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승리에만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입력 : 2013.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재미있는 축구란 플레이에 의한 경기내용이 아니라 바로 골이다. 골이 터지지 않는 축구는 아무리 경기내용이 좋다해도 사랑과 신뢰를 받기 힘들다.

제2기 까지 홍명보호가 바로 그랬다. 7월말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4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단 한골만을 기록하며 3무1패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던 홍명보호는 골과 승리가 절실했다.

그러나 아이티와의 평가전에 임한 제3기 홍명보호는 소나기 골과 승리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개가를 올리며 사랑과 신뢰를 받는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박주호(26.마인츠 05), 이청용(25.볼턴),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시티), 지동원(22.선덜랜드), 손흥민(21.레베쿠젠) 등 유럽파의 영향이 컸다.

아이티를 맞아 전반 홍명보 감독은 홍정호, 김영권를 중앙수비로 포진시키고, 미드필더에 하대성, 이명주 ‘원톱’에 지동권을 기용하는 카드를 사용하는 4-2-3-1 포메이션으로 전반 20분 손흥민이 첫 골을 사냥하는데 성공하며 골 결정력 부족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아이티의 촘촘한 수비를 공략하는 미드필더와 공격수간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기대만큼 전개되지 않았고,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도 공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움직임과 볼을 가지고 하는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해, 공격은 골을 얻기 위한 실효성과 효율성면에서 크게 떨어졌다. 다만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개인능력에 의한 활발한 공격을 펼친 것이 한국형 축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4-2-3-1 포메이션은 포백의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 1선에서부터, 강한 압박에 의한 활기찬 공격이 특징이다. 그러나 아이티전 역시 동아시안컵과 마찬가지로 강한 압박에 의한 압도적인 볼 점유율의 공격일변도 플레이만을 펼쳤을 뿐, 전반 45분 상대 역습 한방에 손쉽게 실점하는 수비의 집중력과 예측능력 부족에 대한 사전 대처는 없었다.

후반 이청용, 구자철 유럽파 기용에 의한 후반 3분 구자철의 페널티킥 골은 팀 전체 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후반 9분 이브 데마렛의 경고누적 퇴장은 한국에게 자신감과 함께 다양한 공격 옵션을 전개할 수 있는 호기로 작용했다. 그 중심에 주인공은 오른쪽 측면 공격을 책임진 이청용이었다. 이청용은 후반 2분, 11분 페널티킥을 유도해내는 과감한 플레이를 펼쳐 제2기 까지 홍명보호의 극심한 골 가뭄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그동안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개인의 능력보다는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대표팀 선발을 배제했다. 이 같은 원인은 팀이 추구하는 색깔에 맞춰 선수 선발을 하겠다는 원칙이었다. 그 같은 원칙론은 제2기 까지 족했고 아이티전을 앞두고 유럽파와 국내파를 선발,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돌아가며 팀 전력의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아이티전의 화두는 공격진은 변화속에 골, 수비진은 안정이었다. 그러나 공격진의 변화는 있었어도 팀의 개인 부분, 전체적 플레이가 빠르고 세밀하지 못했으며, 공격 2선 효과도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울러 수비의 안정성은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역습에 대한 개인, 부분적 전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제3기 홍명보호의 아이티전은 골과 승리에만 만족할 수 없는 경기다. 수적 우위에서의 경기운영 및 선수와 각 포지션간 조화를 이루며 팀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다양한 세트피스 구사에 의한 득점력도 높여야 한다는 설득력을 더한 경기였다.

김병윤(전 군산제일고 감독)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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