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가수 고(故) 휘성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추모 멘트 한 마디도 잊은 지상파 음악방송들이 비보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가수 휘성이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3세. 정확한 사인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차 검사에서 구두로 '사인 미상'이라고 소견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사인을 떠나 황망함은 대중 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정규 1집 'Like A Movie'로 데뷔한 이래 다양한 히트곡으로 사랑받은 휘성이기 때문. '안되나요', '전할 수 없는 이야기', '하늘에서', 'With Me', ‘다시 만난 날’, '미인', 'Good-Bye Luv', '일년이면', 'I’m Missing You', '결혼까지 생각했어', '가슴 시린 이야기', '너라는 명작', '불치병', '주르륵', '사랑은 맛있다', 'Insomnia', '사랑..그 몹쓸병' 등 지금도 사랑받는 휘성의 히트곡을 두 손으로 세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고인은 국내에서 생소했던 '알앤비(R&B)'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가수로 높게 평가 받는다. 2집 'It's Real'은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며, 타이틀 곡 'With Me'는 지상파에서 6주 연속 1위를 거머쥐고, 골든디스크 본상을 수상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가요계에서도 추모가 잇따랐다. 휘성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SNS에서는 추모 발언이 잇따랐고, 사망 4일 만에 차려진 빈소에는 연예계 동료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효리, 아이유, god 김태우, KCM, 케이윌, 거미, 린, 베이비복스 심은진과 이희진 그리고 간미연과 김이지, 원타임 송백경, 듀스 이현도, 브라운아이드소울 나얼, 김범수, 하동균, 에일리, 알리, 빅마마, 뮤지, 아이칠린 등이 고인의 빈소를 찾아 안타까움을 표했다.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는 근조화환으로 가요계 선배의 마지막을 배웅하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의 사망 다음 날인 지난 11일 진행된 KBS 2TV 새 예능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행사 시작 전 진행자 이예원 아나운서가 "행사 진행에 앞서, 가수 휘성 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라고 언급하며 "그의 훌륭한 음악을 기억하며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겠다"라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다음 날인 12일 방송된 SBS MTV 음악 프로그램 '쇼 챔피언'에서는 방송 말미 전 출연진이 모인 자리에서 휘성을 추모하는 시간이 있었다. 13일 Mnet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서도 MC가 "얼마 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따뜻한 목소리와 노래로 음악 팬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그 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휘성을 추모했다.
그러나 휘성이 23년 가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자주 출연했을 지상파 음악 방송들에선 고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휘성의 빈소가 차려진 14일에 방송된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는 물론, 휘성이 살아있었다면 콘서트를 하기로 했을 15일 방송된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 중심'에서도 마찬가지. 자막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휘성이 생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논란을 빚었던 만큼 일부 방송국의 출연금지 명단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인에 대한 추모의 도리보다 앞서는 것이라고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휘성이 데뷔 후 '안 되나요'를 통해 처음 음악방송 1위를 한 곳도 '쇼! 음악중심'의 전신인 '음악캠프'였다. 당시 첫 1위에 오열하느라 수상 소감을 제대로 말 못한 휘성의 모습은 여전히 회자될 정도다.
지난해 배우 김수미가 세상을 떠난 뒤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은 고인에 대한 추모를 기억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나뉘기도 했다. 휘성의 경우도 마찬가지. 적어도 마지막까지 콘서트를 하기 위해 대중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뮤지션의 마지막 길인 만큼 과거 논란을 떠나 최소한의 애도는 필요했다. 대중의 공감을 팔아먹는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공감대를 말아먹는 것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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