. 영어 콘텐츠도 아니고 한국 작품이 93개국 1위라니, '앞으로 내가 뭘 만들어도 이걸 해낼 수 있을까?'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초반 탑에 관련된 질문이 나왔고, 황동혁 감독은 "국내에선 타노스 캐릭터 자체에 불만이 있으신 것 같다. 최승현 씨에 대한 캐스팅의 문제 제기도 국내에서 들었다. 해외에서는 나오지 않을 거다. 거기는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도 있으니까"라며 "국내에선 캐스팅을 발표했을 때부터 많은 우려와 비난을 들었다. 그 부분은 어느정도 감수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완성되면 까서 한번 보여드리자! 무슨 역할을 했는지 그때 평가를 받고 질문에 다시 답을 드려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캐스팅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래퍼 타노스 캐릭터는 오디션을 했다. 애초에 최승현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게임하는 무리 중 젊은 그룹을 만들었고, 요즘 인터넷 도박이나 암호 화폐 열풍, 마약 문제 등이 한국의 젊은 층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그런 세태를 반영하는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타노스도 만들었다"며 "오디션을 오랫동안 진행했는데 내 기준으론 해 줄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가져온 리스트 중에 승현 씨가 있었다. 연기를 안 한지 오래돼서 기대는 안 했지만, 일단 물망에 올려놓고 제작사를 통해 연락했다. '오디션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는데, 실제로 대마초 때문에 모든 걸 그만둔 친구가 '자기랑 너무 비슷하게 닮은 약으로 망한 래퍼 역을 할 수 있을까?' 싶더라. 본인도 고민을 오래한 것 같다. 그럼에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겸 리딩을 해봤는데 난 가능성을 봤다. 랩도 시켜보고 연기도 시켜봤다. 그때 그 친구의 온 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리딩을 해보고 흔들리는 지점이 있길래 '안 되겠다' 싶어 멈추고 '너 오디션 테이프 다시 찍어서 보내라'고 했었다. 그런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며 "사실 이렇게까지 탑이 (대중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줄 몰랐다. 진짜 몰랐다. 이 친구 캐스팅 할 때 검색으로 찾아봤고, 마약으로 활동을 그만뒀다가 다시 복귀한 분들의 히스토리도 봤다. 다들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복귀하시더라. 탑의 대마초 사건은 이미 7년이 지났고, '그정도면 사람들이 용인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데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황동혁 감독은 캐스팅 후 몰랐던 내용들을 알게 됐다며, "그러고 다시 봤더니 개인적으로 빅뱅이나 탑의 개인 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팬과 설전도 있었고, 다시 복귀를 안 한다는 (은퇴성) 발언을 하기도 했더라. '일을 키워놨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같이 준비하던 친구를 '넌 용서를 안 받아서 안 되겠다'고 내 칠 수는 없었다. '그냥 잘 만들어서 보여주자' 판단했다. 네가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인지 아닌지"라며 "대마초나 약을 한 친구들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비난을 받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뭘 보여주면 대중이 용서를 하느냐, 받아주느냐로 나뉜다. 결정이 나기 때문에 그 판단에 맡겨보자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탑의 연기는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시즌2~3를 다 더하면 타노스는 초반에 퇴장하는 편이다. 그렇게 비중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근데 시즌2만 보면 상당히 비중있게 느껴진다. 우리가 처음에 최승현 씨도 홍보 활동을 하려고 했다가 여론이 안 좋아서 뺀 건 아니다. 원래 캐스팅 초반에도 비난이 많아서 '홍보를 같이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해 제작발표회, 인터뷰 등 계획이 없었다"며 "이제 승현 씨가 작품으로 복귀를 한 셈이다. 자신의 지난 세월과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면 그때 홍보를 하든 본인의 이야기를 하든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금 이 친구를 언론 앞에 앉혀놓고 단편적인 질문에 대답을 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탑의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오히려 연기나 캐릭터가 폄훼된다는 의견도 있다"는 질문에 "시즌1에서도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미녀와 덕수가 그렇다. 두 사람도 붕 떠 있는 인물이라서 처음 공개되고 한국에서 (타노스처럼)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며 "보통 한국에선 리얼베이스의 진지한 연기 평이 익숙하고 좋아하신다. 그런 연기력을 인정해준다"며 "반면,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는 불호가 있다. 타노스를 그런 캐릭터이기도 하다. 항상 스스로 스웩에 취해 있고, '쇼미더머니'를 보면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을 취합해서 모은 게 타노스다. 그리고 약을 해서 업 돼 있다"고 답했다.

황동혁 감독은 "개인적으로 (최승현이) 내가 만든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오버스럽고 과잉된 걸로 볼 수도 있지만, 어린 친구들이나 해외에선 이런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보고 좋아해 주실 수도 있다. 지금 반응을 봐도 외국에선 타노스 캐릭터의 호감도가 높고 국내에선 불호가 많더라. 문화적 차이, 관점의 차이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시즌1보다 시즌2를 더욱 만족한다고 밝힌 황동혁 감독은 "2는 큰 기대 속에서 공개했기 때문에 당연히 평가절하를 예상했다. 1편의 로튼 토마토 점수는 90점대, 2편은 80점대를 유지 중이다. 이에 대해 "그 모든 걸 시즌1처럼 충격적으로 만족시키긴 어렵다. 엔딩에 불만이 있을 텐데, 그런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평가라고 본다"며 "전편을 이어가면서 변형하고, 새로운 것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뉴욕 타임즈에서 전혀 바뀐 게 없다'고 얘기하더라. '난 바꾼다고 바꿨는데..' 싶어서 그 부분은 의아하게 느꼈다"고 했다.

'오겜2'의 무게감에 대해서는 "못 느낄 때도 있었다. 시즌2가 이렇게 오랜만에 나왔다는 것도 못 느꼈다. 5~6년째 이것만 만들고 사는 중이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 얼마 만에 나온 거지? 생각도 못했다. 이번에 홍보하러 다니면서 '기대가 이렇게 컸고, 관심이 많았구나' 새삼 느끼고 있다"며 "흔히들 표현하는 왕관의 무게가 무겁구나 싶다. 내가 왕관으로 누렸던 것들도 있다. 그것 때문에 받는 고통이나 질책 등이 안 좋은 것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동혁 감독은 "다만 섭섭한 지점은 이게 그래도 이 우울한 한국에서 아직 세상에 '한국은 괜찮은 나라고, 잘 돌아가고 있고, 이런 것들을 만든다'라는 걸 알려주면서, 다른 나라에 보여주는 콘텐츠다. 근데 국내에서 가장 각박한 평가를 받는 것 같다(웃음)"며 "흔히 얘기해서 똥개도 자기 집 오면 50%는 먹고 간다는데, 난 오히려 한국에 와서 50% 까고 들어가는 것 같다.(웃음) '집에 왔는데 왜 마음이 안 편하지?' 싶다. 외국에서 홍보할 때보다 마음이 더 안 편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고향에 왔는데 왜 마음이 안 편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조금만 더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섭섭한 심정을 내비쳤다.

곧 '제82회 골든글로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지만, 시즌2의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즌2~3를 한 호흡으로 썼다가 시즌2와 3로 나눴을 때 시상식의 기대는 접었다. 완결이 나지 않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실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려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완벽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시즌2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충격 받고 놀랐다. 수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만약 노려본다면 시즌3로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징어게임2'는 지난 12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고, 시즌3는 올 여름 선보인다.

/ hsjssu@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