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용병, 30만이라 쓰고 300만이라 읽는다
입력 : 2013.12.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 SK와이번스가 ‘현역 메이저리거’ 루크 스캇을 30만 달러(약 3억 1,680만 원)에 영입했다. 그런데 그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연봉은 275만 달러(약 29억 원)였다.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거물급 외국인 선수 영입이 많다. 다음 시즌부터 용병 보유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현역 메이저리거’들도 다수 보인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현재까지 재계약을 제외하고 총 11명이 한국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11명 모두 같다. 총액 ‘30만 달러’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은 48만 달러(약 5억 원)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해 놓은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보다도 훨씬 높다. KBO가 정한 야구 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 8조 ‘참가활동보수’ 조항에 의하면 외국인 선수의 연간 참가활동보수는 미화 30만 달러(옵션 포함, 복리 후생비 제외)를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그 계약은 무효이며, 해당 선수는 5년 간 한국 무대에서 뛸 수 없고 구단은 그 해에 용병 한자리를 비워놔야 한다.

그런데 상한선에 웃기는 단서가 하나 있다. ‘복리 후생비’는 제외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단돈 30만 달러에 한국행을 택했다고 믿는 야구팬은 아무도 없다. 프로는 돈을 받고 뛴다. 한국 무대가 적은 돈을 감수하면서 까지 도전할 정도도 아니다. 다시 말해, 30만 달러는 공식적인 발표 용일뿐, 복리 후생비 명목으로 어마어마한 액수를 쥐어줬을 것은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다.

SK가 데려온 로스 울프나 NC가 영입한 에릭 테임즈, 한화의 펠릭스 피에 등은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선수들이었다. 심지어 루크 스캇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91경기나 뛰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스캇의 올해 연봉은 275만 달러였다. 구단들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 선수들은 자신들의 연봉을 대폭 깎아가며 한국에 왔다는 소리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외국인 선수의 영입 비용을 음성화하면 곤란하다. ‘30만 달러’가 아니라는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과정에서 이면 계약서, 다운 계약서, 탈세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개했을 시 국내 선수들이 받을 박탈감과는 별개의 문제다. 야구팬은 바보가 아니다. KBO와 각 구단은 유명무실한 이 규정을 개선해 외국인 선수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사진=MLB.com, ESPN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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