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한국서 최선이거늘…요르단 취재진의 팩트 폭행, ''여기 잔디 왜 이래?''
입력 : 2025.03.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수원] 배웅기 기자= "여기 잔디 왜 이래?"

요르단 취재진의 뼈 있는 한마디에 멋쩍은 웃음밖에 짓지 못했다.

최근 대한민국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는 '논두렁 잔디' 문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도마 위에 올라 마치 기본값이 된듯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25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홈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현장 분위기는 "잔디 상태가 고양종합운동장보다 양호하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한국에 방문한 요르단 취재진의 생각은 달랐다. 요르단 공식 훈련이 잠시 공개되는 동안 대화를 나눈 현지 기자는 "요르단 선수단의 컨디션은 최고조다. 매우 훌륭한 팀"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한국은 조금 어려운 상황이지 않냐"고 물었다. 가벼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며 스몰토크를 이어가던 중 요르단 기자는 잔디를 유심히 지켜보더니 "잔디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 같다. 비라도 온 것이냐"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는 잔디 상태가 가장 좋은 경기장 중 하나"라는 대답밖에 내놓을 수 없었다.


요르단 암만에 위치해 요르단 홈경기장으로 사용되는 암만 국제경기장은 대표팀 경기가 치러지는 곳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다. 경기장 건너편 카페에서 그라운드가 훤히 보여 훈련 공개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 다만 잔디 상태 하나는 '양탄자'를 연상케 할 정도로 탁월하다.

국내 축구인들에게 어느덧 논두렁 잔디는 익숙한 키워드가 돼버렸지만,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순간 부끄러운 감정마저 들었으나 구태여 부연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잔디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시설공단이 경기장을 관리하는 한국 특성상 한계가 뚜렷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3월 A매치 기간 동안만 무려 4명이 국내 경기장 잔디 상태에 고개를 저었다.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 20일 오만전(1-1 무승부) 이후 "잔디 상태가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부상이 나올 상황이 아닌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밝혔고, 라시드 자베르 오만 감독은 "우리가 경험해 본 잔디와 달랐다. 볼이 튀었다"며 갸우뚱했다. 설영우(FK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상당할까 겁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이재성(1. FSV 마인츠 05)은 요르단전을 하루 앞둔 24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재성은 "경기 하루 전 잔디 이야기를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핑계라고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솔직히 경기력에 지장이 가고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실"이라며 "호텔에서 성남FC 훈련장이 보이던데 K리그 선수들이 이런 곳에서 훈련한다는 것이 너무 착잡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뉴시스,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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