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70세 이민자가 류현진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일
입력 : 2014.0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지난해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나이가 70대도 훨씬 넘은 듯한 전화기 넘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탁소 주인이라 하신다. 사장님이란 호칭을 마다하며 그냥 빨래하는 노인네라 하시며 부탁이 있다고 전화를 하셨다 한다.

느닷없이 류현진을 소개해 달라고 하신다. “류현진 저도 잘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답변이 의외다

“내가 뭐 부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류현진 부모님께서도 한국에 계시다 하고, 결혼도 안 했고, 그럼 그 땀내나는 유니폼은 누가 빨아주나? 내가 그 빨래 해 주려고 그래” 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 “내가 유니폼 훔쳐가고, 사인해달라고 조르고 그러는 사람이 아냐”라며 자신의 세탁소 주소까지 또박또박 말하며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세탁소 주인은 30년 전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아들 딸 다 키우고 결혼까지 시키며 맡은 바 임무를 다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인생이 더 재미있고, 노후가 편안하게 흘러갈 거란 생각을 했는데 결혼해 분가한 아들 딸 들이 그립고, 하루하루가 지루하다 하신다.

그러다가 지난해 류현진 때문에 다저스 구장에도 올라가 보고, 박찬호가 있을 때에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이제서야 다저스 구장에 올라가 봤노라고 7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껄껄 웃는다. 그리고는 자신을 비롯해 많은 LA의 할아버지들에게 기쁨을 주는 아들 같은 류현진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빨래 해주는 일, 이민 와서 평생을 해 온 빨래만큼은 자신 있다며 자신이 도맡아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덥석 빨래거리들을 던져줄까 걱정이 됐던지, 다른 선수들것은 힘들어서 못 해준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당연히 류현진을 소개해 줄 수도 없었고, 사실 이 세탁소 주인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지난 주 이 할아버지가 또 전화를 하셨다. 이번엔 한국에서 온 국가대표 축구대표팀의 빨래를 자신이 맡아서 해주고 싶다 하신다. 류현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낼까 다급히 대답했다. 류현진등 다저스 선수들은 빨래 담당이 있고,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도 그렇다고 친절하게(?) 답변해 줬다. 선수들의 옷들은 외부로 반출되지 않는다고도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아쉬워하는 소리가 역력한 할아버지는 이민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이민 와 수많은 연예인들이 위문 공연을 왔던 시절이 있었고, 말 그대로 이민자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위로 공연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류현진, 그 전에 박찬호가 매일매일을 위로해 주는 위문공연을 펼쳐줬으니 그들이 아주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 국가 대표 축구선수들이 방문해 경기를 펼치니 이 또한 기분 좋은 위로 공연이라고 한다. 많은 위로를 받았으니 이제 내가 그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어서 전화 했노라고 말하며 쓸쓸히 전화를 끊었다. 물론 전화번호도 받아 적었고, 추후에 기회가 되면 연결도 해 드리겠노라는 거짓말도 하며 아쉬움을 달래드렸다.

LA에서는 이렇듯 류현진에게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또한 텍사스 지역에서는 추신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추신수의 텍사스 입단식에서 텍사스 지역 한인들은 서포터즈를 만들고, 동네 잔치가 난 듯 길거리에 배너를 걸어 놓는 등 부산을 떨었다. 빨래를 해 주겠다는 것과, 길거리 한복판에 배너를 걸어놓는 것도 순간 창피하기도 하고. 낯 뜨거워지기도 하면서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됐다. 하지만 얼마나 반가웠고, 자랑스러웠으면 저럴까 생각하면, 이해됨과 동시에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미안하기도 하다. 외로운 이민 생활에서 선수들의 활약으로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환한 웃음꽃을 피우는 얼굴을 보면, 약간 창피한 마음쯤이야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2014시즌 얼굴에 철판을 깔 준비는 됐다. 다저스 구장에서 류현진을 목놓아 외치는 한인들과 에인절스 구장에 원정 경기 온 추신수를 응원하는 많은 한인들과 함께 할 준비는 됐다.

로스앤젤레스=문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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