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가 법원에 의해 독자 활동에 제동이 걸린 뉴진스에 대해 변론 전략을 재검토 하길 권했다. 반면 ‘뉴진스 찐팬’으로 알려진 변호사는 뉴진스에게 일침을 가해 대조를 이뤘다.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23일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가처분 결정문을 살펴봤는데, 법원의 판단에도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NJZ의 변호인 측에서도 변론 전략을 한 번 재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이 사건은 계약해지의 귀책사유를 묻는 소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건이 한 번 흙탕물 속에 빠지게 되면 책임소재는 알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김앤장은 그런 식의 변론을 아주 잘 한다”며 “중요한 것은 어도어와 NJZ 사이의 신뢰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파탄되었다는 점이고, 이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왜냐면, 판례가 신뢰관계의 파괴를 계약해지 사유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소재를 따지다 보면 사건이 늪으로 빠지고, 흙탕물 속에서는 책임소재를 명료하게 드러나게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는 사건이다”라며 “주제 넘은 충고는 아니고 그냥 조언임. 중요한 것은 그 동안 NJZ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현곤 변호사는 그간 뉴진스를 지지하는 글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1일에는 법원이 어도어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을 덧붙였고, 지난 7일에도 어도어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뉴진스 팬덤 버니즈를 대리해 어도어 및 하이브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계약해지의 귀책사유를 묻는 소송이 되어서는 안되고, 책임소재를 따지다 보면 사건이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이현곤 변호사의 조언에 일부 네티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뉴진스가 그동안 신뢰 파탄을 이유로 어도어와 계약해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가처분을 인용한 재판부가 뉴진스가 주장한 내용들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이유가 됐다.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어도어 대표이사 민희진 해임으로 인한 프로듀싱 공백 건 ▲하이브 CEO 박지원이 “김민지 등에게 긴 휴가를 줄 것”이라고 발언한 건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 어도어 사이의 분쟁 건 ▲하이브의 2023.5.10.자 음악산업리포트에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건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의 뉴진스 고유성 훼손 및 문구가 기재된 건 ▲하니가 빌리프랩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 발언을 들은 건 ▲김민지 등의 연습생 시절 사진 및 영상이 유출된 건 ▲하이브 PR 담당자가 뉴진스의 성과를 폄하하는 발언을 한 건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관행으로 인해 뉴진스의 성과가 평가절하된 건 ▲하이브 CSO 이재상이 ‘뉴진스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켜 민희진과 뉴진스를 같이 날리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한 건에 관해 현재까지 제출된 김민지 등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하였음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신뢰관계 파탄에 따른 해지사유에 관한 판단’에 대해 ‘어도어는 김민지 등에게 정산의무 등 전속계약상의 중요한 의무를 대부분 이행하였음. 김민지 등의 어도어에 대한 계약해지통보 과정 등에 비추어 김민지 등의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통보로 인하여 어도어가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보임’, ‘설령 어도어가 전속계약상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다소 미흡함이 있더라도, 김민지 등의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어도어가 전혀 시정을 하지 않았다거나 어도어의 의무 위반이 반복 또는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등의 사전이 확인되지 않는 현 단계에서,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으로 인해 전속계약의 토대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탄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가 뉴진스에 대한 조언을 건넨 가운데 뉴진스의 찐팬으로 알려진 김앤장 출신 고상록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 이후 뉴진스의 첫 외신 인터뷰를 접한 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라고 일침을 가해 대조를 이뤘다.
고 변호사는 그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에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다른 동료를 공격하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업계나 회사의 부조리와 맞선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온 결과로 만들어진 시스템에 올라타서 그것을 누리는 기회를 얻은 자로서 진정 개혁을 원한다면 반드시 지켜야할 도리가 있다”며 “이것은 선배와 동료들에 대한 예의와 존중 그리고 자기희생이 없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럴 자신과 의지가 없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나 돈을 무한히 더 벌고 싶다면 적어도 묵묵히 계약을 지키고 나서 적절한 시점에 조직을 떠나서 자기 살림을 차리면 된다. 그것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이 그 시스템을 모욕하고 비방하며 악마화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상록 변호사는 “다름 아닌 자신들의 변호사가 법원에 유리하다고 제출한 증거에서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이 마당에, 꼴랑 영어로 하는 외신과 인터뷰라고 그걸 부여잡고 여전사 노릇을 한다고 해서 이 사안의 본질이 덮히지 않는다”라며 “법원 결정이 나오고 나서 미처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얼결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뱉은 실수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본인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도울 수 있게 최소한의 선을 지키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뉴진스는 23일 열린 홍콩 ‘컴플렉스콘’에 참여했다. 어도어 측은 “어도어 소속 뉴진스의 이름으로 진행되도록 현장에서 충분히 지원할 예정이다. 빠른 시간에 아티스트와 만나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어도어와 함께 다시 성장해갈 뉴진스에게 따뜻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