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단독①] 차주영·이현욱 울린 '원경' 19금 베드씬, 돈 때문이었다"에 이어) "가슴이 아닌 '원경'을 봐주세요".
20일, 앞선 OSEN 단독 보도를 통해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이자 티빙 오리지널 '원경'에 제작비 문제로 노출 장면이 더해진 배경이 알려졌다. 종영 후에도 초반부 베드씬이 일각의 비판을 자아내고 있으나, 적어도 '원경'은 노출씬 하나로 선정적이라고 치부하고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 노출 얘기만 하기엔 '원경' 차주영 열연 아깝잖아
당장 타이틀 롤인 원경왕후 역의 배우 차주영의 연기를 보는 맛이 쏠쏠했다. "이 배우가 '더 글로리' 혜정이가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화려한 사극의 멋을 살린 볼거리는 기본이고 궁중암투와 권력다툼, 치정을 오가는 이야기가 촘촘하게 얽혀 도파민을 자극했다.
타이틀 롤 원경왕후에 집중한 결과 조선 태종 이방원을 유약하게 묘사했다는 비판도 있긴 했다. '킬방원'이 '찌질남'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조선 태종은 숙청을 통한 전제군주 외에 이성계의 자식들 중 유일한 문신인 만큼 정치적인 선택을 해왔다. '원경'은 이런 배경과 타이틀 롤에 맞춰 처가를 멸문하고도 아내와 백년해로한 이방원과 원경왕후의 관계에 인간미와 상상력을 더해 풀어낸 작품이다.
이에 차주영과 이현욱 등 '원경' 주연들은 작품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의도치 않은 베드씬 노출 장면에 대해 "방송을 보고 알았다", "커뮤니케이션에 아쉬움이 있었다"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작품을 위해 노력한 분들의 노고를 헛되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조심스레 선을 그었다.
복수의 방송 관계자들은 OSEN에 "노출로 화제가 됐지만 주조연 할 것 없이 배우들 모두 작품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임했다", "문제가 될 거란 얘기가 안 나온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노출 씬은 초반부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12부작 가운데 절반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 K브랜드만? 한국 콘텐츠 산업 견고하게 키워야
기실, 앞서 밝힌 제작비 돌리기의 사례는 '원경' 만이 아니며 CJ ENM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 사업자와 제작사들 간에 이뤄지고 있다. 과거 웨이브에서 오리지널이라고 밝혔으나 독점 공개되지 않고 동시 방송됐던 작품들, 반대로 방송사들이 단독 송출을 원했으나 결국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 주는 OTT 플랫폼을 찾아 떠도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원경'을 통해 제작사, 채널 방송사, OTT 플랫폼 사이 콘텐츠 제작비 돌려 막기의 구조가 '노출씬 추가'에 이어져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당초 이 같은 구조는 부족한 재원을 풍부하게 마련하고 작품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방식으로 여겨졌다. 그마저도 호황일 때의 이야기다. 요즘 같은 불황엔 부족한 재화를 메꿔주는 한 방편일 뿐. 아무리 얄미워도 CJ라는 대기업 구조가 있기에 가능한 규모의 경제인 특성상 제작 환경이 소위 '돈줄' 입맛에 좌우되는 경향과 의존도가 강해지는 것이다.
이조차도 어려워 채널과 플랫폼의 간택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제작사들이 수두룩한 상황. 돈에 눈먼 대기업이 시청자에게 19금을 팔았다거나, 제작진이 고민 없이 노출신을 끼워 넣었다는 식의 양비론 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아무리 몇십억, 몇백억의 제작비를 걸더라도 그 대가로 인간의 육체노출이 사용된다는 것은 참담하다. 적어도 더 이상 한국의 시청자들은 단지 '19금'이라는 딱지가 붙었다고 해서 생각 없이 노출 장면을 수용하지 않는다. 기약 없는 글로벌 OTT의 간택만 기다렸다가 원치 않는 장면이 더해지거나 빠지지 않도록, 빛도 못 보는 '창고행'이 되지 않게 치밀한 기획이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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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